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쉬 규제 잘못하면 제2 한한령 올 수도”

이석 기자 2024. 4. 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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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 
“中 정부 보복 피하려면 정밀하게 접근해야”

(시사저널=이석 기자)

"알리익스프레스 뒤에는 마윈의 알리바바그룹이 버티고 있다. 한국 정부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어느 정도 마련하고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유통학회장을 역임한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이른바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의 한국 공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의 모바일화는 95%에 이른다. 홍콩 등 극히 일부만 이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성공할 경우 세계적 수준의 유통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만큼 일종의 테스트 베드(Test Bed)로 한국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나 정부 대응 또한 좀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관세 부과 등 단순 규제는 오히려 중국 정부의 반발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제2 한한령'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은 아직까지 브랜드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알테쉬 제품의 70%가 가품이거나 가품적 성격이다"면서 "이 가품 규제를 통해 국내 제조업체를 보호하고, 중국 정부의 보복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시사저널 이종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짝퉁'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알테쉬'의 한국 진출로 한국 유통시장이 초토화될 위기에 빠졌다.

"알테쉬의 비즈니스 모델은 직거래다. 중간 유통업자를 줄이고 제조업체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보다 가격이 낮은 첫 번째 이유다. 개인이 해외에서 직접 상품을 구매하는 직구 비즈니스 모델인 점도 낮은 가격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제품 가격이 150달러를 넘지 않으면 기존 수입업자가 받아야 하는 KC인증이나 관세·부가세도 면제된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 소비자들 역시 화답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중국 제품의 한계는 있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국내 소비자의 60%가 중국 제품의 품질을 낮게 평가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조 역량이 올라가고,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 역시 변할 것이다. 이 경우 국내 유통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지각변동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인구수만 보면 한국은 중국의 4%도 되지 않는다. 이 조그만 시장을 잡기 위해 중국 C커머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은 일종의 테스트 베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다.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혁신 주기도 빠르다.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전 국민의 95%가 모바일을 사용한다. 이런 시장에서 성공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더군다나 한국은 K무비와 K드라마, K팝의 원산지다. 기존의 유통 플랫폼에 이 K컬처를 얹을 경우 세계시장 진출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이런 계산을 가지고 알테쉬가 한국 진출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해외직구 대책을 위한 범정부 TF가 결성됐다. 사실상 알테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데.

"일부 학자가 강력한 규제를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잘못된 생각이다. 알리익스프레스 뒤에는 마윈의 알리바바그룹이 있다. 막강한 자본뿐 아니라 AI와 빅데이터 등 기술력도 축적돼 있다. 때문에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어느 정도 규제를 예측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 요컨대 국내 이커머스와 배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쿠팡'과 '배달의민족'도 한국 기업이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본사가 미국과 독일에 있는 외국 기업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아직까지 규제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기업도 이런 과정을 모두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어설픈 규제는 오히려 중국 정부의 보복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애국심에 호소하면 중국은 곱빼기로 대응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제2 한한령'이 나올 수도 있다. 좀 더 정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알테쉬의 공습으로 국내 유통 생태계가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규제가 아니라면 어떤 대책이 있나.

"한국의 물류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알테쉬는 시작에 불과하다. BYD, 텐센트 등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향후 '배송의 허브'를 노리고 한국에 진출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중국 기업의 초격전지가 될 것이다. 2020년 10월 발생한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의 설화 사태도 영향을 미쳤다. 마윈은 '중국 금융이 전당포 영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기대를 모았던 알리바바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홍콩 주식시장 상장이 무산됐다. 마윈 역시 한동안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탈출구' 마련 차원에서 한국을 선택하고 있다.

때문에 규제보다는 중국의 유통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 유통회사의 자금력이나 글로벌 네트워크, 빅데이터 활용 능력 등을 활용해 세계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파트너로 생각해야 한다. 알리는 그동안 '수수료 0원' 전략으로 한국 브랜드 입점에 공을 들였다. 'K-베뉴' 내 오픈마켓 형태로 CJ제일제당을 포함해 남양유업, 롯데칠성음료,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애경 등을 입점시켰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수수료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항상 그랬다. 하지만 입점 회사들은 알리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해외에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된다. 나쁜 선택이 아니다."

중소 제조업체는 어떤가.

"사실 나도 C커머스를 통해 쇼핑을 한다. 70%가 가품이거나 가품적 성격이었다. 브랜드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역시 이를 묵인하고 있다. 나는 이 부분에 주목한다. 가품 규제를 통해 국내 제조업체를 보호하고, 중국 정부의 보복도 막을 수 있다. 정부는 향후 지식재산권으로 배상 범위와 보증금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알리가 신선식품 분야까지 영토를 넓히고 있다.

"이 부분도 최근 나타난 금사과 논란과 연결 지어볼 필요가 있다. 신선 과실 가격이 최근 1년 만에 40%, 특히 사과는 70% 이상 급등했다. 기후위기와 자연재해 때문에 생산량이 급감하고, 유통 구조 또한 복잡해진 영향이지만,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했다. '우리 영농조합이나 수협, 심지어 정부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뭘 한 거지?'라고 말이다. 알리가 정착하면 국내 유통 구조가 변화하면서 이 문제 또한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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