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정인혁 기자] SK하이닉스가 주력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더블데이터레이트(DDR),  AI(인공지능)용 고성능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을 통해 1분기에 1조8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 HBM 관련 '거품' 우려도 나오지만 관련 시장의 성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실적은 계속 우상향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오는 25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전망치를 집계해 밝힌 SK하이닉스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38.94% 늘어난 12조1575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조8551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3460억원) 흑자 전환 이후 이익 규모가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빅테크들이 AI 서비스 확대로 서버를 증설하고 AI 추론 시장도 주목받으며 낸드 업황이 가파르게 반등함에 따라 SK하이닉스 실적도 상승할 것으로 본다.  증권가는 늦어도 올 2분기에 글로벌 빅테크들의 적자 행진이 끝날 것으로 본다.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최근 5세대 'HBM3E'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강점을 가진, 인공지능(AI) 서버에 탑재되는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도 커지고 있다.

업계는 2분기부터 계절적 수요 증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SK하이닉스가 올 2분기 4조2000억원을 기록하고 내년 3분기에는 6조6000억원까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SK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을 기존보다 55% 높인 18조원으로 예상했고 연간 영업이익을 기존 14조1000억원에서 21조3000억원으로 51% 상향 조정했다.

메모리 업황 회복이 가시화하고 HBM 효과가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HBM 먹거리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삼성전자가 HBM 시장 큰손인 미국 엔비디아에 HBM3E를 시장 예상보다 빠른 2분기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 HBM3E 검증이 곧 완료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를 줄이며 경쟁 구도를 재편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최근 관련 시장은 HBM 시장을 두고 'AI 거품'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가 하락하면서 AI 거품 논란이 나온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HBM 시장에 참가 업체가 늘면서 경쟁이 심화해 제품 가격 하락 현상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AI 주목도가 커지면서 관련 기대감이 거품을 만든 것으로 해석한다. 다만 AI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HBM 시장 역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통상 새로운 세대의 D램 신제품이 처음 나올 때 고가를 형성하다가 향후 가격이 내려가면서 시장 쓰임새와 매출 규모가 더 늘었던 것처럼 HBM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딜로이트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체 반도체 시장(5760억달러)에서 AI 반도체 비중이 11%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생성형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 500억달러 이상에서 2027년 1100억~40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HBM 시장 역시 몸집을 키울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D램 시장 규모가 841억5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이 중 HBM 점유율은 20.1%로 지난해(8.4%) 대비 두 배 넘게 뛸 수 있다고 봤다.

전방 시장도 긍정 전망이 많다. 신한투자증권은 "AI, 반도체 실적이 단기 의구심에 직면하고 있지만 전방에서 AI 서버와 칩을 구매하는 플랫폼 실적 모멘텀은 고공행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 실적 개선은 AI 자본적지출(CAPEX) 사이클 연장을 기대케 하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AI 수요 핵심인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실적 발표가 예고된 가운데 CAPEX 관련 긍정 코멘트가 나오면 관련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예상도 했다.

AI 서버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세계 서버 시장 1위 기업인 델 테크놀로지스는 회계연도 2024년 4분기(2023년 11월~2024년 1월)에 AI 서버 주문이 전 분기보다 약 40% 늘었다고 밝혔다. AI 서버 백로그(주문받은 뒤 출하 못 한 규모)는 29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상태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와 손잡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현재 HBM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유일 납품하는 SK하이닉스가 차세대 시장에서도 우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다. 차세대 HBM에서 대반격을 노리는 삼성전자와 기술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두 회사는 최근 대만 타이페이에서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2026년 양산 예정인 HBM4(6세대 HBM)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