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팔레스타인의 ‘아랍 대봉기’…죽고 죽이는 ‘중동분쟁’의 시작[책과 삶]
팔레스타인 1936
오렌 케슬러 지음 | 정영은 옮김
위즈덤하우스 | 528쪽 | 2만8000원
1936년 4월15일 영국령 팔레스타인 텔아비브에서 유대인 이스라엘 하잔이 아랍인들의 총격에 목숨을 잃는다. 비밀결사 ‘검은 손’을 설립한 이맘(지도자) 이즈 알 딘 알 카삼의 복수를 위한 기부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1936년부터 3년간 영국령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아랍 대봉기’의 첫 번째 사망 사건이었다.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일어난 아랍 대봉기는 수천명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저널리스트이자 정치분석 전문가인 오렌 케슬러는 <팔레스타인 1936>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중동 분쟁’이 1936년 ‘아랍 대봉기’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중동 분쟁의 원점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에 이어진 ‘나크바(대재앙)’라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케슬러는 5년간의 취재로 아랍 대봉기 3년에서 중동 분쟁의 맹아를 발굴하려 시도한다.
팔레스타인 아랍인에게 대봉기는 처음으로 하나의 민족적 정체성을 이룬 사건이었다. 영국 위임통치 당국이 시온주의 세력의 뒤를 봐주고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하는 유대인이 늘어나자 아랍인들은 위협을 느꼈다. 하지만 대봉기가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팔레스타인은 전투력과 경제력을 상실했고,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으며, 지도자들은 추방당했다. 10년 뒤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건국할 때 팔레스타인은 무력했다.
대봉기를 목도한 시온주의 유대인들은 주권국가를 세우기 위해서는 무력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유대인들은 당시 최고 군사 강국이었던 영국에 무기와 훈련을 지원받았다. 현재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에게 시행하는 행정 구금(형사소송 절차 없이 구금을 무제한 연장하는 제도)은 대봉기 당시 영국 경찰에서 배운 것이다.
케슬러는 ‘서술식 역사서’를 썼다. 마치 소설처럼 목차 다음에 ‘등장인물’을 소개한다. 영국에서 유학한 엘리트이자 아랍민족주의 활동가인 무사 알라미, 나중에 이스라엘 초대 총리에 오르는 시온주의 지도자 다비드 벤구리온, 아랍 문화와 서양 문화 사이에서 갈등했던 지식인 조지 안토니우스 등은 모두 실존 인물이다. 이들을 주인공 삼아 역사적 장면들을 재구성해 현장감이 상당하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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