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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로봇 집념’… 보스턴다이내믹스 IPO 시동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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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4-23 05:00:22   폰트크기 변경      

인수때 약속한 IPO 목표시한 임박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공개
상장 앞두고 ‘몸값 올리기’ 포석


내년 상장 땐 기업가치 13조 추산

4년만에 10배 이상 평가차익 기대

정 회장 그룹 지배력 강화에도 도움


[대한경제=강주현 기자]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사재까지 털어 인수한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공개(IPO)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가치가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인수계약 때 정한 상장 목표시한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최근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한 것도 IPO를 앞두고 본격적인 몸값 올리기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이 성공할 경우 정 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도 보탬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 18일 자사 미국 홈페이지를 통해 신형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유압식으로 작동했던 기존 모델을 대체하는 전기식 모델이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바닥에 바짝 엎드린 자세에서 우뚝 설 때 팔과 무릎 관절 등이 기존보다 유연하게 움직였고, 머리 등이 회전하는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다양한 동작이 가능한 만큼 고객 수요에 맞춰 필요한 동작을 추가할 수 있고, 러닝머신 기반 인공지능(AI) 탑재도 예상된다. 실험실을 벗어나 내년 초에는 현대차 제조라인에 투입해 테스트할 예정이다.

이번 신형 아틀라스 공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IPO와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할 때 약속한 현지 IPO 목표 시한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만약 내년 상반기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그룹은 풋옵션에 따라 소프트뱅크 잔여지분 20%를 떠안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조 단위 기업의 IPO 준비는 최소 1년 정도 걸린다.

IPO시장에선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내년 상장에 나설 경우 약 100억달러(약 1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추산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로봇개’로 유명한 4족 보행로봇 ‘스팟’과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 등을 산업현장에 공급하며 로봇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과 연평균 20%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로봇산업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결과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에만 3348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로봇시장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예상대로 상장하면 현대차그룹은 약 4년 만에 10배 이상의 평가차익을 얻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할 때 투입한 비용은 약 1조원이다. 약 2400억원의 사재를 출현한 정의선 회장이 20%, 현대글로비스가 10%의 지분을 각각 확보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30%, 20%의 지분을 인수한 후 2022년 투자법인 HMG글로벌에 전량(50%) 현물 출자했다.

지금도 장부상으론 평가차익이 일부 실현됐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0.56%에 대한 장부가액은 1974억원인데, 이를 100%로 환산하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의 가치는 약 1조5000억원이다. 따라서 정 회장(약 1300억원)을 포함해 현대차그룹은 약 5000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둔 셈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준비에 착수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도 “정해진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도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정 회장은 순환출자 고리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0.32%)이 부족하다. 일각에서 정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 및 상속세 재원 마련에 활용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 이유다. 약 2조6000억원의 재원이 마련되면 정 회장은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주요 계열사 지분을 모두 넘겨받을 수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으로 현대모비스 지배력을 강화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상장자금과 배당금 등을 활용해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 약 9%를 확보하고, 각 그룹 계열사가 지분을 매입ㆍ소각하는 식으로 지배구조가 개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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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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