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셧다운' 직전 타결 악몽...다음달 레미콘 운송비 협상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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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5. 오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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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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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레미콘 운송단가/그래픽=윤선정
레미콘 운송단가 협상 시즌이 돌아오면서 관련 업계가 긴장 상태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지난해 시멘트 가격의 인상분을 레미콘 가격에 올초 일부만 반영했는데 운송단가가 오르면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5년 만에 운송단가가 50% 가까이 상승한 영향도 아직 소화하지 못했다고 호소한다.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 2년 전 레미콘 운송업자들이 단체 운송 거부를 해 공사가 차질을 빚는 사태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운송노조는 이달 초 수도권 레미콘 업계에 운송단가 단체협상을 시작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구체적인 운송단가 인상률은 통보하지 않았지만, 5월 중에는 구체적인 숫자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레미콘(Ready-Mixed Concrete)은 시멘트에 물과 골재(자갈과 모래), 혼화제를 섞어 공사장에서 바로 부어 쓸 수 있도록 만든 반(半) 완성 콘크리트로, 출하한 순간부터 굳기 시작하고 가만히 두면 무거운 골재가 밑에 가라앉기 때문에 거대한 원통이 꾸준히 섞어주는 '믹서트럭'으로 운송해야 한다.

레미콘 회사가 믹서트럭과 운전수를 자체 운용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레미콘을 공사장에 90분 이내에 실어날라야 하는 특성상 전국 레미콘 제조사 900여곳이 산재하고, 이들 상당수가 영세해 자체 트럭 없이 '영업용' 믹서트럭을 소유한 운송사업자들과 계약을 맺고 레미콘 운반을 위탁한다. 전국 믹서트럭의 85.9%는 운송사업자가 소유한 영업용 트럭이다.

국토교통부는 운송사업자의 생계를 보전해주기 위해 '수급조절 제도'로 영업용 믹서트럭의 총량을 통제한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믹서트럭 면허를 내주지 않는 식이다. 국토부는 2009년부터 믹서트럭 증차를 한번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운송사업자들의 협상력은 점차 강해져 '단체 운송 거부'로 운송단가 인상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이들은 사업자 신분이라 현행법상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지만, 2020년 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착오로 한국노총 산하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세워졌다. 이들은 2022년 생존권사수결의대회와 파업으로 레미콘 공장들을 셧다운 직전까지 몰아 향후 2년 운송단가 24.5% 인상을 얻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원희룡 당시 국토부장관은 믹서트럭 운송사업자의 "카르텔을 깨겠다"고 했지만 증차는 허용되지 않았다.

최근 5년 동안 레미콘 운송단가는 48.3% 올라 레미콘 판매단가의 33.8%보다 인상폭이 크다. 그런데도 운송사업자들은 최근 건설업 침체로 레미콘 운송 횟수가 줄어 생계에 위협을 겪고 있다며 운송단가를 추가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레미콘 판매가 부진해 운송단가 인상을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이들은 특히 건설업계와 협상에서 지난해 시멘트(12%)와 골재(7~8%)의 가격 인상분을 레미콘 단가 인상(5.6%)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 납품대금을 자동으로 올리는 납품대금연동제가 지난해 시행됐지만 건설업계와의 갑을 관계 때문에 레미콘 업계는 해당 제도의 혜택을 받는 사례가 드물다. 현행법상 납품기업과 수요기업이 '상호 합의'하면 연동제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

레미콘사들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가맹사업법을 추진해 자영업자들에게 단체교섭권을 주려는 것처럼 레미콘 운송단가 협상도 운송사업자들에게 최근 총선에서 압승한 야권의 힘이 실려 대대적인 파업, 운송거부에 나서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

레미콘 제조사 관계자는 "건설업황 침체로 운송단가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현재로서 레미콘 노조는 온전히 적법한 노조는 아니기 때문에 파업 등의 명분 확보에 예민하지만 가맹사업법 등으로 사업자 노조가 늘어난다면 단체 운송 거부로 공장 셧다운, 건설 중지가 빈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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