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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2금융권의 부실 부동산 PF(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경공매를 3개월 단위로 의무화 한 이유는 2금융권의 '버티기'와 무관치 않다. 새마을금고만 해도 연체율 7%대를 이미 돌파했는데도 "손해는 보지 않겠다"며 사업장 매각에 소극적이다. 향후 금리가 하락할 경우 부실 사업장이 다시 우량 사업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2금융권에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단독]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3개월마다 PF 경공매.. 땅값조정 본격화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새마을금고·신협 등 2금융권은 1년 새 연체율이 크게 높아졌다. 저축은행의 지난해말 연체율은 6.55%로 2022년말 3.41%에서 2배 가까이 올랐다. 올해 1분기엔 연체율이 7~8%대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도 지난해말 5.07%를 기록한 후 올해 2월 7%대에 진입했다. 2022년말만 해도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3.59%에 불과했다. 신협 역시 지난해말 연체율은 3.63%였으나 올해 2월 5%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2금융권은 부동산PF 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어나면서 수익성도 급격히 악화했다. 특히 브릿지론 취급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이 직격탄을 맞았다. 저축은행의 지난해말 부동산PF 잔액 22조1000억원 중 브릿지론 성격의 토지담보대출은 12조5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해말 금융당국은 브릿지론 등 사업성이 없는 부동산PF 사업장의 충당금을 산정할 때 예상 손실을 제대로 인식할 것을 주문했다.

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에도 충당금 부담으로 인해 1000억원대 규모의 적자를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순손실은 527억원으로, 적자 폭이 1년 새 2배 이상 커졌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순이익이 860억원으로 적자를 면했지만 1년 전 1조5573억원과 비교하면 95% 급감했다. 신협의 순이익도 같은 기간 5706억원에서 212억원으로 96% 줄어들었다.

건전성·수익성 지표가 일제히 나빠지고 있으나 2금융권에선 부동산PF 사업장을 정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저축은행은 적립해놓은 충당금 규모까지 감안해 원금의 70% 정도 가격을 매각가의 마지노선으로 보지만 원매자 쪽에선 원금의 40~50% 수준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하는 가격차이가 크다보니 경공매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로 경공매가 활성화되면 저축은행의 원금 손실은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4개 저축은행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리면서 저축은행 업권이 부동산PF 사업장을 경공매로 처리하면 30~50%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나신평이 예측한 저축은행 업권의 손실은 적게는 2조6000억원, 많게는 4조8000억원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간 저축은행 업권에선 손해를 감수하는 최저선을 원금의 70%로 보고 경공매를 진행했다"며 "앞으로는 경공매를 3개월마다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70%가 무너져도 가격을 계속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새마을금고,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까지 부실 PF 사업장을 본격적으로 경공매 시장에 내놓을 경우 '거품' 논란을 빚고 있는 사업장 땅값이 조정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다음달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장 재평가 기준을 공개하면 경공매 활성화 방안이 더해져 본격적인 가격 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