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AI도 친환경도 GaN 전력반도체

장태훈 시지트로닉스 이사.
장태훈 시지트로닉스 이사.

세계 최대 규모 가전·정보기술(IT) 제품 전시회 'CES 2024'에서는 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의 기술발전 추세와 중요성을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었다.

GaN은 경박단소(가볍고 얇고 짧고 작음)는 물론 속도와 효율 측면에서 성능이 탁월해 1㎸ 이하 전압대역에서 경쟁력이 우수한 미래 전력반도체 소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자제품에서 통신, 모빌리티, 에너지, 우주국방 분야로 응용범위가 확대되는 초기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소형 IT기기용 어댑터(충전기)에서 지난 2~3년 사이 모든 시장을 대체하다시피했고 최근에는 서버용 전력공급기(PSU)와 차량 온보드차저(OBC)의 응용과 전력 컨버터로 분야를 확장하는 추세다.

인피니언은 GaN시스템을, 르네사스는 트랜스폼을 인수·합병해 초기 벤처의 기술개발 및 사업화 진입 단계를 넘어 축적한 지식재산(IP)과 기술로 규모화·집적화·양산화로 전환하고 있다. 애플은 물론 삼성전자까지 GaN 충전기(어댑터)를 채택하면서 스마트폰 등 휴대용 전자기기 어댑터에서 기존 실리콘 반도체를 전량 GaN 반도체로 대체하고 있으며 전력공급기(PD) 전력용량도 65W에서 300W급으로 대폭 증가했다.

CES 2024에서 이피씨, 나비타스를 비롯한 다수 업체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같은 소비자 가전을 넘어 자동차, 로봇의 응용으로 확대해 보다 신뢰성과 견고성이 요구되는 응용분야로 진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GaN 반도체의 방사선 내성과 고온동작에 대한 월등한 안정성으로 우주용과 군수용 전력반도체로 효용도가 증가해 향후 이 분야 특수용도의 막대한 성장이 기대된다.

최근 GaN 파워소자를 전력공급기에 응용해 데이터센터의 서버용으로 출시하면서 RE100에 대응하는 유용한 해법도 제시하고 있다. 라이트온은 북미시장의 고성능 서버용 전력공급기(PSU)에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GaN 소자를 채택하고, 나비타스는 기존 12V 회로를 GaN 48V 회로로 변경해 전력소모를 16배 감소시켰다.

이테이커의 M2000이라는 12㎾급 반고체 리튬이온 배터리 스테이션에 GaN 전력소자를 채택해 에너지 밀도를 30%에서 50%로 높이고, 충전·방전 속도와 열적 안정성(열소모 50% 감소)까지 크게 향상시켜 배터리 효율화 및 소형화에 효용성을 높였다. 트랜스폼, 파워인티그렌이션 등은 650V를 넘어 1200~1500V까지 전압을 높여 사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도 전력반도체의 8인치 파운드리 투자에 나서 2028년께 사업화한다는 목표다. 현재 시지트로닉스가 6인치 '멀티-프로젝트팹(M-FAB)'을 보유하고 있으며, 650V급 소자 및 팹리스 사업을 위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GaN 전력반도체는 전력소모가 적고, 스위칭 속도가 빠르며, 부피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으로 이산화탄소 감축에 기여해 친환경 해결책으로 대세임이 확고해지고 있다. 세계적 시장분석기관인 욜의 2023년 발표에 따르면 연평균 49% 고성장으로 5년 후인 2028년에 GaN 전력반도체 시장은 2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030년에는 고부가가치 전방산업인 인더스트리, 우주항공, 군수용에서 활발한 진입이 예상된다.

외국의 선도기업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서 친환경 전력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에 남은 기간은 최대 3~5년 정도다. 선도권 입지를 다지기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태훈 시지트로닉스 이사 tjang@sigetronic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