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때나 먹고 약효 빨라졌다...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춘추전국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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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9. 오후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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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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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캡·펙수클루·자큐보
국산 신약, 위산억제제 지형도 바꿔

최근 국내에서 세 번째로 개발된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신약이 시판 허가를 받으면서 국산 치료제의 공세가 거세질 전망이다. 얼마 전 국 개비스콘의 TV광고 중 일부. 개비스콘은 위산을 없애는 제산제다. /광고 캡처


제일약품의 자회사인 온코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자큐보정(성분명 자스타프라잔)이 최근 시판 허가를 받으면서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명치나 명치 위쪽으로 신물이 넘어오거나 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역류성식도염은 한국인 10명 중 1명이 앓지만 대수롭지 않은 병처럼 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중소 제약사들까지 신약 개발에 뛰어들면서 개발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종근당⋅동아제약⋅유한양행⋅SK케미칼⋅LG화학⋅한미약품⋅HK이노엔 같은 대형 제약사들이 주도하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개발에 중소회사에 머물던 제일약품까지 나서고 있다.

역류성식도염은 식도 괄약근이 느슨해져서 위장으로 내려간 음식물이 역류하면서 생기는 병이다. 국내에선 490만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역류성식도염 치료에는 주로 위산 억제제를 쓴다. 위산이 묻은 음식물이 역류하면 위 벽이나 식도 벽에 상처가 생기니 이를 막는 방식이다. 4~8주 정도 위산을 억제하면 증상도 완화한다.

역류성식도염 치료제로 얼마 전까지는 프로톤펌프억제제(PPI)가 주로 쓰였다. 이 치료제는 위벽에서 산(酸)을 분비하는 펌프의 활동을 억눌러서 위산 분비를 막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성분명 에소메프라졸)’과 한미약품이 개발한 넥시움의 복제약인 ‘에소메졸’이 대표적인 PPI 의약품이다.

하지만 PPI는 위산이 활성화하기 때문에 식사 30분 전 복용해야 하고 약효가 온전히 나타나기까지 3~5일 정도 걸린다. 반면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서 저녁 시간에 약을 먹으면 자다가 약효가 떨어져 속쓰림이 생기는 경우도 잦다.

PPI 시장이 흔들린 것은 HK이노엔이 지난 2019년 토종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을 내놓으면서다. 케이캡은 PPI가 아닌 3세대 위산 억제제로 불리는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P-CAB)’로 불린다.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효소를 차단해서 위산 분비를 막는 원리다.

케이캡은 특히 식사와 관계없이 아무 때나 먹어도 되고, 약효도 빠르며 오래 지속된다. 케이캡은 출시 2년 만인 2021년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대웅제약도 시장성을 확인하고 지난 2022년 10월 P-CAB에 해당하는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를 신약으로 개발해 판매에 돌입했다.

제일약품이 개발한 자큐보도 케이캡과 같은 3세대 위산 억제제다. 업계는 그동안 신약 연구개발(R&D)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제일제약까지 개발에 뛰어든 것은 그만큼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선 3세대 억제제만 3종이 잇따라 나오면서 마케팅 경쟁은 점차 과열될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제약사들은 P-CAB 신약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전체 시장이 크게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같은 3세대 억제제지만 회사별로 다른 성분으로 신약 허가를 받아서 제품별로 특징과 효과가 다르다는 점도 시장 확대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P-CAB 신약은 벌써부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9000억원대로 성장했는데 2세대 치료제인 PPI가 80%가량을 차지한다. 반면 올해 1분기 국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처방액 상위 10개 품목 중 PPI 계열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줄었다. 신약인 P-CAB 제품 매출은 638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업계는 P-CAB 시장이 올해 3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하며 지난해 2176억원보다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K이노엔과 대웅제약은 역류성식도염 외에도 위산이 너무 많이 분비돼 건강을 해치는 질환으로 케이캡과 펙수클루의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치료나 위궤양과 위염에도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도 위궤양 등으로 자큐보의 적용 질환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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