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지난 2018년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부광약품과 파트너십을 맺어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바이오사업은 눈앞의 성과가 아닌 신약 파이프라인의 미래 가치를 따져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JV를 설립한 이듬해 벤처회사인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하며 이 회장은 단순한 관심을 넘어 애정을 드러냈다. 바이오 투자가 정점을 찍은 시점은 2022년 부광약품 지분 10.9%를 인수하면서다. 탐색을 마치고 경영에 발을 들인 것이다.
그는 그동안 "바이오는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의중을 안팎에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그룹과의 결합이 무산된 상황에서 바이오 경영의 플랜B로 이제영 OCI홀딩스 최고전략책임자(CSO, 전무)를 낙점했다. 부광약품의 밸류업 방안 중 하나로 콘테라파마 상장이 거론된 만큼 이 전무가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무는 이달 30일 열리는 OCI홀딩스 1분기 콘퍼런스콜을 주관한다. 그동안 시장과의 소통 창구는 이 회장이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때도 이 회장이 직접 등장했다. 이번 콘퍼런스콜은 한미약품그룹과의 동맹이 무산된 직후 열려 바이오사업의 청사진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콘테라파마 상장을 언급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통 OCI맨이 아닌 그는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17년간 검사로 재직하다 2019년 OCI에 합류했다. 처음부터 그룹 내 입지가 탄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여러 계열사의 감사직을 맡으면서 그룹 사정을 빠르게 파악했고 이에 힘입어 지난해 이 회장 취임과 맞물려 C레벨 임원으로서 역할이 커졌다.
이 전무의 역할은 부광약품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부광약품은 바이오에 대한 이 회장의 꿈이 처음 실현된 곳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까지 부광약품을 직접 경영하다 올 초 이 전무에게 바통을 넘겼다.
부광약품은 2022년 OCI그룹에 편입된 직후 줄곧 각자대표 체제였는데 지금은 이 전무가 혼자 맡고 있다. 이 전무가 이 회장의 신뢰를 얻어냈다는 방증이다.
부광약품은 2022년 영업이익이 적자전환된 뒤 이듬해 손실이 375억원으로 커지는 등 OCI 계열 편입 이후 실적이 좋지 못했다. 방만하게 관리된 유통 마진을 다시 조이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제품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2년간 재정비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경영 개선 조치가 마무리된 올해 1분기 연결기준 1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개별 기준으로는 흑자를 냈다.
당초에는 국내 시장 상장을 준비했다. 적자 회사도 상장이 가능한 기술특례상장 로드맵을 구상했지만 기술성 평가에서 매번 가로막혔다. 이달 초 부광약품은 에이치델타사모투자합자회사로부터 콘테라파마 지분 24.42%를 사들였다. 코스닥 상장이 무산되자 풋옵션 행사를 통해 투자자에 원금에 웃돈까지 주고 지분을 되사온 것으로 파악된다.
부광약품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보고 있다. 콘테라파마 지분 98.56%를 확보해 이전보다 의사결정의 제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주주 간 협상으로 국내 상장만 검토했다. 덴마크 회사임에도 재무 및 기업활동(IR) 기능이 콘테라파마 한국지사에 묶여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제는 지분을 추가 확보해 향후 해외 시장도 열어둘 수 있게 됐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주요 경영진이 모두 외국인인데 국내 상장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졌다"며 "홍콩, 싱가포르, 유럽 등 상장에 유리한 시장을 찾겠다"고 말했다.
2020년 시리즈 B라운드 당시 5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당 가치는 약 31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토대로 환산한 콘테라파마 가치는 약 2000억원이다.
최근 부광약품은 주당 약 40만원에 지분을 양수했다. 회사가 평가한 지분 24.42%의 가치는 560억~766억원이다. 이를 환산한 기업가치는 2400억~3100억원이다.
올 하반기 JM-010의 임상 2단계를 마친 뒤에는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유럽에서 진행 중인 임상 2상이 끝난 뒤 상장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