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측우기' 기반 고수문기후 극한사상 연구
측우기는 세종대왕 재임 기간에 탄생한 발명품으로, 강우량 측정이 목적이다. 매해 비가 오는 양을 측정해 기록했으며, 측우기를 통해 농사에 도움이 되는 강우량을 추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시 선조들의 지혜가 묻어있는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4기환경연구센터 임재수 박사 연구팀은 이 같은 측우기 사례를 착안해 'Geo측우기 기반 고수문기후 극한사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측우기를 통해 측정했던 정보가 미래를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처럼, 더 오래된 기후 정보가 있다면 미래의 기후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Geo측우기'는 Geology(지질)와 측우기가 조합된 이름으로, 땅속에 보관된 과거 '수문기후'(강수정보) 지질기록체를 의미한다. 과거 강수량과 가뭄 빈도 등을 알 수 있는 수문기후 정보는 호수나 습지 퇴적층 속에 잘 보존돼 있으며, 연구팀은 선조들의 지혜를 계승한 Geo측우기를 통해 과거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04년 이후 기상 관측으로 데이터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축적한 데이터로는 50년, 100년에 한 번 찾아오는 긴 주기의 대홍수 등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연구팀은 Geo측우기 내에 수년 단위 혹은 수십 년 단위의 과거 기후 정보를 축적해 이용한다면, 보다 신뢰도 높은 미래 기후 예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Geo측우기는 주로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 보관돼 있다. 연구팀은 제주도의 산정호수로 유명한 사라오름과 물장오리 등에서 시추작업을 통해 과거 호수퇴적층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연대와 지화학, 그리고 원소 등을 분석하고, 과거 1만 년 동안 제주도에 나타난 극한 홍수 사건이 주로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일어난 것임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또 부안군에 위치한 연안 퇴적층의 고해상도 지화학 분석 결과를 통해, 과거 극한 기후 변화 동안 나타나는 수문 변동이 전 지구적인 여름 몬순(계절에 따라 바람 방향이 바뀌는 현상) 세기와 열대수렴대의 위도별 위치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자연이 새겨놓은 기록들을 해석하고 동시대 혹은 미래에 전달함으로써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지구과학기술 분야 국가대표로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노력으로 안전한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연구는 지난 1월에 열린 지질자원연 2020-2024 기본사업 성과발표회에서 직원 투표를 통해 우수과제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