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오찬 제안을 거절하기 전 자신과 당을 이끈 전 비대위원들과 지난 4월 16일 만찬을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전 위원장과 소통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기자에게 "지금까지 한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울타리 안에 있어 보호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이제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데 가능할지 걱정된다"고 했다. 아직은 가장 유력한 보수진영의 대선주자이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안한 이유로는 크게 4가지가 꼽힌다.
그가 '반윤' 깃발을 들 수 있을까
첫째 반윤(反尹) 깃발을 들 수 있느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관계는 과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이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한 전 위원장의 대선 경쟁력을 부정적으로 봤던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반윤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법무부 장관도, 비상대책위원장도 사실 윤 대통령이 만들어준 것이다. 결국 윤 대통령과 차별화가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다만 세간의 이런 생각과는 달리 한 전 위원장은 총선을 거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윤 대통령 품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을 단순한 '배신자'로 바라보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자기 정치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과거 유승민 전 의원이 겪었던 고충이기도 하다.
둘째 검사 출신에 대한 피로감이다. 야당에서는 윤석열 정권을 '검찰 정권'이라고 공격하는데, 소통방식에 대해서는 여당 내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법조 취재기자들은 한 전 위원장이 자기관리가 뛰어났다고 기억한다. 기수에서 선두를 달렸기에 조심하면서 검사장까지 올라갔다는 것인데, 그와 여러 인연으로 가까울 것 같은 누구도 막상 자신이 한동훈과 친하다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측근이라고 알려진 김경률 전 비대위원도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모든 대응을 혼자 해야 한다. 그러다 상처를 입게 된다는 우려다.
셋째는 '보수' 정체성 문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보수는 진보진영에 비해 소수라는 평가가 많다. 보수가 단결만 하면 승리하던 시대가 아니다. 이는 그간의 선거 결과가 증명한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도 확장이 절실하다. 한 전 위원장도 이러한 사실을 인식해 호남을 배려하고 과거 운동권 출신들을 영입하는 등의 노력을 했으나 전통적인 보수층의 반발에 직면했다. 확실히 보수층을 자신의 기반으로 만들어야 그 후 확장도 가능하다는 교훈을 얻었을 법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최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비서실장으로 고려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지지율이 더욱 추락했다. 보수에서 시작한 정치인이 아니기에 지지층이 더욱 민감하게 '정체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동훈 전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넷째는 '대야 공격수'가 몰고올 반작용이다. '너는 얼마나 깨끗하냐'고 상대방이 달려들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 조국혁신당은 국회 개원 후 '한동훈 특검법'을 예고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 딸 '스펙 쌓기' 의혹의 진상을 가리자는 주장이다. 한 전 위원장이 대선 후보로 본격적으로 나서면 야권에서 '처가 문제' 역시 들고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적으로 이미 처리된 문제라고 하더라도 흠집내기는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