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의 제왕?… 엔케이맥스, 자회사 지분 팔아 장부상 이익 1000억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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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15. 오전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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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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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케이젠바이오텍 관계기업으로 재분류
종속기업처분이익 1000억… 자본잠식 면해
감사인 “종속기업 평가에 충분한 증거 없어”

바이오 회사 엔케이맥스가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자회사 엔케이젠바이오텍 지분 일부를 팔아 장부상의 이익 1000억원을 만든 것이다. 장부상 이익으로 자본 잠식을 해소했지만,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과 반대매매 내용을 공시하지 않아 이미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엔케이맥스는 감사의견 거절까지 받으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추가됐다. 감사인은 엔케이맥스의 감사 범위가 제한되고, 계속기업 존속능력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엔케이맥스 제공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케이맥스는 지난해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회계감사인인 태성회계법인이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과 주요 감사 절차 제약을 이유로 감사의견을 거절했다고 공시했다.

감사인은 종속기업투자처분이익에 대해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감사인은 “종속기업투자와 매출채권, 대여금 등 수취채권에 대한 손상평가 등 주요 감사절차 실시에 필요한 충분한 증거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회사의 재무제표에 관해 수정이 필요한 사항 발견 여부를 결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해 영업손실 608억원, 당기순손실 32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규모에 비해 당기순손실이 적은 이유는 종속기업투자처분이익 1013억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엔케이맥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 자회사 엔케이젠바이오텍을 종속기업(지분율 57.66%)으로 분류했다. 그러다 4분기 들어 지분 일부를 처분해 엔케이젠바이오텍을 관계기업(46%)으로 다시 분류했다.

한 기업이 다른 법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때 보유 지분이 50%를 초과하면 종속기업, 20% 초과 50% 이하는 관계기업으로 친다. 즉 엔케이맥스는 자회사 지분을 처분해 지배력이 상실했다면서 관계기업으로 바꾸고, 그러면서 기업가치를 다시 적용해 순이익에 반영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엔케이맥스가 자본잠식을 피하고자 일종의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종속기업이었던 엔케이젠바이오텍의 연말 기준 순자산은 마이너스(-) 66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자회사가 관계기업으로 재분류되며 엔케이젠바이오텍의 공정가치로 358억원이 추가됐다.

이 두 숫자를 합치면 엔케이맥스가 기록한 종속기업처분투자이익과 들어맞는다. 종속기업을 관계기업으로 재분류하는 과정에서 순자산이 마이너스였던 종속기업이 사라지며 660억원의 이익이 생기고, 여기에 엔케이젠바이오텍의 공정가치 358억원이 더해져 1000억원가량의 장부 가치가 뻥튀기된 것이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누적 적자가 출자한 자본금보다 큰 상황을 말한다. 쉽게 말해 투자한 자본금도 다 까먹은 것이다. 2년 연속 자본금의 50% 이상이 잠식되거나,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엔케이맥스의 미국 자회사 엔케이젠바이오텍(NKGen Biotech)이 나스닥 글로벌마켓에 상장한 지난 10월 뉴욕 브로드웨이 나스닥 전광판. /엔케이맥스 제공

1000억원가량의 종속기업처분투자이익이 사라지면 엔케이맥스는 자본잠식률이 74%를 넘는다. 엔케이맥스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은 414억원인데, 종속기업처분투자이익을 뺀 실제 자기자본은 106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재무제표엔 이를 더해 1120억원의 자기자본이 있다고 공시했다.

엔케이맥스는 이미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지만, 자본잠식이라도 면하려고 이런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 유지는 회사가 영업이익을 내는지가 중요한데, 이번만 모면하자는 식의 꼼수는 회계법인이 잡아낼 수 있다”며 “감사보고서 시즌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 걸릴 걸 알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엔케이젠바이오텍은 지난 10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상장을 통해 나스닥 글로벌마켓에 입성했다. 상장 당시 6.2달러였던 주가는 전날 기준 1.26달러까지 떨어졌다. 나스닥은 나스닥 글로벌셀렉트마켓, 나스닥 글로벌마켓, 나스닥 캐피탈 3단계로 구분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나스닥은 1단계인 글로벌셀렉트마켓으로 3년 연속 흑자가 나야 하는 등 상장 요건이 깐깐하다.

회사는 이달 29일까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폐지 관련 이의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코스닥 상장규정 제 55조에 따라 경영개선기간을 부여받는다. 개선기간 동안 의견거절을 받은 재무제표에 대해 재감사를 진행해 ‘적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 거래가 재개될 수 있다.

엔케이맥스는 뒤늦은 공시로 한국거래소로부터 벌점 20점과 공시위반제재금 4800만원을 부과받으며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고,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 1월 최대주주가 반대매매를 당하며 지분을 모두 잃었는데, 증권사 등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인 박상우 대표의 엔케이맥스 지분율은 12.94%에서 0.01%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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