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유 아이엠비디엑스 대표, 의사에서 기업가로…암 진단 세계서 ‘호평’ [스타트업 창업자 열전]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5. 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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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김태유 아이엠비디엑스 대표

5000억원.

올해 4월 초 상장한 아이엠비디엑스가 상장 당일 주가 상승으로 얻은 기업가치(시가총액)다. 이 회사는 상장 전부터 관심이 뜨거웠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2654.20 대 1의 경쟁률로 증거금 약 10조7827억원이 몰렸다. 바이오 업종(코스닥) 중 사상 최대 경쟁률. 공모가가 밴드 상단인 9900원을 31% 초과한 1만3000원으로 정해진 이유다. 4월 말에도 주가는 1만8000원대를 오르내리며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창업자 누구?

아이엠비디엑스는 액체생검(혈액·골수 등으로 암 진단) 플랫폼 전문기업을 표방한다. 이런 바이오 기업은 결국 원천 기술 보유자가 누구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전문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동 창업자는 김태유 서울대 의대 교수와 방두희 연세대 화학과 교수.

김 교수는 국내 종양내과 최고 권위자로 서울대병원 암병원장, 정밀의료센터장, 대한종양내과학회장을 지내고 지금은 대한암학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방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개발하며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계 석학이다.

두 교수는 2014년부터 암 유전체 분석이 임상에서 진단과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서울대 연구중심병원 과제연구)를 함께하며 인연을 맺었다. 여기서 얻은 연구 성과에서 그치지 않고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2018년 창업하기로 의기투합했다. SK그룹과 효성중공업 출신 경영 전문가인 문성태 대표를 영입해 오늘에 이른다. 창업 후 단기간에 암 진단 관련 액체생검 국내 시장점유율 1위, 해외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참고로 사명인 아이엠비디엑스는 ‘In My Blood Diagnostics’의 약자로 액체생검 사업을 하는 회사라는 의미를 담았다.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 창업자 김태유 대표. (아이엠비디엑스 제공)
왜 액체생검에 주목했나

“연구를 하다 보니 유의미한 성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연구라는 것이 거기서 그치고 또 다른 연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자칫 액체생검으로 암 진단을 하는 분야가 사장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이 분야에 도전하는 회사도 많이 없었고요.” (김태유 대표)

그길로 일단 관련 시장 규모부터 알아봤다. 해외 업체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데 글로벌 시장은 5조원대, 10년 후에는 24조원대로 훌쩍 클 것이라는 예상 자료가 많았다. 국내 시장 규모도 만만찮다. 한국에서는 연간 신규 암 환자 수가 약 30만명 정도 된다. 게다가 암 선고를 받은 후 5년 이내 치료하거나 관리하는 암 관련 환자 수는 120만명 정도다.

그런데 한국 암 진단 과정을 역추적해봤다. 건강검진을 하다 이상 소견이 나타나면 조직 검사를 하는 수순이 보통이다. 이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환자 입장에서 여러 암이 걸렸을 수도 있는데 단일 암만 가려낼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정밀 검진 과정에서 방사선 노출 위험도 있다.

액체생검은 혈액, 골수 등을 채취해서 어떤 암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어차피 병원 가면 하는 기본 검사 단계에서 여러 가지 암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으니 훨씬 경쟁력 있겠다고 봤다. 게다가 해외에서는 다중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스크리닝 회사 따로, 암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한 탐지 모니터링 기술을 보유한 회사 따로 등 분야별로 강자가 각각 있었다.

김 대표는 “이런 암 진단 솔루션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면 차별화할 수 있겠다고 보고 초기부터 진행암·재발 조기 진단, 스크리닝 시장에 종합적으로 도전했다. 10㎖ 정도만 채혈하면 8대 암을 스크리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분야 최고 권위자인 방두희 교수가 염기서열 변종, 즉 암으로 분류되는 세포를 인공지능(AI)으로 학습시켜 가려내는 기술을 더하면서 회사 기술력은 배가됐다. 덕분에 종전 검사에서는 발견하기 힘들었던 1㎝ 이하 작은 종양도 검출할 수 있게 됐다.

관련 기술은 한국에서는 특허 등록,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는 특허 출원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기술로 췌장암, 폐암을 가려내는 정확도는 84%, 대장암은 100%다. NGS 진단 분야에서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더불어 창업자가 서울대 임상의사인 만큼 전국 대학병원, 건감검진센터 등에 제품 효능, 서비스의 편리성 등을 설명할 때 설득이 어렵지 않게 이뤄졌다. 그 결과 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국립암센터 등 국내 34개 기관 검진센터에서 암 진단에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경쟁 글로벌 회사 제품 대비 기술력, 가성비까지 갖춰 지난해 말 기준 누적(2021~2023년) 처방 건수는 2098건에 달한다.

액체생검 암 진단으로 국내는 물론 대만 등 해외 진출에도 성공한 아이엠비디엑스. (아이엠비디엑스 제공)
시작부터 글로벌

김 대표는 “교수 시절 해외 학회에 갈 때마다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했다. 국내 의료 수준이 해외와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데 유독 암 진단 분야에서 해외 진출 성과가 적어서다. 그래서 기업을 만들고 ‘시작부터 글로벌 진출’을 화두로 삼았다.

창업 3년 만에 바람대로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암 초기 진단 ‘스크리닝’, 암 정밀 진단 ‘프로파일링’, 암 재발 방지 ‘모니터링’으로 전 세계 23개국에 서비스하고 있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이 중 대만에서 액체생검 분야 2위에 올라 있다.

해외 임상연구 동반진단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표적항암제인 린파자 처방 동반진단 협업을 했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진행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15개의 유전자를 탐지하는 동반진단 패널인 ‘알파리퀴드HRR’을 선보였다. 이를 아스트라제네카가 표적항암제 개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미 남미, 중동, 아시아 지역 9개 국가에서 이를 활용한 다양한 임상연구,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머크도 알파리퀴드를 활용한 표적항암제 동반진단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상장은 도전의 시작

“상장은 창업의 기나긴 여정 중 중요한 시작점이지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번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그동안 도전하지 못했던 미국 시장 진출부터 인도, 일본 현지법인 설립까지 계획대로 마무리 지을 예정입니다. 미국은 특히 다양한 인종이 있기 때문에 아시아인 빅데이터가 많은 아이엠비디엑스 서비스가 틈새시장을 개척할 여력이 충분합니다. AI를 보다 고도화해 암 진단 영역을 확대하고 비용은 경쟁사 대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있습니다.”

김 대표의 말이다.

이를 통해 대외 평가에서 기업가치 대비 적은 매출(지난해 약 40억원) 지적을 극복하고 해외 진출도 더 단단히 다질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임상의사로 연구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창업을 통해 다양한 글로벌 회사와 손잡고 K바이오 시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본보기 창업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7호 (2024.05.01~2024.05.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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