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50% 감축·사립대 동참땐, 1000~1700명 안팎 증원

표태준 기자 2024. 4.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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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갈등] 의대 자율 증원하면 어떻게 되나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일부 조정할 수 있게 하자는 국립대학교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19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대생들이 이동하고 있다./뉴스1

정부가 의대 정원이 늘어난 32대학 모두에 의대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2025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허용한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이후 두 달여 만에 증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대학들은 4월 말까지 바뀐 의대 모집 정원을 반영한 2025학년도 입시 요강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관계 부처 합동 특별 브리핑을 열고 “국립대 총장들 건의를 전향적으로 수용해 의대생을 적극 보호하고, 의대 교육이 정상화돼 의료 현장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실마리를 마련하고자 결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 발표에 따라 내년도 의대 증원분은 현재 2000명에서 최대 1000명까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실제로는 1500명 안팎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전날 정부 건의에 참여한 국립대 6곳은 증원분의 최고 50%까지 줄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난 경북대(90명 증원), 경상국립대(124명), 충남대(90명), 충북대(151명)와 100명으로 늘어난 강원대(83명), 제주대(60명) 등이다. 이 대학들만 증원분을 절반으로 줄이면 증원 규모가 299명 줄어 총 1701명이 된다.

그래픽=백형선

여기에 정부 건의문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난 전북대(58명 증원), 전남대(75명), 부산대(75명) 등 나머지 국립대까지 증원분을 50%까지 줄이면 내년도 증원분은 403명 줄어든다. 증원 규모가 1597명까지 축소되는 것이다. 다만 건의에 동참하지 않은 이 대학들은 증원분을 대폭 줄이는 방식에 회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최대한 50%까지 줄이는 방안으로 검토하자고 여섯 대학 총장끼리 합의했다”며 “그러나 다른 대학 중에선 증원분을 유지하거나 조금만 줄이겠다는 의견이 많아 아직 정확한 축소 규모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의대 증원분을 얼마 받지 못한 사립대들은 증원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줄여도 10~20% 선에서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방 사립대 총장은 “우리 대학은 증원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조정이 필요 없다”며 “그래도 필요하다면 10% 선에서 소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건의문을 발표한) 여섯 대학 이외 다른 대학 총장과 의과대학 학장들과 소통하면서 이번 발표 방안이 잘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2025학년도뿐 아니라 2026~2029년 의대 증원분도 조정할 의사를 밝혔다. 이주호 장관은 “이게(2025학년도) 마지막 조정안이 아니다”라면서 “2026년과 2027년 정원에 대해서 의료계에서 과학적 근거가 있는 통일안을 가지고 오면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는 게 대통령 입장”이라고 말했다. 증원 숫자 ‘2000명’에 집착하지 않고 의료계와 논의하겠다는 종전 정부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한 관계자는 “의료계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조금 줄이는 것으로 끝내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서 계속 강경 태도를 이어가면 안 되지 않느냐. 그래서 2026년 이후 정원도 협의하겠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철원

정부가 증원 재조정 방침을 밝히며 수험생과 학부모는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에 따라 입시 계획을 짜 왔는데, 전략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고3 수험생들은 이달 말에야 정확한 내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알 수 있다. 내년도 의대 입학생 증원분을 받은 32개 대학은 모집 정원을 포함한 변경 사항을 적은 대입전형 시행 계획을 30일까지 대교협에 제출한다. 이후 대교협 대입전형위원회가 심의해 시행 계획을 확정하면, 각 대학은 5월 말 내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을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발표한다.

의대 준비생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의대 증원 규모에 따라 입시 계획을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다. 최상위권인 의대 정원이 줄어들면 상위권 대학, 학과의 합격선이 연쇄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대 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에서 내년도 증원 규모 대학별 자율 조정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지호 기자

특히 지역 인재 전형을 노리던 수험생들의 입시 계획에는 큰 차질이 생겼다. 예컨대 의대 정원이 49명에서 200명으로 대폭 늘어난 충북대는 내년 지역 인재 선발 비율을 정부 권고대로 60%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런데 충북대는 증원분(151명)을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면 지역 인재 정원은 종전 120명에서 75명으로 45명 감소한다.

이주호 장관은 “입시를 총괄하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혼란이 생겨 학부모님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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