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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설계 어쩌려고…10조 공사에 설계비 ‘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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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5-07 05:00:15   폰트크기 변경      
817억 설계비 책정 기준 및 방식 등 문제제기…촉박한 설계기간도 도마 위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 국토교통부


[대한경제=백경민 기자] 공사비가 10조원을 웃도는 역대 최대 규모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인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이달 발주될 예정인 가운데, 8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된 설계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설계비를 책정한 기준 및 방식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6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의 설계비는 817억원 수준이다. 총 공사비 10조5169억원의 0.8%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토부는 ‘건설엔지니어링 대가 등에 관한 기준’에 따라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이를 책정했다.

실비정액가산방식은 직접인건비와 각종 경비 등을 합산해 현장 집행 금액에 가까운 대가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공사비에 요율을 곱하는 공사비요율방식과 차이가 있다.

국토부는 다만, 이 공사에 대한 설계비를 책정하면서 관련 규정상 공항분야 기준이 따로 없어 가장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항만분야 설계 투입 인원수 산정 기준 등을 준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분야 토공, 배수공, 포장 등 공종은 항만분야와 유사하다”며 “항만분야 실비정액가산방식을 준용해 면적을 재산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비를 산출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는 공항분야 설계비 책정 시 실비정액가산방식을 적용한 것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과거 인천국제공항 등 대부분 공항 프로젝트가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설계비를 산출할 만한 근거가 미비해 공사비요율방식을 적용해왔다는 전언이다. 복합공종을 수반하는 공항분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항만분야 기준을 준용한 데 따른 볼멘소리도 높다.

실제 업계가 ‘엔지니어링 사업대가의 기준’에 따라 공사비요율방식을 적용해 설계비를 산출한 결과, 1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요율방식은 각종 경비 등을 포함하지 않아 이를 감안한 설계비는 1900억원 안팎이 적정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국토부가 산출한 설계비와 1000억원가량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엔지니어링 사업대가 기준에 명시된 요율은 국토부의 대가기준을 바탕으로 설정된 수치이기 때문에 1000억원 수준의 차이를 보일 수 없는 구조로, 국토부가 어떤 식으로든 손을 봤다는 것”이라며 “공항분야는 업무 구분 자체가 달라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대가를 산출할 수 없어 공사비요율방식이 관행화돼 있다. 앞서 국토부에 실비정액가산방식에 따른 산출 근거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엔지니어링사 고위 관계자는 “설계를 하려면 측량, 지질조사 등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 비용은 모두 경비에 포함된 것으로 이를 제하면 실질적인 설계비는 600억원에 불과하다”며 “BIM(건설정보모델링) 비용을 비롯해 턴키에서 설계비를 지급하는 관행 등을 고려하면, 설계사가 손에 쥐는 금액은 300억~400억원 수준에 불과한 셈”이라고 토로했다.

국토부는 〈대한경제〉와의 통화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타당성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을 진행 중인 엔지니어링사와 협의해 설계비를 산정했다고 밝혔지만, 확인 결과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해당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국토부가 공문을 통해 설계비를 산출해 제출하라고 해서 저희가 판단하는 기준(공사비요율방식)으로 1700억원 수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촉박한 설계기간도 도마 위에 오른다. 처음 시도하는 고난도 공사인 만큼 공을 들여 설계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집대성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한데, 정작 주어진 시간은 기본설계 150일, 실시설계 150일에 불과해서다.

다른 관계자는 “턴키 등 기술형입찰은 설계에 참여할 경우 건설사업관리에서 배제된다”며 “말도 안 되는 설계 여건을 감안하면 차라리 추후 건설사업관리 발주에 대비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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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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