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투더스페이스]③ "누구나 위성 데이터 쓰는 시대 올 것…우주청, 글로벌 사업기회 넓혀"

이채린 기자 2024. 4. 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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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
초소형 인공위성 스타트업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나라스페이스) 대표가 나라스페이스 서울 사무실에서 초소형 인공위성 모형 옆에 서 있다. 김하은 인턴기자

[편집자주] 5월 27일 처음으로 한국 우주개발을 전담하는 정부 기관인 우주항공청이 출범합니다. 누리호와 다누리 성공 이후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열망이 뜨겁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은 2030년 5900억달러(약 8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열악한 환경에도 미래 우주시장 개척에 묵묵하게 발걸음을 디뎌온 국내 우주기업들을 만났습니다.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기대감,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다이내믹한 도전을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우주청을 통해 글로벌 우주 개발 사업 기회가 민간 우주 스타트업에 많이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나라스페이스) 대표는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면 민간 우주 스타트업이 글로벌 사업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우주를 좋아해 대학교 전공으로 '천문우주학과'를 선택한 그는 대학원 시절 함께 위성 만들기 대회에 나간 친구들과 2015년 초소형 위성 및 부품을 개발하는 나라스페이스를 창업했다. 우주를 향한 관심이 크지 않던 국내에서 우주기업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박 대표는 창업한 지 10년째 된 현재 민간 우주스타트업을 대표해 이같은 목소리를 내는 기업인이 됐다. 

지난해 11월 옵저버 1A 발사에 성공하고 기뻐하는 나라스페이스 직원들이다. 나라스페이스 제공

지난해 11월 그에게 창업 이래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찾아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Falcon9) 로켓이 나라스페이스가 제작한 초소형 인공위성 '옵저버 1A'를 쏘아올렸다. 지상 교신에 성공하기까지 박 대표는 입술이 바짝 타들어갔다.  

박 대표는 "초기에 잘 연결됐다는 신호가 없으면 실패일 확률이 높다"면서 "다행히 로켓에 실린 113개 위성 중 옵저버 1A가 가장 먼저 신호를 보냈는데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앞으로 옵저버 1A가 보내는 영상과 사진을 잘 보정하고 올해 상반기에 옵저버 1B를 동일한 로켓인 팰컨9에 실어 우주로 보낼 예정이다. 

박 대표는 "두 위성을 통해 개발 기술을 검증하고 검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초소형 위성을 대량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2027년까지 초소형 위성 100개 이상을 우주로 보내 군집운영을 통한 실시간 지구 관측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을 많이 보유할수록 지구 어느 지역이든 실시간 감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해양미세먼지 관측용 위성 '부산샛' 개발을 마쳤다. 서울대, 한국천문연구원과 함께 국내 최초 메탄 모니터링 위성을 개발하는 ‘나르샤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박 대표는 "민간 우주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일은 참 힘들다. 매일 여전히 힘들다"면서 "운영 초반엔 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우주를 주제로 스타트업을 만든다는 사실을 국내에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박 대표는 "'우주를 감히 스타트업이 도전한다고?'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2019년부터 스페이스X 등 민간 우주회사가 다른 나라에서 주목을 받으니 나라스페이스도 탄력을 받기 시작해 투자와 지원을 받았다. 그전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 학회, 스타트업 모임 자리 등을 찾아다니며 기업 가치를 설명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창업 5년 동안 월급 60만 원 정도만 받고 동료들과 밤낮없이 일했다"면서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능력 있고 우주를 모두 좋아하는 동료들이 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결국에는 잘 될 거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 시절을 버텼다. 그들이 기술 이사, 운영 이사 등을 맡아 박 대표를 든든히 지원해주고 있다. 

나라스페이스는 올해 본격 매출을 높인 뒤,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민간 우주기업이 성장하려면 상업적으로 부가가치를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면서 "좋은 모범 사례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는 5월 27일 개청하는 우주항공청에 대해 "우주 관련 소통 창구가 통일된 부분이 좋다"면서 "중소기업이 1대 1로 정부와 대화할 수 있는 곳이 제대로 생긴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면서도 '우주개발 철학'을 제시하며 일정, 지원 정책 등이 자주 변경되지 않고 일관성 있는 정책 결정을 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국제협력 창구가 되어 국제 우주 개발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질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또 우주항공청이 기업에 연구개발(R&D)과 상업성을 모두 고려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민간 우주스타트업의 성장 주기에 맞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주항공청이 민간 우주기업의 성장 주기에 맞는 지원 정책을 해주길 바란다"며 "작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제대로 평가해줄 제도, 전문가도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최종 목표는 전 세계 사람들이 나라스페이스 위성 덕분에 핸드폰으로 지구를 실시간으로 보는 하루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구글맵, 네이버지도를 보는 것처럼 누구든 언제든 위성으로 지구를 볼 수 있다면 아는만큼 보인다고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경 문제, 분쟁 등을 우리가 혁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옵저버 1A. 나라스페이스 제공

다음은 박 대표와 일문일답.

Q. 우주에 대한 첫 기억이 무엇인가. 

"과학 잡지, 과학 책을 너무 좋아했다. 우주가 그려진 페이지를 넘길 때면 가슴이 뜨거워졌다. 우주선을 개발하고 로켓을 쏘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1995년에 개봉한 영화 '아폴로 13호'를 즐겨보기도 했다. 천문학과 우주개발을 모두 배우고 싶어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연세대 대학원 우주비행제어연구실에 근무하던 중 창업했다." 

Q.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2012년도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대학교에서 만든 위성을 띄워준다는 ‘초소형 위성 경연대회’가 있었다. 그때 만난 친구들과 창업을 했다. 위성을 만들어보며 초소형 위성에 큰 매력을 느꼈다. 큰 연구소를 가지 않고도 우리 손으로 만들어 우주로 띄울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해외 우주기업이 나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도전하고 싶었다."

Q. 옵저버 1A를 만드는 데 얼마나 걸렸나.

"2020년 8월에 제작에 돌입해 2023년 8월에 미국으로 보냈다. 딱 3년 걸렸다. 코로나19로 반년 정도 제작이 지연되기도 했다. 주요 부품들을 해외 협력사를 통해서 받고 긴밀히 협력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직원들이 해외에 아예 나가지 못하면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있었다. 앞으로 25kg 위성을 키워 50kg 위성 개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Q. 위성 개발 외 나라스페이스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기반으로 위성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관이나 기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위성 데이터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위성으로 획득한 이미지의 해상도를 딥러닝 기술을 통해 약 3~4배 이상 개선하는 초해상화 기술(Super Resolution)을 보유하고 있다. 재난, 환경, 금융, 스마트시티, 국방 등 여러 분야에 위성 영상을 보편화시키고 싶다."

Q. 부산샛과 나르샤 프로젝트의 위성 모두 환경 보호와 관련 있다. 환경 보호 문제에 원래 관심이 있었나.

"그렇지는 않다. 다만 위성 정보가 현재 가장 잘 활용될 수 있는 데이터 타입이 환경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를 넘나들며 넓은 시야로 환경 문제의 양상을 봐야하기 떄문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탄소세나 기후 공시 의무화 정책이 이슈다. 위성을 활용하면 관련한 환경 데이터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사업적으로 가능성 있는 시장으로 보고 미리 뛰어든 것이다."

Q. 신생 우주스타트업에게 자주 하는 조언이 궁금하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 제일 잘 하는 것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나만 갖고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저희 회사도 초소형 위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 요구에 맞게 만들어 서비스할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Q. 우리나라에 위성이 필요한 이유는.

"이동식 USB의 용량이 250메가바이트였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아무도 안 쓴다. 점점 우리가 다루는 데이터양이 많아진다. 위성이 보내는 데이터가 평범한 사람이 쓰는 데이터가 될 것이다. 선도적으로 우리나라가 이 데이터 사업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경제적인 이유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대외 무역에 의존을 하고 여러 나라와 얽혀있다. 주변에 중국, 북한, 일본 등이 있어 경계해야 하고 미국과도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정세를 기민하게 보려면 위성 자료를 잘 쓸 줄 알아야 한다. 나라스페이스가 이를 돕고 싶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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