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음껏 막내아들을 보듬어 주세요”…‘6월항쟁’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 여사 별세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 여사가 17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91세.정 여사는 이날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 빈소는 서울강동성심병원에 마련됐다. 박 열사의 형 박종부씨(66)는 “어머니는 아주 강한 어른이셨다”며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 이야기를 살아 있는 자식들에게는 부담스러울까봐 평소에 잘 하시지 않았는데, 그게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며 한 세대가 저무는 것을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박 열사의 대학 후배인 이현주 박종철센터장은 “어머니께서 한없이 강하게 그 시간을 견뎌오신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는 “여든여덟이 팔팔이니, 그 나이에 나비가 되어 펄펄 날아가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며 “그래서인지 정말 어머니가 나비가 되어 막내아들을 만나고 계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13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돼 고문받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이 사건은 6·10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아버지 박정기씨는 2018년 89세 일기로 별세했다. 박씨는 아들의 죽음 이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정 여사는 그런 박씨를 옆에서 묵묵히 도우며 뜻을 함께했다. 박씨는 생전에 정 여사를 ‘평생의 큰 언덕’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역사저널 이어…KBS, 이번엔 라디오 진행에 ‘보수 유튜버’ 발탁
- 민주당 당선인들 ‘명심’ 독주에 견제구...추미애 탈락·우원식 선출 배경
- [종합]“팬들에 돈달라 하겠냐” 길건·홍진경도 분노···끊이질 않는 사칭범죄
- 김호중 공연 어쩌나... KBS “김호중 대체자 못찾으면 KBS 이름 사용 금지”
- “소주 한 병” 尹 발언 풍자한 ‘돌발영상’ 삭제···“권력 눈치 정도껏”
- 사측이 “조수빈 앉혀라”…제작진 거부하자 KBS ‘역사저널 그날’도 폐지 위기
- 이원석 검찰총장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사전 조율 여부엔 “말 않겠다”
-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②] 이남순 “여자로서 끝났다” 몸도 마음도 깊숙히 꿰뚫은 그날의 상처
- 늙으면 왜, 다들 손만 잡고 잔다고 생각할까
- “태국 파타야 한인 살인사건 용의자, 캄보디아 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