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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교과서적인 성장경로 복귀"… 물가 자극할 추경 필요성 줄어

김정환 기자
한상헌 기자
입력 : 
2024-04-25 17:51:04
수정 : 
2024-04-25 19: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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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GDP 1.3% '깜짝성장'
건설투자 4년만에 최대폭 증가
소비회복에 갤럭시S24도 한몫
"민간부문이 성장 온전히 주도"
'급등 조짐' 국제유가는 변수
원화 약세땐 소비위축 우려도
정책 최우선 목표는 물가 안정
◆ 성장률 서프라이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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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깜짝 성장률은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이 뒷받침하면서 2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다.

25일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로 1.3%를 발표하면서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수출은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개선세가 이어지며 0.9% 늘어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예상보다 큰 폭으로 뛰어오르며 '깜짝 성장'한 부문은 소비와 건설투자를 비롯한 내수다. 당초 1분기 GDP가 0.5~0.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가 크게 엇나간 지점도 내수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사태 이후 위축됐던 건물·토목 건설이 동반 회복되면서 전 분기 대비 2.7% 늘었다. 코로나19 국면 이전인 2019년 4분기(4.1%) 이후 최고 증가율이다.

민간소비는 연초 출시됐던 삼성전자의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효과를 톡톡히 봤다. 스마트폰 판매에 음식·숙박 같은 서비스 소비까지 늘며 0.8%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갤럭시 S24 판매가 시장 전망에 부합한다면 GDP가 1조2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 늘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경제 성적표를 세부적으로 분석해 보면 이 같은 흐름이 더 확연해진다. 1분기 성장률(1.3%) 중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를 비롯한 내수 기여도는 0.7%포인트로, 순수출 기여도(0.6%포인트)를 따라잡았다. 1분기 성장 에너지의 절반 이상이 내수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내수 성장 기여도가 -0.4%포인트로 수출이 일군 성장(1.0%포인트)을 대부분 깎아먹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반영한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1분기 2.5%를 기록해 GDP 성장률을 웃돌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재정 주도가 아니라 민간이 전체 성장률에 온전히 기여했다는 점에서 민간 주도 성장"이라며 "전기 대비 1.3% 성장률 가운데 민간 기여도가 1.3%포인트 전체를 차지하고, 정부 기여도는 0%포인트"라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오랜만에 우리 경제 성장 경로에 '선명한 청신호'가 들어왔다"며 "수출 호조에 소비, 건설 등 내수 반등이 골고루 기여해 교과서적인 성장 경로로 복귀했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이 같은 회복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다. 최대 변수는 국제유가다. 한은은 올해 배럴당 83달러 수준의 국제유가를 상정해 성장률과 물가 전망(2.6%)을 짰다. 유가 변수에 따라 성장과 물가 전망 경로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평균 국제유가는 배럴당 83달러(두바이유 기준)를 기록했지만,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이 격화한 4월 들어서는 89.3달러로 7.6% 급등했다. 유가 상승에 취약한 한국 경제의 약점이 노출되며 달러당 원화값 하락세가 겹쳤다는 것도 부담이다. 소비 회복이 올해 최대의 경기 변수인데, 원화값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 내수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물가 안정을 꼽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고 수출도 회복세를 보이며 민간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에 이제 물가 안정이 정책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연간 성장률 상향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때문에 경기 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필요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물가를 자칫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 성장률 목표 달성과는 별개로 올해 이후 한국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매일경제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중기 성장 전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9년까지 중기 성장률은 이미 미국에 역전됐다. IMF는 올해 한국 경제가 2.3% 성장한 후 2.2~2.3%를 넘나들다 2029년 2.0%까지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미국은 올해 2.7%를 기록한 후 내년에 1%대(1.9%)로 일시적으로 낮아지지만, 꾸준히 2%대 초반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9년 2.1%로 한국보다 나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김정환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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