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8일 16:24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석유화학 업계 투심 양극화 속 ‘A+급’ SK케미칼 회사채 ‘완판’
SK케미칼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업계 회사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목표 물량을 훌쩍 넘는 투자수요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이날 8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열었다. 2년물 300억원과 3년물 500억원 규모다. 수요예측 결과 2년물에 2780억원, 3년물에 4480억원 등 총 7260억원의 매수 주문이 접수됐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15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할 방침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SK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로 매겼다.

확보한 자금은 채무상환용으로 투입할 방침이다. SK케미칼은 오는 8월 350억원어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다음 달에는 500억원어치 기업어음(CP)도 상환해야 한다.

SK케미칼이 검토하던 제약사업 매각을 최종 철회한 것도 회사채 투자수요 측면에서는 호재로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SK케미칼은 친환경 소재 사업부인 ‘그린케미칼’과 제약·백신 사업부인 ‘라이프사이언스’ 등 두 부문으로 나뉜다. 당초 SK케미칼은 제약사업부를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에 매각을 추진했다. 미래 먹거리인 친환경 사업 위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5개월간의 협상 끝에 매각 작업이 철회됐다. 그린케미칼 사업 부문이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는 제약사업이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 기관투자가의 회사채 매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석유화학 업계는 자금 조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장기간 불황의 늪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체질 개선을 위한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신용도나 실적, 재무안정성 등에 따라 회사채 투자수요 양극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국내 4대 화학사 중 한 곳인 금호석유화학(A+)은 지난 5일 1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다. 500억원어치 모집에 62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으면서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LG화학(AA+)도 3조4000억원이 넘는 회사채 매수주문이 들어오면서 지난 6일 1조원 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반면 부채비율이 5000%에 육박한 효성화학(BBB+)은 지난 8일 열린 500억원어치 1년6개월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여천NCC(A)도 지난달 11일 2년물 1500억원어치 발행에 25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