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에 생산능력 집중…범용 D램 호황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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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5.07. 오후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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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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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웨이퍼를 가공하고 있다.  /사진 제공=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인공지능(AI) 수요 강세가 지속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제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생산능력 대부분이 HBM 제조에 쓰이면 AI용이 아닌 일반 D램의 공급이 제한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일반 D램의 생산량이 감소하면 가격이 올라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D램 호황을 맞게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진행한 올해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의 생산역량이 HBM에 쏠리면서 일반 D램의 시장 환경이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HBM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일반 D램 생산량이 감소해 연말에는 공급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30일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올해 업계의 생산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생산량 증가율)는 제한적"이라며 "D램은 생성형 AI 수요 대응으로 선단공정 생산능력이 HBM에 집중돼 이외 제품 생산 비트그로스의 제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김우현 SK하이닉스 재무담당 부사장 역시 "우선적으로 HBM 생산을 확대하는 만큼 일반 D램 제품의 생산이 제한돼 업계 전반의 재고 소진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호적인 가격 환경이 지속되며 올해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는 과거 호황기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분기 개인용컴퓨터(PC)와 스마트폰 등 일반 응용처의 계절적 비수기와 낮은 수요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AI 서버용 제품에 집중했다. 전반적인 실적도 출하량보다는 가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가팔랐다. 삼성전자의 1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10% 중반까지 감소했지만 평균판매가격(ASP)은 20% 가까이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하량을 줄였지만 20% 이상의 ASP 상승이 나타났다.

 
세계 D램 공급 및 수요 전망  /자료 제공=스태티스타
선단공정은 공정 수가 많고, 극자외선(EUV)을 비롯한 복잡한 장비를 많이 활용해야 해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 기준 생산능력은 저하되는 대신 단위당 용량이 늘어난다. 미세공정을 도입할수록 출하량이 둔화되는 이유다.

HBM은 선단공정을 통해 제작된 D램 단품(다이)을 수직으로 쌓는 방식으로 만든다. 현재 삼성전자는 10㎚ 4세대(1a)로, SK하이닉스는 5세대(1b) D램으로 HBM을 생산한다. 각 업체가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장 미세한 D램이다.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은 선단공정 제품 대부분을 HBM에 할당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BM3E(5세대) 제품은 올해 말까지 회사가 생산 가능한 전체 1a D램의 6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HBM용 D램은 일반 D램보다 다이가 두 배 더 크다.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완성품 생산량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연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2022년 하반기 감산 전 수준으로 D램 공장 가동률을 정상화하더라도 오히려 생산능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일반 서버와 PC, 스마트폰 등 전통적 응용처의 수요 환경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본다.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전환에 따른 서버 교체 수요, '온디바이스 AI' 구현을 위한 PC와 스마트폰의 메모리반도체 탑재량 증가가 전망된다. 이때 부족한 D램 공급과 맞물려 재고 감소세가 앞당겨지고 연말에는 공급부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D램의 가격 상승세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렌드포스는 올 2분기 D램 고정가격 상승폭을 기존 전망치인 3~8% 수준에서 약 10%p 높아진 13~18%로 상향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D램 생산능력 증설분 중 HBM에 배정되는 물량을 제외하면 전년 대비 공급 증가는 약 10%에 그칠 것"이라며 "수요 환경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으나 제조업체들이 하반기로 갈수록 재고를 적극 판매하며 가격 인상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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