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5일 10:42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동發 리스크에 '왜 하필 지금?'...촉각 곤두세우는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그룹 계열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공모 절차를 앞두고 ‘중동 사태’란 악재를 마주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상장 절차를 중단했던 HD현대오일뱅크의 악몽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선박 애프터서비스(AS) 전문 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오는 16일부터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시작한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 후보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3조2582억~3조7071억원에 달한다. 공모 예상 금액은 6524억~7423억원으로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12조700억원) 이후 약 2년 만에 최대 규모다.

공모를 앞두고 회사 및 주관사단 안팎에서는 무난한 공모 흥행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모든 IPO 기업이 흥행에 성공해서다. 최근 실적 증가세가 두드러진 점도 투자 심리를 이끌어낼 매력 요인으로 꼽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1조4304억원, 영업이익 2014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 영입이익은 41% 증가했다.

지난 주말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군사 공격을 가하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양국의 물리적 충돌이 계속될 경우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단 위기감도 커졌다.

소식이 알려진 뒤 뉴욕증시를 비롯한 주요 증시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환율과 유가 등도 급등하며 각종 거시 경제 지표에 큰 변동성이 나타났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 모두 하락세로 출발했다.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국내외 투자자의 지갑이 닫힐 우려가 커졌다는 평가다. IB 업계 관계자는 “금리인하 기대감도 낮아진 상황에서 거시 경제 환경이 IPO 시장에 긍정적이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며 “공모금액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대형 IPO인 만큼 국내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해외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상황을 낙관하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비교기업에 선박 AS뿐 아니라 조선업, 에너지, 국방, 항공 등 이종사업을 다루는 기업들이 포함되며 다소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HD현대그룹은 지난 2022년에도 전쟁 변수로 계열사인 HD현대오일뱅크 IPO가 중단된 아픈 기억이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2년 6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한국거래소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같은 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시장 상황을 이유로 공모를 철회했다.

IB 업계에서도 HD현대마린솔루션 IPO 공모 성적표에 주목하고 있다. 중소형 공모주가 아닌 대어급 IPO 기업을 향한 투자심리를 확인할 가늠자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증권사 IPO 관계자는 “중동 사태가 소강 상태에 접어든다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2대 주주인 KKR의 투자금 회수 전략에 변화를 줘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