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2일 14:56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일반공모 증자' 샤페론, 싸늘한 시장 반응에 자금조달 '경고등’
신약개발사 샤페론이 3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당시 약속했던 성과를 보이지 못한 데다 최대주주가 참여하지 않는 일반공모 유상증자란 점이 투자심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샤페론 주가는 지난 12일 유상증자 결정 이후 7거래일만에 약 38% 하락했다. 유상증자 결정 직전인 11일 3435원이었던 주가는 이날 오후 2시 50분 기준 2130원까지 내렸다. 800억원 수준이었던 시가총액은 500억원 아래로 낮아졌다.

이 회사는 2008년에 설립된 면역학 기반의 혁신 신약 개발 기업이다. 난치성 염증 질환 신약인 ‘GPCR19’를 표적으로 하는 염증 복합체 억제제 합성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누겔(NuGel®)’,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누세린(NuCerin®)’, 코로나19 치료제인 ‘누세핀(NuSepin®)’을 개발한다.

이번 유상증자는 지난 2022년 10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지 약 1년 6개월만의 자금 조달이다. 일반공모 방식으로 총 350억원을 조달해 대부분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단 계획이다.

상장 당시 약속했던 연구개발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자금조달에 나서자 투자자 반응은 싸늘하다. 샤페론은 누겔, 누세핀 등의 기술이전을 통해 2023년까지 172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단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술이전이 모두 무위에 그치며 지난해 매출은 2억원, 영업손실은 132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에 대한 실망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현재 주가는 상장 당시 공모가(5000원)의 절반도 미치지 못 한다.

시장과 접점을 만들며 상장 작업을 주도했던 이명세 전 샤페론 공동 대표이사, 윤명준 전 샤페론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비롯해 기업설명(IR) 담당자들도 대부분 상장 이후 1년여기 지난 지난해부터 차례대로 회사를 떠났다.

회사는 유상증자 발표 직후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 '누겔'의 국내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미 악화한 투자 심리를 되돌리진 못했다.

이번 유상증자 주관을 맡은 한국투자증권은 잔액 인수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공모 과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금액만큼 조달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주관사가 실권주를 떠안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이 이뤄지는 것과 차이가 있다.

주주배정 방식이 아닌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최대주주 등 주요 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올해 들어 유상증자를 결정한 신라젠, HBL생명과학 등은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하며 최대주주가 지분율 만큼 참여를 약속한 것과 대비된다.

샤페론 최대주주는 성승용 샤페론 대표다. 지분 19.90%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21.55%다. 상당 당시 구주매출을 하지 않아 손에 쥔 현금은 없었다.

KVIC-유안타 2015 해외진출펀드도 지분 5.97%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펀드의 만기는 지난해 7월 말이었으나 올해 7월 말로 만기가 1년 연장된 바 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