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실패 '미디어허브'와 다르다?…KT, 미디어 그룹사 한 곳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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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2. 오후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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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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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KT가 임현규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을 내세워 미디어 사업을 살리기 위한 비책 마련에 나섰다.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2012년 ‘미디어허브’의 실패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풀이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임 부사장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 KT 미디어 그룹사가 입주할 부지 모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약 1000명 정도 규모의 인원이 근무할 수 있는 상면 임대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KT 미디어 그룹사는 분산돼 있다. KT스카이라이프와 스카이TV(skyTV)는 서울 마포구, 스튜디오지니와 HCN은 서울 서초구에 각각 위치했다.

당장 오는 6월 HCN 일부 직원이 KT스카이라이프 사옥에 입주하는 가운데, 구체적인 통합 범위는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부사장은 IPTV 등 KT 내 미디어 관련 사업부와 스튜디오지니까지 통합하는 것을 고려 중인데, KT스카이라이프 사옥에서 전 인원을 수용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KT 미디어그룹사 구조를 살펴보면, 스튜디오지니와 스카이TV가 주축을 맡고 있다. 스토리위즈·밀리의서재 등을 산하에 두고 있는 스튜디오지니가 이들로부터 지식재산권(IP)를 발굴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면, skyTV가 해당 콘텐츠를 ENA(Entertainment+DNA) 채널 등을 통해 유통하는 방식이다. ENA는 2022년 4월29일 스카이TV가 자사 콘텐츠를 국내외로 유통하기 위해 론칭한 전용채널이다.

이 가운데 이번 사무실 통합은 그룹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튜디오지니는 그룹 내 미디어 자회사들이 제 역할을 잘하도록 지원하고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2021년 2월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불만도 많은 상황이다. 다른 미디어그룹사가 스튜디오지니 콘텐츠를 사들이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스튜디오지니의 실적만 높여줬다는 것이 내부 그룹사의 지적이다.

현재 KT의 IPTV 사업과 위성방송사인 KT스카이라이프, ENA 채널을 운영하는 스카이라이프TV 등이 콘텐츠 수급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스튜디오지니 콘텐츠를 대부분 IP도 없이 방영권을 사들이는 이른바 턴키(Turn Key) 형태로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한해 KT 스튜디오지니 매출은 5402억5596만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40.62% 증가한 반면, 스튜디오지니를 포함한 KT 콘텐츠 자회사 매출은 6870억원으로 겨우 5.6% 증가했다. 같은기간 KT스카이라이프의 매출도 1조387억원으로 0.4% 증가에 그쳤다.

KT는 이미 미디어·콘텐츠 사업에서 실패한 전력이 있는 상황이다. 2012년 12월 KT는 미디어·콘텐츠 부문을 ‘미디어허브’라는 새로운 법인으로 분사시킨 바 있다. 하지만 KT 본사가 유료방송 사업, KT스카이라이프가 위성방송을 담당하는 가운데 미디어허브의 역할은 뚜렷하지 않았다.

결국 미디어허브는 ‘한국판 파라마운트’라는 야심찬 포부와 달리, 2년 동안 콘텐츠 유통만을 담당하다가 다시 KT그룹에 흡수됐다. KT그룹이 스튜디오지니 설립할 당시에도 기대 보단 우려가 컸던 이유다.

일각에선 비용효율화를 위해 통합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임대료를 절약하기 위해 현재 서초·마포 등으로 분산된 사무실을 통합한다는 분석이다.

KT 관계자는 "KT 미디어 사업부서도 함께 있어야 되지 않냐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들었다"라며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아직 추진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1월 임명된 임현규 부사장은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학사와 방송학 석·박사를 졸업하고, 경운대·계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알티캐스트 신사업부문장 부사장 등을 역임한 방송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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