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대 88 사회 넘자...현대차·기아 5000여 협력사 돕는다
현대자동차·기아가 하도급 업체의 열악한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작년 2월 조선 업계에 이어 두 번째다. 자동차 업계에선 최초로 1차 협력사도 재원을 일부 출연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내 전체 임금 근로자의 12%인 대기업 정규직(260만명)과 나머지 88%인 하도급, 중소기업 근로자 등(1936만명)으로 나뉜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상생 협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5일 고용노동부, 현대차·기아, 중소 협력사는 이런 내용의 ‘자동차 산업 상생 협력 확산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는 작년 11월 정부, 전문가, 협력사 대표가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5개월간 숙련 인력 채용, 복지 증진, 산업 안전 강화 등을 논의해 왔다. 여기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120억원 규모 기금을 마련하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상생협의체는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사까지 지원한다. 자동차 업계는 여러 부품을 조립하는 특성상 많은 하도급 업체를 협력사로 두고 있다. 현대차는 350여 1차 하도급 업체 아래 2~4차 하도급 업체까지 5000여 협력사가 있다. 1차 협력사만 해도 80% 정도가 중견기업 수준으로 급여나 근로 여건이 좋은 곳이 많다. 반면 2~3차 협력사는 급여도 훨씬 적고 성과금이나 복지 혜택이 없는 곳이 많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차 협력사만 지원해서는 효과가 작다고 판단해 더 열악한 곳에 집중하자는 의견에 따라 2·3차 협력사까지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기아뿐 아니라 1차 협력사도 기금에 1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비교적 복지나 근로 환경이 좋은 1차 협력사가 더 열악한 하도급 업체를 돕는다는 취지다. 1차 협력사가 2·3차 협력사를 위해 재원을 내기는 처음이다. 이번 협약으로 많게는 5000여 회사가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기금은 우선 하도급 업체들의 복지를 끌어올리는 데 사용된다. 우선 10억원을 투입해 하도급 근로자도 이용할 수 있는 공동 직장 어린이집을 협력사 밀집 지역에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직장 어린이집이 없는 곳이 많은 하도급사 직원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도 어린이집 설치비와 운영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 휴가비, 명절 특별 격려금, 화장실·휴게실 개선 등 하도급 업체 복지 증진에 60억원을 쓴다.
하도급 업체의 인력난 해소 대책도 마련했다. 현대차·기아는 협력사 신입 근로자가 2년 이상 근무하면 ‘근속 장려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안정적인 임금을 보장해 장기 근속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또 2·3차 협력사가 청년 구직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박람회 등 운영도 지원한다.
산업 전환에 대비한 협력사 교육과 컨설팅도 확대한다.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등 미래차, 탄소 중립 등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영세 업체는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2022년 자동차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사 350곳 중 미래차로 전환했거나 계획 중인 업체는 132곳(37.7%)에 그친다. 현대차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친환경 경영, 기술 보안, 수출 마케팅 등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금은 안전한 근로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쓴다. 중소 협력사의 산업 재해 예방을 위해 낡거나 위험한 공정을 개선하는 비용을 지원한다. 끼임 사고나 화상을 방지하는 자동화 설비 설치 등에 쓰일 예정이다.
중소 협력사의 자금 안정화를 지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1·2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4200억원 규모 대출 이자·보증 지원을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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