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 장비 특허만 2000개… 이재용이 찾은 獨 ‘수퍼 부품사’는

이정구 기자 2024. 4. 29.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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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줄서는 ASML 장비에 부품 3만개 납품… ‘수퍼乙’의 ‘수퍼乙’
이재용(앞줄 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6일 독일 오버코헨에 있는 글로벌 광학기업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자이스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이재용 회장의 이번 방문이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핵심 기술 분야에서 삼성전자-ASML-자이스의 ‘3각 협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두 번째 해외 출장으로 지난 26일(현지 시각) 독일을 찾았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관련 특허를 2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히든 챔피언’ 글로벌 광학 기업 자이스(ZEISS) 본사를 찾았는데, 삼성전자와 자이스는 ‘반도체 생태계’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직접 거래 관계는 없다. 따라서 이 회장의 자이스 방문도 이번이 처음인 데다 이례적이었다.

‘가교 역할’로 자이스에서 EUV 부품을 공급받아 최첨단 반도체 장비를 독점 생산해 삼성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는 ‘수퍼 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동석했다. 지난 25일 ASML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크리스토프 푸케 CEO가 업무 개시 하루 만인 이날 자이스를 찾았다. 이 회장은 푸케 CEO, 칼 람프레히트 자이스 CEO와 함께 첨단 반도체 생태계 3각 협력을 논의했다. 3사 관계자 단체 사진 뒤에는 태극기, 네덜란드 국기, 자이스 깃발이 나란히 걸렸다.

협력 구조를 보면 삼성전자와 자이스는 중간에 ASML을 두고 있어 직접 거래하는 관계는 아니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에선 원천 기술을 가진 기업과 협력이 차세대 제품 개발 등 사업 성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ASML의 EUV 장비 1대에 들어가는 자이스 부품만 3만개가 넘고, 삼성전자는 ASML 장비를 바탕으로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한다. ASML도 최근 연차 보고서를 통해 “ASML 노광 장비 생산량은 핵심 공급사인 자이스 생산능력에 달렸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ASML에 이어 장비 업체의 핵심 부품 회사까지 직접 방문해 공급망을 점검하고, 최신 반도체 부품이 생산되는 모습까지 살핀 것이다.

◇수퍼 을의 수퍼 을 ‘자이스’

삼성, TSMC,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곳이 ASML이다. EUV 장비를 단독 생산하는 ASML의 장비를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차세대 반도체 생산능력이 갈리기 때문이다.

이 ASML이 의지할 수밖에 없는 부품 회사 중 하나가 카메라 렌즈로 유명한 독일 자이스다. ASML의 EUV 장비는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찍어내는 노광 공정에 사용된다. 특수 제작된 반사거울을 여러개 이용해 빛을 반사시키는 방법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데, 초미세 공정에 필수 장비다. 이 특수 반사거울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들 수 있는 곳이 자이스다. 자이스는 2010년대 중반 원자 단위로 유리를 가공해 EUV용 특수 거울을 개발했고, 이를 ASML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2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ASML의 차세대 EUV 노광 장비 ‘하이(High) NA EUV’에서 자이스의 기술력이 핵심이다.

삼성 관계자는 “초미세 공정의 핵심인 최신 하이 NA EUV 장비는 아직 완성형 기술이 아니어서 반도체 제조사 환경에 맞게 성능, 생산성, 수율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협력과 소통이 중요하다”며 “인텔에 이어 삼성도 해당 장비를 조만간 들일 예정이어서 자이스와 기술적인 협력을 강화한 것”이라고 했다.

◇‘3사 협력’으로 반도체 초격차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운드리(위탁 생산)에서는 세계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관련 사업에 재진출한 인텔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주력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도 경쟁자들이 바짝 따라오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과 치열한 초미세 공정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는 장비 업체인 ASML, 핵심 부품사인 자이스의 3각 협력을 강화해 반도체 초격차를 다시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ASML은 함께 1조원을 투자해 한국에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R&D) 센터를 추진하고 있고, 자이스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2026년까지 480억원을 투자해 R&D 센터를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EUV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시장을 주도하고, 연내 EUV 공정을 적용해 6세대 10나노급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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