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대만과 비교해 생태계 구축 미비해
TSMC와 격차 줄이려면 산업 전반 협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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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정인혁 기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64억달러(약 8조9000억원)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앞서 인텔(미국)과 TSMC(대만)에 이어 세 번째 반도체 보조금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들이 한 데 모이게 되면서 미국은 새로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격전지가 됐다. 업계는 그간 메모리 반도체에서만 강세를 보였던 삼성전자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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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업계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 2022년 반도체법을 제정했다. 보조금과 연구·개발(R&D) 비용 등 총 527억달러(76조원)를 지원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자국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반도체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끌어와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고 대만 등 동아시아 의존도를 줄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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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 85억달러·12조원)과 대만 기업인 TSMC(66억달러·9조1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을 삼성전자에 지급한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이러한 투자를 통해) 우리가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뿐만 아니라 제조,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다시 한번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선도하는 3사가 모두 미국을 중심으로 격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삼성은 미국 진출과 함께 오는 2030년 TSMC를 제치고 세계 파운드리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그간 메모리 반도체에서만 강점을 보인 만큼 비교적 약세한 파운드리로 경쟁 우위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메모리에 편중된 사업 구조로 삼성은 시스템반도체에 집중도가 적었다”면서 “매출 비중만 봐도 상당 부분을 메모리가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운드리로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직접 경쟁을 펼쳐야 하는 대만의 파운드리는 경쟁력이 상당한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1.2%, 삼성전자는 11.3%를 차지했다. 또, 생산 점유율도 50%에 육박한다. TSMC를 필두로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 뱅가드국제반도체그룹(VIS), 파워칩 등 대만 파운드리 기업들은 지난해 전 세계 파운드리 생산 점유율의 46%를 차지했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구조는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설계, 패키징 및 테스트가 고르게 발전했다. 2021년 기준 대만의 반도체 산업 위상은 파운드리 1위, 팹리스 2위, 패키징 및 테스트 2위다. 반도체 산업 전반이 균형있게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가 대만을 반도체 강국으로 만들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칩 초미세화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기보다 전공정 단계부터 후공정까지 첨단 패키징을 통해 반도체의 성능은 높이고 비용은 줄이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만 반도체 생태계에 적합했다.
특히 대만 자국 기업인 ASE와 TSMC 간의 협업이 주효했다. ASE는 세계 패키징 시장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다. 2위 기업인 미국 엠코와도 매출이 2배 가량 차이난다. 현재 ASE는 애플을 비롯해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세계적 팹리스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TSMC, ASE 등 기업들이 각 분야에서 협력하며 경쟁력을 갖춰온 것이 대만의 생태계 구축을 가능케 했고, 반도체 강국으로 발돋음 할 수 있게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생태계 구축이 미진하다. 글로벌 10대 반도체 후공정(OSAT), 즉 패키징·테스트 기업 순위에서 국내 기업은 전무하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후공정 매출 순위는 1위 ASE(대만), 2위 앰코(미국), 3위 JCET(중국) 등이다. 1위 ASE 점유율이 30%에 육박하는 데, 한국은 후공정 업체를 다 합쳐도 10% 미만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패키징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어드밴스드패키징팀(AVP)사업팀을 신설하고 패키징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은 2.5D 패키징 아이큐브(I-Cube), 3D 스태킹 패키징 엑스큐브(X-Cube) 등이다. 아이큐브는 HBM 모듈을 몇 개 탑재하느냐에 따라 아이큐브2(HBM 2개 탑재), 아이큐브4(HBM 4개 탑재) 등으로 발전해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TSV 본딩(Through Silicon Via Bonding) 패키징 기술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TSV는 D램 칩에 수천개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 칩의 구멍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기존 TSV에 MR-MUF라는 공정을 적용해 적층 과정에서 생겨난 방열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해 대규모 R&D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패키징 및 반도체 관련 R&D를 위해 15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파운드리 강국이 되려면 생태계 구축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그간 우리 기업들은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하고 있었는데, 최근엔 협력 체계 구축 등 파운드리 영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개별 기업만의 힘으로는 대만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인 만큼 대기업·중견·중소기업, 팹리스·파운드리·패키징·테스트 기업 등이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삼성 등 국내 반도체 산업은 생태계 구축을 통해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부족했던 비메모리 수요가 받춰주면 충분히 성장하며 경쟁력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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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김종길 산업부 kjk54321@asiatime.co.kr
입력 : 2024-04-23 16:14 수정: 2024-04-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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