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국산이 지배한 軍 드론 배터리… 국산화 나선 비이아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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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2. 오전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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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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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메탈 배터리 스타트업 비이아이랩
“기존 배터리보다 무게·부피 가벼워”
“바이크·전기차·UAM 배터리도 공략”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반월산업단지. 낡은 공장들 사이로 ‘미래 에너지로의 도약’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린 새파란 건물이 눈에 띄었다. 리튬메탈 배터리(LMB) 전문기업 ‘비이아이랩(BEI lab)’이다. 오랜 업력의 도금, 염색, 부품 제조공장 사이에 있는 유일한 차세대 배터리 공장이다.

건물 1~2층에선 리튬메탈 배터리 시제품 제조가 한창이었다. 드라이 룸(Dry Room·공기 중 수분량을 일정수준 이하로 제어한 공간) 안엔 제조 장비가 공정 순서대로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배터리는 약 5분에 하나씩 만들어진다. 드라이 룸 밖엔 거친 모터 소리를 내는 시험 기기가 있다. 제조된 배터리는 이곳에서 세 차례에 걸친 충·방전 테스트를 통과한 뒤 출하된다.


이날 공장의 시험 기기 안에선 일본 대기업에 납품할 전기 오토바이용 리튬메탈 배터리 시제품이 50도가 넘는 열기를 견디고 있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전고체 배터리(ASB)와 함께 차세대 배터리로 불린다. 배터리는 음극, 분리막, 양극으로 이뤄져 있는데 리튬메탈 배터리는 이 중 음극을 얇은 도금으로 대체했다. 덕분에 무게나 부피를 기존 배터리의 약 절반으로 줄이고도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다.

비이아이랩이 만든 전기차용 배터리 셀의 에너지 밀도는 킬로그램(㎏)당 400와트시(Wh)로 현재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당 200Wh)보다 두 배 높다. 전기차에 몇 개의 셀을 실을지는 완성차 업체가 정하는데, 셀이 얼마나 들어가느냐에 따라 전기차의 주행거리 등이 결정된다. 비이아이랩은 셀의 부피가 절반이어서 같은 부피로 제품화하면 배터리 용량을 이론적으로 두 배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기술적 난도가 높아 개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또 아직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격이 배 이상 비싸 수요가 적다.

비이아이랩의 리튬메탈 배터리(LMB) 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절반 수준의 무게와 부피로 같은 성능을 낸다. 맨 위의 큰 배터리는 50암페어시(Ah), 중간의 작은 배터리는 3Ah. 스마트폰 배터리는 약 3Ah다./이은영 기자

5년 차 스타트업인 비이아이랩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리튬메탈 배터리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이다. 미국 보스톤에 지사, 일본에 사무소가 있다. 국내외에서 원자 막 코팅을 연구한 배창득 대표가 삼성SDI 출신 윤영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2020년 10월 창업했다.

비이아이랩은 지난해 포스코기술투자 등으로부터 15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아 같은 해 11월 이곳에 파일럿(시험) 공장을 준공했다. 지금은 여러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유럽의 한 스포츠카 브랜드와도 전기차용 리튬메탈 배터리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경기 안산시 비이아이랩 연구소에서 직원들이 소재 연구를 하고 있다. 비이아이랩은 대기업 출신 인사와 전문 연구원, 20대 직원들로 이뤄져 있다. 공장단지에 본사가 있지만, 20대 직원과 여성 연구원 비율이 각각 약 절반이다./이은영 기자

비이아이랩의 배터리 충방전 검사장비./이은영 기자

비이아이랩은 리튬메탈 배터리를 군(軍) 드론에 적용했다. 중국산이 장악한 드론용 배터리를 국산화하는 첫 시도다. 이를 위해 국내 1~3위 드론 업체와 컨소시엄을 이뤄 군 당국과 협업 중이다. 현재 제품을 발주받아 하반기 납품을 준비 중이다.

배창득 대표는 “배터리는 일상에서 많이 쓰이지만, 미국과 유럽엔 배터리 대기업이 없다. 국내엔 배터리 대기업 3사가 있지만, 전기차용 배터리를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한다. 그러다 보니 전기차가 아닌 다른 기기는 중국산 배터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군용 드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드론 시장은 중국 기업이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부품만 보면 95%가 중국산”이라며 “드론은 주요한 군수물자가 됐지만 배터리, 모터, 회로 등 대부분이 중국산 부품이고 알고리즘 역시 중국에서 개발한 것이 많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도 부품 국산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창득(43) 비이아이랩 대표. 배 대표는 국민대에서 재료공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마치고 독일 함부르크대 응용물리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이후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에서 연구교수로 지내다 2020년 10월 비아이랩을 창업했다./이은영 기자

비이아이랩은 올해 드론 협업사와 실장 테스트(실제 장착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를 마치고 내년부터 군용 드론에 들어갈 리튬메탈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 2분기부터는 해외 군용 드론 시장도 공략한다.

배 대표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도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고 해 비이아이랩의 리튬메탈 배터리를 대안으로 찾는 곳이 늘고 있다”며 “특히 드론으로 미사일을 대체하려는 국내외 방산 대기업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전기오토바이, 전기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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