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녹십자, 480조대 `희귀의약품` 시장 저격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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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2. 오후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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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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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품 지정되면 승인 더 수월

한독·제넥신, 합작법인 출범


2020~2028년 글로벌 희귀의약품 시장의 제품유형별 매출 추이. <출처: 한국바이오협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충족 의료수요가 있는 희귀질환용 의약품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희귀의약품 지정'에 도전장을 내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희귀의약품은 환자수가 적어 치료제 개발 과정에 어려움이 많지만, 희귀의약품 지정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승인이 더 수월한 만큼 개발에 적극적인 곳들이 매년 늘고 있다.

2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대웅제약, GC녹십자, 한미약품, 툴젠, 한독, 젬백스앤카엘 등이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다.

한독은 최근 희귀질환 의약품 사업을 위해 글로벌 바이오제약사 소비와 합작법인 '한독소비'를 출범하기도 했다. 한독이 제넥신과 공동 개발하고 있는 소아 대상 지속형 성장호르몬 HL2356(GX-H9)은 지난달 식약처로부터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HL2356(GX-H9)은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2021년 EMA(유럽 의약품청)로부터 성장호르몬결핍증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성장호르몬결핍증'은 뇌하수체 손상이나 유전적 결함, 뇌하수체 또는 시상하부의 종양 등의 원인으로 성장 호르몬 분비가 결핍되는 난치성 희귀질환이다. HL2356(GX-H9)은 작년 중국에서 진행 중인 소아 대상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는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했다.

젬백스앤카엘도 2월 진행성핵상마비(PSP) 치료제 'GV1001'가 식약처로부터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았다. GC녹십자는 지난 1월 EMA로부터 희귀의약품 전문 바이오벤처 노벨파마와 공동 개발 중인 산필리포증후군 A형(MPS III A)에 대한 뇌실 내 직접 투여용(ICV) 효소대체요법 치료제(ERT)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이 치료제는 지난해 1월 FDA에서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산필리포증후군(A형)은 유전자 결함으로 중추신경계에 헤파란 황산염이 축적돼 중추신경계의 점진적인 손상이 유발되는 열성 유전질환으로, 대부분의 환자가 15세 전후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중증 희귀질환이다. GC녹십자와 노벨파마는 전임상 단계에서 뇌실 내 투여 가능한 제형의 고농축 효소를 생산하는데 성공한 이후 임상 진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웅제약은 특발성 폐섬유증 후보물질 치료제 '베르시포로신'으로 2019년 FDA에 이어 지난 1월 EM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특발성 폐섬유증(IPF)은 폐에 콜라겐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폐 기능을 상실하는 난치병으로, 세계적으로 인구 10만명 당 13명 정도 발생한다.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은 치명적 질환이다. 베르시포로신은 항섬유화제 신약 후보물질로,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 작용을 감소시켜 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인체는 콜라겐 부족 시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질병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데 베르시포로신은 환자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범위까지만 콜라겐 생성을 억제해 폐섬유화를 완화한다"고 설명했다.

희귀의약품 지정받은 신약의 기술이전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올 1월 LG화학은 지난 2020년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희귀비만증 신약 LB54640의 글로벌 개발과 판매 권리를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총 계약규모 3억500만 달러(약 4000억원)에 이전했다. 희귀비만증은 포만감 신호 유전자의 작용경로 등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하며 주로 어렸을 때 증상이 나타난다. LB54640은 경구형 MC4R 작용제로, LG화학이 LB54640의 임상 1상을 진행한 결과 약물의 용량에 따라 체중이 줄어드는 경향이 확인됐다. 기술이전으로 리듬 테라퓨틱스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LB54640의 임상 2상을 맡게 된다. LG화학 측은 "리듬 파마슈티컬스는 세계 최초의 MC4R 작용제인 임시브리(성분명 세트멜라노타이드)를 개발·상용화한 기업인 만큼 물질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희귀의약품 시장은 5년간 연평균 10.8%씩 성장해 2028년에는 3458억 달러(약 48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0.8% 증가한 2068억 달러(약 286조원)에 달했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신속심사 대상으로 허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가교 자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또 임상 2상 후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고 품목허가 유효기간 연장, 시장 독점권 등 다양한 특례가 적용된다. 특히 미국에서 희귀의약품에 지정된 의약품은 시판 허가 후 7년간 시장 독점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또 신약승인(NDA) 심사비용 면제, 총 임상시험 연구비용 50%에 대한 세금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차세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과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유전자 편집 등의 영향으로 향후 희귀의약품 중 바이오의약품의 매출 비중이 계속 높아질 전망"이라며 "2년 뒤엔 바이오의약품이 화합물 의약품의 비중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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