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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열관리 기술서 승부…미래차시대 주도할것

박소라 기자
입력 : 
2024-04-21 16:51:18
수정 : 
2024-04-21 19: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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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현대위아 대표
전기차 열관리시스템 연구조직 확대
2025년 양산 목표로 기술 개발 착수
주차·물류로봇으로 사업체질도 바꿔
"창의성은 유연한 조직문화서 나온다"
게임대회 개최하고 요가수업도 참석
◆ 비즈니스 리더 ◆
사진설명
지난해 7월 25일 경기도 의왕시 현대위아 의왕연구소 대강당은 모처럼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찼다. 임직원들을 끌어모은 것은 다름 아닌 e스포츠 대회. 300여 명이 출전해 리그오브레전드(LoL), 스타크래프트, 피파온라인,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카트라이더 등 인기 게임 실력을 겨뤘다. e스포츠에서 인기가 높은 박상현 캐스터, 이현우·임성춘 해설위원이 함께한 이날 대회를 온·오프라인으로 지켜본 임직원만 1000여 명에 달했다.

현대위아 창사 이래 처음 열린 e스포츠 대회는 정재욱 대표의 아이디어로 기획됐다. 그는 이날 편안한 차림으로 대회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카트라이더를 직접 플레이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간 임직원 교류가 줄어든 것이 아쉬워 행사를 기획했다"며 "경직됐던 조직문화를 편안하고 유연하게 바꾸는 것이 회사를 혁신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해부터 e스포츠 대회 외에도 임직원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탁구, 바둑, 장기, 족구 대회는 물론 운동을 즐기지 않는 직원을 위해 명화 전시회와 음악회를 개최했다. 임직원 가족까지 함께할 수 있도록 해 참여율을 높였다.

임직원이 좋아하는 운동을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는 운동 클래스도 만들었다. 이를 통해 200명의 임직원이 요가, 클라이밍, 필라테스, 러닝 등을 전문 강사의 도움 아래 배우고 있다.

정 대표 본인 또한 경상남도 창원시에 있는 현대위아 직원복지시설 이룸재에서 열리는 요가 수업에 매주 참여하고 있다. 매주 1회 이상 빠짐없이 요가 수업에 참여하며 직원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 대표는 현대위아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제도도 여럿 정비했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하이브리드(자율출퇴근) 근무제도다. 직원들이 근무 시간을 스스로 정하게 함으로써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정 대표가 이처럼 조직문화 개선에 적극적인 것은 '유연한 문화에서 창의적 성장과 발전이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특히 급변하는 모빌리티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독창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 대표는 실제 신입사원과 직접 만난 자리에서도 갇히지 않은 아이디어를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열린 최고경영자(CEO) 웰컴 토크에서 "CEO의 말이나 회사의 방침은 효율적인 측면에서 참고만 해도 충분하다"며 "여러분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불러올 효과는 언제든 회사의 효율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현대위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유연한 조직문화 정착에 집중함과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사업 발굴에 힘을 싣고 있다. 30년 이상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부품 개발과 구매를 담당하며 쌓은 전문가로서 미래 모빌리티로 현대위아의 사업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업 혁신의 대표적 제품은 바로 '통합 열관리 시스템(ITMS)'이다. ITMS는 모터와 배터리 실내 공조까지 전기차 내부 모든 열을 관리하는 통합 시스템이다. 전기차는 엔진과 같은 별도의 열원이 없어 ITMS와 같은 열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현대위아는 본격적인 ITMS 개발을 위해 지난해 9월 의왕연구소 내 전체 면적 6069㎡(약 1836평) 용지에 '열관리 시험동'을 준공했다. 열관리 시스템의 모듈·시스템·차량 단위의 성능 개발과 내구 테스트 등이 이뤄지는 곳이다. 현대위아는 열관리 시험동을 기점으로 ITMS 개발에 속도를 내 2025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현대위아는 열관리 사업을 위해 조직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차량부품연구센터 내에 있던 TMS개발실을 전담 연구조직인 TMS사업부로 확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조직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현대위아가 '자동차 부품'이라는 한정적 영역을 넘어 여러 형태의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 대표는 기계 분야에서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공작기계 중심인 기계 산업의 체질을 로봇 중심의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바꾼 것이다.

성과도 거두고 있다. 현대위아는 협동로봇과 자율주행 물류로봇(AMR), 주차로봇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대위아의 주차로봇과 물류로봇은 지난해 11월 준공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혁신센터(HMGICS)에 적용됐다. 올 하반기에는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공급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현대차그룹에 의존적인 현대위아의 매출 구조를 바꾸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수주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결실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현대위아는 지난 한 해 동안 유럽과 북미 완성차 업체로부터 1조450억원에 달하는 등속조인트 수주를 기록했다. 현대위아가 해외 수주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정 대표는 "모든 사업을 객관적 시각으로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과감하게 바꿔 가야 한다"면서 "원가와 생산, 영업, 연구개발 등 모든 부문을 돌아보고 세계 시장에서 독자 생존할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 체제에서 현대위아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매출은 2021년 7조5277억원에서 2022년 8조2076억원, 2023년 8조5903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1년 1027억원에서 지난해 2292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정재욱 대표 △1959년생 △1984년 부산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입사 △2010년 현대자동차 부품개발사업부장 전무 △2015년 베이징현대기차 구매본부장 부사장 △2018년 현대자동차 구매본부장 부사장 △2021년~ 현대위아 대표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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