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주가 ‘뚝’…언제쯤 회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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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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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쪼개기 상장


HD현대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을 추진하면서다. 여기에 정부의 증시 부양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이 겹치며 주가 상승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HD현대가 실망한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향후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 발표와 함께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가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주사 주가 집단 부진

쪼개기 상장 논란까지

4월 24일 종가 기준 HD현대 주가는 4월에만 10% 하락했다. 7만1900원으로 4월을 맞은 주가는 4월 24일 6만4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6%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HD현대 주가 부진이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HD현대 주가 부진 원인으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을 가장 먼저 꼽는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을 처음 밝힌 1월 17일부터 1차 세부계획을 공개한 2월 26일까지 HD현대 주가는 5.6% 상승했다. 그러나 정부가 공개한 밸류업 프로그램 1차 세부계획이 시장 기대와 달리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이후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박종렬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안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지주사 주가가 대부분 밸류업 테마가 최초 형성되던 시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며 “이후 여소야대 정국에 따른 밸류업 프로그램 동력 상실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며 지주사 주가 낙폭을 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자회사 쪼개기 상장 논란까지 휘말렸다. HD현대가 지분 62%를 보유한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한다는 소식에 HD현대 주주들은 실망감을 표출했다. 그동안 지적이 끊이질 않았던 모·자회사 동시 상장이 또다시 반복된다는 이유에서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주식 시장에 동시에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 중복 계산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자회사 물적분할 후 상장한 경우 대부분 모회사와 자회사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메리츠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2021년부터 2023년 2월까지 모·자회사 동시 상장한 기업들 주가를 분석한 결과 전체 22건 사례 중 6건을 제외한 16건 사례에서 상장 후 1년간 모·자회사 주가가 동시에 하락했다. 나머지 6건 사례 중 모·자회사 주가가 동반 상승한 경우는 2건에 불과하며 모회사 주가는 하락하고 자회사 주가만 오른 경우가 3건, 자회사 주가는 하락하고 모회사 주가만 오른 경우가 1건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뱅크를 분할 상장한 카카오 주가는 카카오뱅크 상장 후 1년간 44% 하락했으며, 카카오뱅크 주가 역시 54% 떨어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분할 상장한 SK케미칼 주가 역시 1년간 60% 하락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상장 후 1년 동안 12% 떨어졌다. 지난 2021년 9월 HD현대중공업을 분할 상장한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HD현대중공업 주가는 1년간 8% 올랐으나, HD한국조선해양은 20% 내려갔다.

그 외 자회사가 상장한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회사들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해 자회사가 상장한 삼기(-10%), 두산(-18%), 에코프로(-5%), LS전선(-3%) 등이 자회사 상장 후 한 달간 주가 하락세를 보였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가 상장하면 투자가 분산될 수밖에 없어 기존 주주에게는 불리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중복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중복 계산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자회사 상장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존 주주에게 이익이 하나도 안 가는 구조라면 상당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HD현대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GRC) 전경. (매경DB)
자사주 소각 계획 아쉬워

주주환원 확대 지켜봐야

향후 HD현대 주가는 어떻게 될까. 지주사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자회사 실적 개선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이다. 두 번째는 지주사의 주주환원 노력이다. 세 번째는 신성장동력 확보 여부가 꼽힌다.

증권가는 올해 HD현대 자회사 실적이 대체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본다. 조선 부문의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삼호 모두 올해 견조한 실적이 예상된다. 변압기 부문의 HD현대일렉트릭과 건설기계 부문의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도 올해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자회사 호실적에 힘입어 올해 HD현대 영업이익은 2조6680억원으로 전년(2조316억원) 대비 31%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유가 약세로 인해 영업이익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HD오일뱅크 정도가 HD현대 실적의 부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지난해에도 나머지 자회사들이 호실적을 기록했으나 HD현대오일뱅크 실적 부진으로 HD현대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신성장동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HD현대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과 헬스케어, 연료전지, 디지털 등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보고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2021년 1월 AI 자율주행 전문회사 아비커스를 설립했으며, 같은 해 7월에는 암 환자 특화관리 솔루션 업체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했다. 발전·선박용 연료전지(SOFC)와 주변기기 개발에 대한 투자도 계획 중이다.

결국 주주환원 정책이 향후 주가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HD현대가 주주환원 여력과 의지는 있다고 판단한다. 지난해 HD현대 배당 성향과 배당수익률은 각각 33%, 6%로 최근 10년간 한국 기업 평균인 22%, 2%를 웃돌았다. 지난해 2~3분기에 각각 900원과 기말 1900원 등 총 주당배당금은 3700원이었다. 올해는 1~3분기 각각 900원과 기말 1300원으로 연간 4000원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6%로 예상된다.

다만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한 소각 계획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2024년 3월 12일 기준 HD현대 자사주 비율은 10.5%다. 박종렬 애널리스트는 “HD현대의 배당 성향과 배당수익률은 동종 업계에서도 우수한 수준”이라면서도 “자사주 소각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주환원 확대라는 대명제를 감안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회사의 입장이 필요하다”며 “자사주 소각에 대한 회사 방침이 확정된다면 주가 추가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은 오는 5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온 이후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5월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와야 그에 맞춰 회사가 배당 확대 같은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HD현대가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내놓는다면 새로운 주가 상승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7호 (2024.05.01~2024.05.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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