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SMC의 HBM 동맹, ‘칩 워’ 판도가 달라졌다… ‘추격자’ 삼성의 반격 카드는?

장형태 기자 2024. 4.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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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TSMC와 손잡고 6세대 AI용 메모리칩 개발 나서

SK하이닉스가 대만 TSMC와 공동으로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나선다. 현재 HBM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TSMC가 손잡고 HBM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최근 고성능 HBM을 개발해 AI 반도체 1위 업체인 엔비디아에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시장을 두고 SK하이닉스-TSMC 연합과 삼성전자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하이닉스·TSMC ‘AI 칩 동맹’

SK하이닉스는 19일 TSMC와 2026년 양산 예정인 6세대 HBM을 공동 개발하고, 최첨단 패키징(조립)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다.

그래픽=이철원

SK하이닉스와 TSMC는 우선 HBM 바닥 부분에 해당하는 ‘베이스 다이(base die)’를 함께 설계·생산하기로 했다. HBM은 ‘베이스 다이’라고 불리는 틀에 D램 반도체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형태다. 얇게 만들면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지금까지 자체적으로 베이스 다이를 만들어 왔지만, 차세대 제품에서는 TSMC의 뛰어난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고객(엔비디아)-파운드리(TSMC)-메모리반도체(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3자 간 기술 협업을 바탕으로 메모리 성능의 한계를 돌파할 것”이라고 했다.

추격하는 입장인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 기업의 장점을 살려 ‘설계-제조-패키징’을 한 번에 하는 전략으로 HBM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메모리·비메모리 모든 공정을 다 할 수 있어 처음부터 고객사 맞춤형으로 HBM의 설계·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HBM 기술 개발이 늦어 아직 엔비디아에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이르면 올 하반기 양산에 들어간다. 3분기 중 이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목표다. 이어 2026년 6세대 HBM을 양산하고, 12단을 넘어 16단까지 D램을 쌓는 ‘HBM 로드맵’도 세웠다.

◇추격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TSMC의 동맹을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앞으로 첨단 반도체 개발·제조 과정에서 공정 간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각 공정 간 분업이 확실히 이뤄졌다. 하지만 고성능·고집적 AI반도체 시대가 오면서 이런 작업을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해야 하는 공정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성능 AI 가속기(AI 연산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를 만들려면 HBM과 GPU가 붙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가 한 몸이 되는 것이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HBM4부터는 아예 메모리 반도체가 GPU의 연산 기능까지 일부 분담하는 수준까지 다다를 것”이라고 했다.

차세대 HBM 시장을 두고 SK하이닉스와 TSMC가 손을 잡고, 삼성전자도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AI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입지가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현재 미국의 마이크론도 HBM을 생산하고 있지만, 독자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High Bandwidth Memory의 약자로, D램을 수직으로 여러 개 쌓아 연산 속도를 높인 고성능 반도체. GPU 등과 함께 조립(패키징)돼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하는 AI 반도체의 필수 부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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