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환 엑스알비 대표, “바나듐 배터리 기술 선도...이르면 연말 파일럿 공장 설립”

황승환 엑스알비 대표
황승환 엑스알비 대표

“비리튬계 배터리 기업을 키우려면 전체 서플라이 체인을 면밀히 살펴 국내 생태계 활성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황승환 엑스알비 대표는 “저가공세를 앞세운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대응할 수 있는 비리튬계 배터리는 바나듐 배터리가 거의 유일하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황 대표는 이르면 올해 말 파일럿 공장을 설립해 국내외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존 리튬 계열 배터리 대비 엑스알비의 바나듐 배터리 'XRB'의 장점은.

▲가격(설치비용 및 운영비용), 안전성, 폼팩터 세가지를 들 수 있다. XRB( Expandable Redox Battery)는 리튬배터리보다 설치 비용이 다소 높지만 10배 이상의 충방전 사이클이 가능하다. LCOS(전체 에너지 균등화 저장 비용) 기준으로 보면 kWh당 수배에서 수십배 비용이 저렴하다.

엑스알비는 다른 플로우 배터리 업체에 비해 같은 비용으로 3배 이상 출력을 낼 수 있는 기술과 스택(반응기) 내부 열과 압력을 3분의 1 이하로 낮출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설치비용과 유지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안전성 측면에서 VRFB는 기본적으로 수계에 전해질이 담겨있어 리튬배터리와 달리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없다.

폼팩터 관련해서 저장장치는 크게 이동형과 정지형으로 나뉜다. 이동형은 대표적으로 전기차(EV)용이다. 이때는 단위체적당 혹은 단위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중요한데 현실적으로 리튬계가 제일 우수하다.

정지형인 경우 우리가 흔히 보는 컨테이너 타입의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대표적이지만 이 경우도 발전이나 송배전용이 아닌 빌딩 내 ESS·UPS, 도심내 EV 충전, 친환경 선박 등에는 공간적 제약이 많다. 설치 환경이나 기한의 제약도 있다.

기존 플로우 배터리는 이러한 제약 때문에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으나 엑스알비의 정체형 배터리 제품군인 SVRB 배터리는 리튬과 같은 소형사이즈의 폼팩터를 갖고 있어 시장 전망이 밝다.

-국내외 시장 전망은.

▲국내의 경우 정부의 계획안에 의하면 앞으로 10년간 백업설비 26.3GW 확보를 위해 약 40조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분산전원법이 오는 7월 발효되고 재생에너지 전기저장 판매사업이 가능해진다. 또한 2019년 이후 ESS의 잦은 화재사고 이후 침체된 시장이 플로우 배터리의 부상으로 새롭게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에서 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플로우 배터리 시장은 2030년에는 1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중국, 미주, 호주 등에서 기가 단위의 실증 진행 중이며 신재생 에너지가 늘수록 장주기 ESS 시장이 커지는데 최근 트렌드는 일단위, 주단위 등 초장주기 ESS 시장이 급격히 부상 중이다. 이는 파워와 용량이 분리된 솔루션인 플로우 배터리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황승환 엑스알비 대표, “바나듐 배터리 기술 선도...이르면 연말 파일럿 공장 설립”

-XRB 개발 및 실증 현황은.

▲장주기에 적합한 고출력 플로우 배터리인 UP-RFB와 건물·선박 및 EV충전소용인 정체형 배터리 SVRB 개발을 완료했다. 기존 바나듐 전해질 외에 좀더 가격이 저렴하고 에너지밀도가 높은 레독스 커플을 연구하고, 발전 및 송배전 실증은 진행 중이다. SVRB는 각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하기 위해 업계 선도 그룹과 공동 연구 개발 중이다.

-상용화 및 주요 기업과의 협력 계획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파일롯 공장 설립을 통해 국내외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내 에너지관련 대기업과 협력 중이다. 해외 시장은 국내보다 앞서있어 합작회사(JVC) 형태로 국내와 시차를 두지않고 공략할 방침이다.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EV 시장은 캐즘에 묶여 잠시 주춤하고 있으나 ESS라는 못지않은 거대 시장이 있다. 리튬계 ESS시장은 저가공세를 앞서운 LFP 계열의 중국제품이 휩쓸고 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비리튬계 배터리는 현재까지 검증된 플로우배터리가 거의 유일하다. 국내에서 비리튬계 배터리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세계적인 비리튬계 배터리 기업을 양성하려면 생태계 활성화와 육성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 공공입찰시 가격 및 물량공세의 대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해외 선진국처럼 신기술 ESS에 부여하는 물량 쿼터제가 필요하다.

또 다양한 금융지원책이나 신재생 에너지 연계 ESS에 일정부문 REC를 부여하는 정책 등의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국내 비리튬계 ESS 산업을 육성하고, 국내에서의 충분한 검증을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플로우 배터리 전체 서플라이 체인을 면밀히 살펴 전해질이나 전극, 분리막 등 전체 공급망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정책도 요구된다.

이호준 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