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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에서] 챗GPT를 학교 수업에 쓸 수 없는 3가지 이유

윤석진 기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이 나라의 백 년을 좌우할 큰 계획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하지 못했습니다. 교사 한 명이 학생 여러명에게 같은 내용을 수업하는 방식은 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마차가 자율주행 자동차로 바뀌고 편지가 SNS로 바뀌는 동안 교실은 성역처럼 남아 네모 반듯한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달라질 조짐이 보입니다. 코로나19와 챗GPT 덕분입니다. 학교가 가지 않아도, 선생님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은 교육 혁명 사례를 짚어보기 위해 '교실밖에서'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사진제공=뉴스1

인공지능(AI) 적성검사를 마쳤다. AI는 나를 '세상을 바꿀 야심을 지닌 도전적인 벤처기업가'라고 추켜세웠다. 그리곤 행정관리사 자격증을 따라고 권유했다. 좀 허탈했다. 행정관리사를 무시하려는 게 아니다. 도전적인 벤처기업가라면 바로 사업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AI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 문항은 10개 남짓, 검사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나란 인간을 파악하기에는 주어진 데이터가 너무 적었다.

하지만 이런 검사를 하면, 항상 기대를 하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을까 하는.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는 태어난 달과 혈액형으로 자신과 남의 파악하려 든다. 전갈자리에 B형인 남자는 독립적이며 모험심이 강하다고 믿기도 한다. 대체 이런 건 누가 만든 건지 몰라도, 말도 안 되는 분석이다. 전갈자리 B형 남자 중에는 새가슴도 있고 좀생이도 있다. 인간 유형을 16개로 나눈 MBTI는 그나마 낫지만, 이것도 우아한 헛소리라고 생각한다. 츄파춥스만 해도 100가지가 넘는데, 인간을 16종으로 나눈다니 자존심이 상한다.

요즘 유행하는 AI 교육도 별자리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빈약한 데이터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수학의 경우 학생이 방금 틀린 유형의 문제를 한 번 더 내주거나, 맞춘 문제를 숫자만 살짝 바꾸는 이른바 쌍둥이 문제를 내는 수준이다. 영어 회화는 틀린 단어를 교정해 주고 간단한 답변이나 질문을 돌려 주는 정도에 머문다. 교육업체들은 초개인화 맞춤형 학습을 표방하지만, 인간 교사의 지도·관리와 비교하면 민망할 정도로 수준이 낮다.

AI의 힘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데이터 양이 AI 성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픈AI가 개발한 GPT 모델을 봐도 그렇다. GPT는 파라미터가 늘어날 때마다 똑똑해졌다. 파라미터는 학습한 데이터가 저장되는 곳으로, 뇌에서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시냅스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2018년에 출시된 GPT-1은 1억1700만개다. 이후 GPT-2 15억개, GPT-3 1750억개로 점차 늘었다. GPT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GPT-3.5 버전, 우리가 챗GPT로 알고 있는 모델이 나온 이후이다. 현존 최신 버전인 GPT-4는 1조개의 파라미터를 보유하고 있다. 조만간 출시되는 GPT-5의 파라미터는 100조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 뇌에 존재하는 시냅스 수가 많으면 100조개다. GPT-5가 인간을 능가하는 최초의 인공일반지능(AGI)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이다.

GPT가 버전업 되는 동안, 이를 활용한 AI 학습 서비스가 쏟아졌다. 듀오링고, 코세라, 스픽 등 에듀테크 서비스들은 GPT가 지닌 방대한 데이터를 끌어와 나름의 맞춤형 학습을 구현했다. IT 교육혁명의 대명사인 칸아카데미는 지난해 GPT-4를 적용한 칸미고(Khanmigo)를 출시했다. 칸아카데미는 세계 180여개국에서 1억5000만명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 비영리 교육 플랫폼이다. 디지털 교육의 대명사가 현존 최고의 AI 엔진을 탑재한 것이다.

'끝판왕'의 등장에도 AI 교육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편견과 할루시네이션(거짓말),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GPT는 거짓말을 감쪽같이 한다. 모르는 질문을 받아도 모른다고 하지 않고, 그럴듯하게 말을 이어간다. 자기가 이상한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사람처럼 단어의 의미를 알고 내뱉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던진 질문에 기반해, 가장 그럴듯한 문장을 만드는 것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칸랩 아카데미의 오프라인 학교 버전인 칸랩스쿨 조차 칸미고에서 얻은 정보를 항상 다시 확인하라고 지도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AI 교육은 학생의 데이터에 기반하기 때문에 어딘가에는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학습 성취도, 공부 시간, 전국 석차, 취미, 관심사, 한눈 판 횟수 등이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이런 정보가 유출된다면 학생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휴대폰 번호 하나만 유출되어도 각종 영업 사원들에게 죽을 때까지 시달린다. 번호는 바꾸면 그만이지만 학력 정보는 바꿀 수도 없다.

편견 문제도 GPT의 오래된 고질병이다. GPT의 잘못은 아니다. GPT가 학습한 데이터가 편견 가득한 인간의 것이라는 게 문제다. 지난 3월 유네스코(UNESCO)는 오픈AI의 챗GPT, 메타의 라마 모두 여성에 대해 편견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여성이란 단어 뒤에 가정, 집, 아이들 같은 대내적인 단어가 더 많이 생성됐다는 것이다. 반면 남성의 경우 사업, 임원, 연봉, 커리어와 같은 단어가 더 빈번하게 연결되었다고 지적했다.

피나스테리드는 원래 전립선비대증 치료를 위해 개발됐다. 그런데 탈모 개선 효과가 부작용으로 나타나면서 탈모약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1997년에는 미FDA의 승인까지 얻었다. GPT는 교육용으로 개발되진 않았지만, 방대한 데이터 만으로도 맞춤형 학습 엔진으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인간 뇌에 버금가는 GPT-5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GPT는 학습 부진을 치료하는 신약이 될 수 있을까. 5번에 걸친 임상 시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자못 궁금해진다.




윤석진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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