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에 열린 ‘우 순경 사건’ 위령제…“희생자 한 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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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6. 오후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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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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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2년 전 오늘(26일), 경남 의령군에서 경찰관이 총기를 난사해 마을 주민 수십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있었습니다.

국내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록된 '우 순경 사건'인데요.

그 희생자 넋을 기리는 위령제가 처음 열렸는데, 남은 가족들의 슬픔은 여전했습니다.

최진석 기잡니다.

[리포트]

늦은 밤 사람들이 트럭에 가득 실린 나무 관을 옮깁니다.

다음 날 시작된 장례 절차, 상여 행렬이 이어집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사람들, 마을은 온통 울음바다로 변했습니다.

1982년 4월 26일 오후 경남 의령경찰서 궁류지서 소속 경찰관 우범곤이 무기고에서 총과 수류탄을 들고 나왔습니다.

동거녀와 싸운 뒤 술에 취해 8시간 넘게 마을을 활보하며 주민들에게 총을 난사하고 수류탄까지 던졌습니다.

56명이 죽고 34명이 다친 '우 순경 사건'.

지금까지도 국내 총기사건 가운데 최대 참사입니다.

[당시 KBS 뉴스 : "사망자에 대한 장례는 가족장으로 지내고, 일가족이 모두 참변을 당한..."]

하지만 군사정권 아래 보도는 물론,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금기시됐고 유족들은 슬픔을 속으로 삭여야 했습니다.

[배병순/우 순경 사건 유가족/당시 부상자 : "(쌓였던 한이) 어떻게 풀린다는 소리는 못 합니다. 내가 눈을 감으면 풀리겠지. 내가 눈을 감으면 풀리겠지."]

희생자를 추모하는 첫 위령제,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딸은 부치지 못한 편지에 그리움을 담았습니다.

[전도연/우 순경 사건 유가족 : "엄마와 추억이 많았던 이곳에 오게 되면 내가 무너질까 봐, 살아갈 힘이 없어질까 봐 (오지 못했어요)."]

같은 비극을 공유한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슬픔을 나누기까지 걸린 42년의 세월, 유족들의 요구로 이번 위령제에 경찰은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아픈 역사를 돌아보는 추모공원은 올해 말 완공됩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촬영기자:권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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