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 창업자에 구글 전 CEO까지...美 슈퍼리치의 이중 국적 러시

입력
기사원문
민서연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미래 위험 대비한 ‘보험’ 수단으로 인기


미국의 슈퍼리치들이 불안한 국내외 정세로 인해 ‘백업 플랜’으로 다른 국적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 부자들이 선호하는 장소인데, 그중에서도 포르투갈이 가장 인기가 좋은 복수 국적지라는 통계가 나왔다.

10일(현지 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영국의 투자이민 전문 컨설팅업체 헨리앤파트너스가 최근 발표한 고액순자산보유자(HNWI) 현황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을 떠나야 하는 경우를 대비해 복수 국적을 취득하려는 부자들이 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미래의 불확실성이라는 위험 요소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생각이 슈퍼리치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현재 가장 강대국으로 여겨지는 미국의 부유층들도 미래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언제든 나라를 떠날 준비를 하는 셈이다.

포르투갈의 한 해변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들. /연합뉴스

보고서에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들의 이름도 올라와 있었다. 이에 따르면 최근 외국 국적 확보에 나선 미국의 슈퍼 부자 가운데 글로벌 결제 플랫폼 페이팔의 창업자인 피터 틸과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가 들어가 있었다. 틸 CEO는 뉴질랜드 국적을, 슈미트 CEO는 지중해 섬나라인 사이프러스의 국적을 갖기 위해 해당 국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나라별로 파악한 결과에서는 포르투갈이 미국 슈퍼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2의 고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포르투갈이 으뜸을 차지한 배경으로는 연중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투자이민 금액을 요구하고 있고, 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만 체류해도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골든 비자’ 프로그램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든 비자는 해당 국가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외국인에게 거주권 등을 부여하는 비자를 일컫는 말로, 포르투갈, 몰타,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이다. 이 같은 골든 비자를 통해 국가는 경제적 이득을 얻고 외국인은 불안한 정세 국가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골든비자 제도를 시작한 인도네시아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에게 1호 골든 비자를 수여하기도 했다.

또한 헨리앤파트너스가 별도로 발표한 올 1분기 기준 여권지수에 따르면 미국 여권으로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나라는 189개국으로 세계 6위를 차지했다. 여권의 용이성 덕분에 미국 부유층들이 쉽게 외국 국적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게 복수 국적 러시에 상당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복수 국적은 제 2의 피난처일 뿐, 미국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미국 여권. /연합뉴스

포르투갈에 이어 지중해 섬나라인 몰타도 이들 사이에서 아주 인기 있는 국가로 꼽혔다. 몰타 역시 투자이민을 신청하는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은데, 2015년 시작된 몰타 거주 및 비자 브로그램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몰타 법률에 따라 규정된 부동산 매입 또는 임대 투자를 수행하고 이러한 투자 활동을 위한 몰타 거주 비자를 신청할 수 있으며 이 거주 비자를 통해 몰타 시민권까지 신청할 수 있다. 특히 비유로존 국적자도 몰타 비자가 있으면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스위스 같은 솅겐 조약에 가입한 유럽 국가들을 비자 없이 정해진 기간 동안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그리스와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이 선호되는 이중국적지로 꼽혔다. 그리스의 경우 골든비자 러시로 인해 지난 2월 골든비자 투자 금액을 약 80만 유로(약 11억7700만원) 인상할 것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이중 국적 취득을 돕는 헨리앤파트너스는 “고객들 중 정말로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옵션을 취득했다는 사실 자체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