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는 베트남 여성들…베트남男과 결혼하는 한국女도 급증했다

김현주 2024. 4. 2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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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성과 결혼했는데 1달만에 집 나갔다”…‘국적 먹튀’ 피해 적잖아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는 베트남 여성들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베트남 남성과 결혼하는 한국인 여성도 큰 폭으로 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한국 여성 중 상당수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면서 귀화한 베트남 여성이다.

내국인 결혼이 감소하는 가운데 그나마 외국인과의 결혼이 늘고 있지만, 그마저도 일부는 국제결혼의 부작용에 따른 결과인 듯 해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베트남 아내 “한국 남편과 계속 같이 살 생각 없어요”

현지매체 VN익스프레스는 최근 한국 남편을 둔 베트남 아내들을 인터뷰해 국제결혼의 부작용을 언급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27세 베트남 여성 A씨는 2000만 동(약 108만원)을 들여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41세 한국 남성과 결혼했다. B씨 모친은 45세다. B씨는 "나에게 결혼은 2~3년 안에 (한국) 시민권을 얻는 수단이다"라며 "남편과 계속 같이 살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20세 베트남 여성 B씨는 결혼중개 서비스를 통해 한국 남성 20명의 신상정보와 배경을 확인해 가장 적합해 보이는 상대를 골랐다. B씨는 약 6개월 동안 결혼 이민 서류 작업과 한국어 학습을 거친 뒤 47세의 남편과 결혼했지만, 현재 목표는 '이혼'이라고 말했다.

B씨는 남편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길 바랐지만 남편의 나이로 난임을 겪고, 의사소통이 어려워 외로움을 느끼며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직업을 갖고 살 수 있게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적법에 따르면 결혼 이주 여성은 한국 남성과 2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 귀화 신청을 할 수 있다. 베트남 현지의 한 결혼중개업체 관계자는 "한국 귀화를 노리고 국제 결혼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져 베트남 여성들한테 결혼 생활을 최소 1년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국제결혼피해센터에 따르면 2022년 접수된 상담 건수만 300건에 달했다.

◆‘한국女-베트남男’ 결혼만 늘어…베트남 귀화女 대다수

통계청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과 혼인 건수는 2만건으로 전년보다 3천건(18.3%) 늘었다. 2019년 2만4000건을 기록한 외국인과 혼인 건수는 팬데믹 여파로 2021년 1만3000건까지 줄었다가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외국인 혼인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혼인 건수는 전년보다 2000건 늘며 2011년(0.9%) 이후 12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작년 내국인 혼인 건수는 전년보다 1000건 줄었다.

외국인과의 혼인은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자와의 혼인이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 여자와의 혼인은 1만5000건으로 전년보다 22.5% 늘었다.

외국인 아내 국적은 베트남이 33.5%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중국(18.1%), 태국(13.7%) 등이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면 베트남(48.3%), 중국(16.9%), 태국(4.4%) 등의 순이었다.

작년 외국인 남자와의 혼인은 5000건이었다. 전년보다 7.5% 늘며 팬데믹 직전인 2019년(5천956건) 이후 4년 만에 다시 5000건대를 기록했다. 외국인 남편 국적은 미국이 27.7%로 가장 많았고 중국(18.4%), 베트남(15.8%) 순이었다.

증가율은 미국(0.4%), 중국(22.8%) 등이 모두 늘어난 가운데 베트남(35.2%)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최근 10년간 미국·중국·캐나다 등 상위 국적 남성과의 결혼이 모두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베트남 남성과의 결혼 증가세는 특히 두드러진다.

한국 여성과 베트남 남성 간 결혼 건수는 10년 전인 2014년에는 283건에 그쳤지만, 10년 만에 2.8배인 792건으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1748→1386건), 중국(1579→921건), 캐나다(481→281건), 호주(249→158건) 국적 남성과의 결혼 건수는 모두 줄었다.

◆“외국인과 혼인 늘지만 외국인과 이혼서 비롯된 셈”

베트남 남성과 결혼한 한국 여성 상당수는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베트남 남성과 재혼한 베트남 출신 한국 여성이라는 분석이다.

통계청 혼인·이혼 통계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2022년 기준 베트남 남성과 재혼한 한국 여성 556명 중 482명(86.7%)이 귀화한 한국인이었다. 이들 중 국적 확인이 어려운 2명을 제외한 480명의 귀화 전 국적은 모두 베트남이었다.

외국인과의 혼인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그중 일부는 외국인과의 이혼에서 비롯된 셈이다.

한편 한 국제결혼 중개업자는 동남아 이주여성의 옷을 벗겨 이른바 '알몸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몸검사란 결혼 알선에 앞서 임신 여부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중개업자가 여성의 벗은 몸을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한국 여성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필리핀, 베트남 등 한국 남성과의 국제결혼을 원하는 동남아 여성들은 싫어도 당연히 거쳐야 하는 절차로 인식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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