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내실경영 通했다…'쌓인 돈' 8조원 어떻게 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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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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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카드사 중 연체율 유일 감소…영업자산 줄이고 리스크 관리
과잉자본 상태, 주가 저평가 원인 지목…자사주 소각은 언제쯤?


삼성카드의 내실경영 전략이 빛을 발했다. 1분기 실적이 공개된 카드사 중 유일하게 연체율이 감소하면서도 견조한 순익을 시현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결과는 수익성 위주 경영을 해온 결과라는 평가다. 하지만 주가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과잉자본'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카드가 위치한 서울 중구 삼성본관 빌딩 ⓒ삼성카드 제공


유일하게 연체율 감소…연체 채권 관리도 안정적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적이 공개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삼성 등 5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총 5846억원으로 전년 동기(4604억원) 대비 27% 늘었다. 우리카드의 전년 동기 대비 순익이 37%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카드사들의 순익은 모두 증가했다.

이번 실적은 카드사들이 일제히 허리띠를 졸라 맨 결과로 풀이된다. 카드 업계 불황 요인이 지속되자 카드사들은 일제히 비용을 줄이며 효율화 전략을 택했다. 국민카드와 삼성카드는 판매관리비를 각각 9.4%(150억원), 3.6%(173억원) 줄였다. 신한카드의 판관비 증가폭도 4%로 영업수익 증가율(12%)보다 낮췄다. 비용 절감이 실적 개선으로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건전성 우려는 여전하다.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다. 신한카드의 경우 연체율이 1.56%로 9년 만에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고, 하나카드는 1.67%에서 1.94%까지 뛰었다. 통상 카드사 연체율이 2%에 진입하면 위험 수준으로 인식한다.

반면 삼성카드의 분위기는 다르다. 삼성카드의 1분기 연체율은 1.1%로 이들 카드사 중 유일하게 전 분기(1.2%) 대비 감소했다. 전반적인 연체율 추이도 전 분기 잠시 주춤한 것을 빼면 1% 초반대로 타사에 비해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평가다.

연체 채권 관리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업황 악화로 카드사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일제히 오른 가운데, 삼성카드는 0.95%로 업권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덕분에 지난해 카드사들이 부실채권을 매각하며 수익성 개선에 열을 올릴 때 대출채권 매매익 없이 실적을 선방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건물 ⓒ 시사저널 박정훈


"내실 기반 효율 경영 강화할 것"…김대환 대표 전략 통했나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잡은 데엔 삼성카드 특유의 내실 경영 전략이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카드는 2010년대 후반부터 덩치를 키우는 대신 영업자산 규모를 축소하고 카드사업 역량을 강화해 내실을 다지는 영업정책을 펼쳤다. 같은 기간 투자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외형 확장 전략을 펼친 일부 카드사들과 대조되는 행보다.

이는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카드의 영업자산 잔액은 24조7693억원으로 전년 말(26조2175억원) 대비 2조원 이상 줄었다. 이 중 할부금융과 리스 등 비카드 사업의 비중은 3.5% 수준으로 신한(29.3%) 국민(15.5%)와 비교하면 적은 규모다.

비카드자산 중에서도 부실 위험이 높은 대출 자산은 축소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가계대출 잔액은 532억원에서 340억원으로 36.1% 줄어들었다. 반면 신용판매의 비중은 2022년 말과 동일한 71.2%로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다른 은행계 카드사와 달리 삼성카드는 1분기 실적에서 건전성 지표가 안정화됐다"며 "2023년부터 위험 대출인에 대해 한도를 축소하는 것을 비롯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결과"라고 분석했다.

자본 8조원 쌓였는데…올해도 내실만 다질까

하지만 이로 인해 수년 째 쌓인 '놀고 있는 돈'은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카드가 수익성 위주 경영을 고수하며 불린 자본은 8조원이다. 이는 국내 8개 카드사 중 가장 많다. 영업 확장 여유가 넉넉한 데도 지나치게 돈을 보수적으로 굴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낮은 자본효율성은 레버리지 배율에서 나타난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레버리지 배율이 감독당국이 정한 한계선 수준인 5~6배 수준이지만, 삼성카드는 3.5배에 그친다. 레버리지 배율은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임과 동시에 자기자본을 얼마나 잘 굴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다시 말해 삼성카드의 자본효율성이 다른 카드사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업계에선 삼성카드가 경영전략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여전채 금리가 안정화되지 않았고, 조달비용 압박이 여전해서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업계 전반의 연체율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대손비용도 오르는 추세다.

다른 방식으로 자본을 축소하기도 여의치 않다. 삼성카드는 코스피 상장사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감자를 통한 자본 축소가 쉽지 않다. 배당 성향 역시 40%를 웃도는 터라 무작정 늘리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과잉자본'은 삼성카드 주가 저평가의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산정에 자기자본이 활용되는 만큼, 자기자본을 낮추면 PBR과 ROE 개선에 도움이 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카드의 상품자산 대비 레버리지 배율이 3.1배에 불과해 타사 대비 과잉자본 상태에 있다는 점에서 자사주 소각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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