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영향, 피폭2세…조사로 드러난 삼중수소의 유전적 영향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2024. 4. 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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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를 둘러싼 진실]

지난 3월 30일 중일(中日) 양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방류와 관련해 전문가협의를 중국 랴오닝성 따렌시에서 가졌다. 일본측은 오염수(처리수)의 안전성이나 방출 후의 모니터링 등에 대해 기술적인 설명을 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같은 날 발표했다는 외신이 떴다(時事通信, 2024년 3월 30일). 단신기사로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우리나라도 한일 정부의 전문가협의를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요구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전문가협의를 통해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해양투기의 안전성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하는데 원전 전문가들 대부분이 일본 정부측의 주장, 즉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선의 생태적·유전적 영향이 거의 없다'는 인식에 동조하는 등 문제의식 자체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일본의 방사선과학자인 와타나베 에츠지(渡辺悦司), 엔도 준코(遠藤順子) 등이 공동집필한 『오염수 해양방출의 쟁점-삼중수소의 위험성』(료쿠후출판, 2021)은 일본 정부 및 정부측 전문가의 가장 위험한 논리의 하나가 '후쿠시마원전사고에 의한 태내(胎內)피폭영향이 없다'고 할 뿐만 아니라 '방사선으로 인한 인체의 유전적 영향 그 자체가 아예 없다'고 하는 주장이라고 고발한다.

이들은 이러한 왜곡된 견해를 널리 퍼뜨리고 있는 실체가 일본학술회의(日本学術会議)의 문서인 '아동의 방사선피폭의 영향과 금후의 과제'(2017)나 부흥청의 문서 '풍평(風評)불식·리스크커뮤니케이션 강화 전략'(2017)이라고 지목한다. 놀랍게도 이들 문서는 '방사선의 유전적 영향이 있다고 하는 견해 자체가 풍평을 유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방사선피폭이 인체에 미치는 유전적 영향이 없다'는 견해가 일본 정부의 방사선피폭에 대한 정책의 대전제가 돼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완전 허위주장으로 일본의 장래에 매우 심각한 위험성을 품고 있다고 비판한다.

참고로 일본학술회의는 일본 과학자의 대표기관인 국립아카데미로 내각의 특별기관의 하나이다. 과학의 향상발전을 도모해 행정, 산업 및 국민생활에 과학을 반영·침투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본학술회의는 일본 정부에 권고해 도쿄대학부속 원자핵연구소를 비롯한 많은 공동이용연구소의 설립을 실현시켰으며 1954년에는 '원자력연구와 이용에 관해 공개, 민주, 자주의 원칙을 요구하는 성명'을 제언하기도 했다. 정책제언기관으로서 충분한 힘을 발휘한 것은 1970년대까지라는 지적도 나올 정도는 지금은 영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永山國昭·栗原和枝, 「日本学術会議とは何か?」, 『生物物理』, 第49巻 第3号, 2009).

와타나베·엔도 등 이들 과학자는 일본학술회의의 보고서는 UNSCEAR(유엔방사선영향위원회)이나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등의 보고서를 '건강영향에 관한 과학적 근거'로 삼고 있는데 진리의 기준을 과학이나 과학연구 자체가 아니라 외적 권위, 즉 소위 '국제권위주의'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UNSCEAR 등의 보고서를 '부정확하게, 불성실하게 왜곡 인용하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 같은 악질적인 연구 부정은 단죄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먼저 방사선의 인체 유전성 영향의 유무와 관련해 '일본학술회의 보고서'는 'UNSCEAR 2001년 보고서'에 의거해 '원전피폭자 2세를 비롯해 대부분의 조사가 있지만 방사선피폭에 기인하는 인체의 유전성 영향을 나타내는 증거는 보고되고 있지 않다'(p.3)고 기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래의 UNSCEAR 2001년 보고서에는 일본학술회의 보고서가 인용한 내용 바로 뒤에 '그러나 식물이나 동물에서의 실증연구에서 방사선은 유전성 영향을 유발하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사람이 이 점에서 예외라는 사실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UNSCEAR 2001년 보고서 『방사선의 유전적 영향』, p.9, p.100)'라고 결론이 나와 있는데 일본학술회의 보고서는 이 부분을 아예 무시·생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와타나베·엔도 등 이들 과학자는 "태아영향의 존재는 실증되고 있다"며 일본학술회의 보고서의 왜곡사례를 하나하나 지적하고 있다. 일본학술회의 보고서는 일본산과부인과학회의 결정을 인용하면서 '①후쿠시마원전사고에 기인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배·태아의 흡수선량은 태아영향의 발생의 역치보다는 훨씬 낮다. ②따라서 태아에 미치는 영향은 염려 없다. ③사산, 조산, 저출생 시 체중 및 선천성이상의 발생률에 사고의 영향이 보이지 않는 것이 증명되었다(p.9).'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이 3가지 모두 명백한 허위주장이라고 고발한다.

▲ 방류되는 후쿠시마오염수. ⓒ로이터=연합뉴스

첫째 '역치(閾値)'란 생물체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자극의 세기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일본학술회의 보고서는 이 역치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를 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대표적인 의학 교과서의 하나인 키스·L·무어 편집의 『인체발생학』(일본어역, 2015)에는 '임신 전(全) 기간을 통해 임산부가 조사(照射)되어도 좋은 방사선은 전신 조사량으로서 500밀리라드(0.5라드=5mSv)가 한계이다.'라고 명기돼 있다(p.459). 임신기간을 266일로 계산하면 연간 환산으로 약 6.9mSv가 되는데 일본 정부는 연간 20mSv까지의 방사선피폭을 거주가능하다고 하고 있기에 임산부가 거주하면 약 4개월만에 도달해버리는 수준이다. 일본학술회의나 일본산과부인과학회가 자신들의 주장에 충실하다면 '연간 6.9mSv를 넘는 오염구역에 임산부의 귀환은 태아영향의 위험성이 있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독성학의 원칙상 '염려 없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안전 측에 여유를 갖고 '안전계수'를 취해야 하는데 안전계수는 보통 '최소 무독성량'의 100분의 1, '최소 독성량'의 경우는 1000분의 1이다. 따라서 이 경우는 연간 0.069mSv 정도가 기준이 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태아에 미치는 영향은 염려 없다'고 한 이들 기관의 책임은 엄하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일본학술회의 보고서는 '피폭으로 인한 태아영향은 없다'는 평가를 하면서 그와 전혀 반대되는 '장기의 기형발생' '생후의 정신발달지체' '소두증'을 태아영향의 구체적 형태로 들고 있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p.3). 구미의 일반 대학 교과서인 에리크·홀 등의 『방사선의(放射線医)를 위한 방사선생물학』에는 히로시마·나가사키의 원폭에 의해 모태 내에서 피폭해 출생한 피폭자의 조사 결과 소두증과 지적장애(정신발달지체)에 대해 방사선영향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있으며 소두증에 대해도 '역치가 없을(저선량이라도 발병이 피폭량에 비례한다)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pp.179-182). 이 책은 또한 의료피폭 환자의 사후(事後)연구를 통해 이밖에도 이분척추, 양측내반족(발의 기형), 두개골의 형성이상, 어깨기형, 수두증, 두피탈모증, 사시, 선천성실명 등 대부분 피폭에 기인한다고 생각되는 선천성이상이 보고되고 있다고 명확히 기록하고 있다. 일본학술회의 보고서는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이 '영향이 보이지 않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엉터리 서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후쿠시마원전사고에 있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라고 하는 일본학술회의의 주장은 명백히 허위주장이라는 것이다. '사산, 조산, 저출생 시 체중 및 선천성이상'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도쿄올림픽의 위험을 호소하는 시민의 모임'이 펴낸 『도쿄올림픽이 초래할 위험-지금 거기에 있는 방사능과 건강피해』(료쿠후출판, 2019) 제3부 제2장 '암, 백혈병·혈액암, 아동의 발달장애의 다발(多發)'에 이러한 사례가 소개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16년 11월 24일 『Medicine®』지에 소개된 하겐 셔브(Hagen Scherb)·모리 쿠니요시(森國悅)·하야시 게이지(林敬次)의 논문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에 의해 오염된 현(県)・도(都)에서의 주산기(周産期)사망의 증가-공간적으로 층화된 종단적 연구'에 따르면 후쿠시마원전사고로부터 약 10개월 후에 후쿠시마와 인근 5개 현(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이바라기·도치키·군마)에서 주산기사망율이 급증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http ://emb¯jp.com/2016/10/media2016002). 주산기란 임신 22주부터 출생 후 7일까지의 기간으로 합병증임신이나 분만 시의 신생아가사(仮死) 등 모체・태아나 신생아의 생명에 관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기간을 말한다.

또한 후쿠시마현이 발행한 「학교통계요람 2017년도」에서는 초등학교 '특별지원'의 아동·학생수가 사고 전인 2010년도의 1211명에서 사고 후인 2017년도 2270명으로 1.87배로, 중학교에서는 같은 기간에 607명에서 923명으로 1.52배로 늘어나고 있다. 그 중 '지적 장애'로는 초등학교에서 같은 기간에 864명에서 1,289명으로 1.49배, 중학교에서는 466명에서 585명으로 1.26배로, '자폐증·정서장애'로는 초등학교에서는 332명에서 950명으로 2.86배, 중학교에서는 127명에서 332명으로 2.61배나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방사선과의 관련을 생각할 수 있는 '정신발달지체'의 징후는 후쿠시마현 자체의 학교통계조사에서조차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나 정부측 전문가가 인체의 유전적 영향을 부정할 때 히로시마·나가사키의 피폭2세 조사를 잘 인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는 방사선의학 교과서의 하나인 아오야마 다카시(靑山喬)·니와 오쓰라(丹羽太貫) 감수의 『방사선 기초의학』(2008)은 '방사선의 유전적 영향에 대하여 인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 20건 가운데 유전적 영향이 있거나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10건이나 보인다'는 것이다.

더욱이 ICRP과 UNSCEAR도 인간의 유전성 영향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ICARP 2007년 권고는 방사선의 유전성 영향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정하고 있다. ICRP의 권고는 유전성의 리스크를 1만명·Sv당 20사례, 그중 지사성(至死性)을 80%인 16사례, 비지사성을 20%인 4사례로 추계해 명기하고 있다(p.143). 그런데 일본학술회의의 보고서는 이 점도 전혀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연간 출생수는 약 100만 명이기에 UNSCEAR의 '선천이상'의 자연발생확률 6%를 적용하면 자연발생적인 선천이상의 생산아는 연간 약 6만 명이 된다. LNT(역치 없는 직선)을 전제해 자연 발생하는 돌연변이 생물의 출현 비율을 두 배로 늘리는 데 필요한 방사선량인 DD(배가선량)=1Sv를 사용하면 정부가 그 이하에서는 방사선영향이 '없다'고 말하는 100mSv(이것도 거짓이지만)의 10분의 1인 약 6000명에게 선천이상의 과잉발생이 예상된다. 정부의 귀환기준인 연간 20mSv로서는 연 1200명 정도, 공중의 피폭기준인 연간 1mSv로도 연 60명 정도에게 선천이상의 과잉발생이 예상된다. 따라서 UNSCEAR에 따르면 '방사선피폭에 의해 선천성이상의 발생이 없다'고 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UNSCEAR 2001년 보고서는 자연발생의 다양한 유전성의 '만성질환'을 가진 생아(生児)출산수를 생아출생 전체의 65%로 추정하고 있다. 이 숫자는 일본의 연간 출생수 약 100만명당 65만명이다. 따라서 이 경우도 LNT를 전제로 하면 100mSv피폭으로 약 6만5천명(합계로 72만5천명), 연간 20mSv로 연 약 1만3천명, 연간 1mSv라도 연 650명의 과잉발생이 된다는 것이다. UNSCEAR에 바탕을 두는 한 '유전성 영향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일본학술회의 보고서는 그들이 '과학적 근거'라고 칭하는 UNSCEAR의 견해와도 정면 위반하는, 완전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신 방사선의학에 대한 개괄적 저작인 오니시 다케오(大西武雄) 감수의 『방사선의과학사전』(2009)은 체르노빌사고에서의 피폭자의 최신 조사에 바탕을 두어 '후세대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정하고 있다. '인간집단에 있어서는 방사선에 의한 유전성영향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체르노빌원전사고 직후보다 러시아정부는 오염지역에 사는 약 10만명 소아의 건강조사와 치료를 행해 피폭주민의 자손에는 선천이상·암·내분비·소화기·순환기·신경계 등의 질환의 증가가 근년 보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아기 피폭자에게 갑상선암이 증가하고, 피폭자 자손에게는 조혈기계·중추신경계 등에 소위 소아기에 특이한 암이 발병하고 있는 경향이 보인다. 그 중 분자역학 조사에서는 체르노빌원전사고에서 군인, 소방사 등 사고처리작업 종사자 등의 직접적 피폭자 자손에게는 유전자변이의 증가는 보이지 않고, 체르노빌 피폭주민의 자손에게는 유의한 돌연변이의 증가가 보고되고 있다(pp.173-174)'는 것이다.

또한 아라이 에이스케(荒井英輔)는 『삼중수소의 무엇이 문제인가』(도쿄도서출판, 2022)에서 ICRP가 히로시마·나가사키에서 피폭 후 살아남은 사람들과 미국의 원폭용 플루토늄을 생산한 핸포드핵시설(Hanford Site) 노동자의 역학조사연구 결과 ①백혈병과 방사선 유기(誘起)암은 확정적 영향이 아니라 '확률적 영향'으로 분류된다. ②인체유전자에 미치는 방사선장애에 대해서도 확정적 영향이 아닌 확률적 영향으로 분류된다며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원폭피폭자의 백별형 및 방사선유발 고형(固形)암은 확률적 영향으로 분류하고 있다.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의 방사선 피폭 생존자들 사이에는 1950~1955년에 걸쳐서 골수(骨髓)성 백혈병의 증가가 통계적으로 인정된다. 히로시마·나가사키에서 방사선(γ선 및 중성자선)의 직접피폭 생존자 7만6천명(피폭선량은 7~8Sv 이하)을 대상으로 UNSCEAR이 1958년 이래, 수년에 걸쳐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피폭자 대상의 50년간의 역학조사 결과 백혈병 사망률은 피폭선량과 더불어 증가해 약 1,000mSv 이상에서는 거의 비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백혈병사망률의 피폭량의존성 데이터에서 백혈병은 역치선량을 가진 확정적 영향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이 보이지만 백혈병사망률은 피폭 후 7년째에 피크를 이룬 뒤 후 감소하기 시작해 1970년대에는 거의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가버렸다. 미국 핸포드핵시설 노동자 약 3만명 대상의 정량적인 피폭조사 결과 백혈병은 당초 예상과 달리 역치선량을 가지지 않은 확률적 영향의 '만발(晩發)장애'라고 결론이 내려지게 됐다는 것이다.

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자의 백혈병이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간 뒤 피폭 후 약 20년 경과시부터는 피폭자 가운데 백혈병 이외의 유암, 갑상선암 등의 고형암이 증가하고, 만발성장애의 증가가 통계적으로 인정하게 되어 방사선유발암의 발생이 명백해졌다. 300mSv 이하에서는 데이터가 상하로 벗어나고 있지만 그 이상에서는 선량에 거의 비례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암도 어느 경과시간에 피크를 갖고는 저하하는 경향을 보였다. 고형암의 발생원인은 담배나 식사, 비만 등의 인자에 비해 방사선의 영향은 적지만 이것도 백혈병과 마찬가지 확률적 영향인 만발장애로 분류되었다. 방사선으로 발병하는 고형암 가운데 유방암이 가장 발생률이 높고 특히 피폭시 40세 이하 젊은 집단의 리스크가 높고, 유방암발병의 증가는 자연의 발병률의 2배가 되고 있다. 다음으로 갑상선암은 1986년 체르노빌원전사고 피폭자 중 인정된 유일한 암인데 특히 아동의 소아갑상선암은 통상의 약 80배로 증가한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더욱이 체르노빌에서의 소아갑상선암 환자 6명 중 1명 비율로 폐로 전이되는 심각한 피해도 보고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방사선유발암에는 허용되는 역치선량은 존재하지 않고 저선량피폭에 의한 확률적 위험성이 강하게 인식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방사선유전장애도 확률적 영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방사선의 유전성 영향은 1927년 뮬러(Muller)에 의해 초파리 X선 조사를 통한 염색체에 미치는 영향, 즉 유전성 영향이 드러났다. 이 실험에서 돌연변이발생률은 ①총선량에 비례하지만 ②방사선의 선량률(단위시간당 선량)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가정돼 있었다. 이들 조사연구에 의해 ICRP는 유전자장애도 백혈병, 방사선유발암과 마찬가지로 확정적 영향이 아니라 역치선량 없는 확률적 영향으로 간다고 대전환을 했다.

1977년 ICRP는 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자의 백혈병을 포함한 방사선 유발암의 증가와 피폭2세의 유전영향에 관한 연구 등을 바탕으로 방사선방호의 틀 짜기를 확대했다. 종래의 '백혈병의 유발과 유전적 영향의 방호'에서 '백혈병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암의 유발 방호'로 전환했다. ICRP는 한사람 한사람의 생체세포가 받는 방사선은 적다고 해도 그것이 그 사람의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암유발 가능성이 있고, 100mSv미만이라도 암 발생빈도가 늘어난다고 생각해 모든 종류의 방사선유발암에 대해 역치선량 없는 '확률적 영향'의 사고방식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축적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에 백과사전에도 나와 있을 정도로 알려져 있다. 1979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로우리 돕슨(R.L.Dobson)팀은 '원자력산업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핵종의 생물학적 의미(Biological implications of radionuclides released from nuclear industries)'라는 논문에서 저농도의 삼중수소도 쥐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암컷 생식세포의 '비가역적 손실'이 있었는데 낮은 농도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손상된 것으로 관찰됐다는 것이다. 출생 전후 노출로 태아에 대한 특별한 위험을 경고했다.
(https://inis.iaea.org/search/searchsinglerecord.aspx?recordsFor=SingleRecord&RN=11535461)
1993년 12월, 미국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스트라우메(T. Straume)팀은 '삼중수소 방사선 생물학과 상대적 생물학적 유효성(Tritium radiobiology and relative biological effectiveness)'이란 논문에서 삼중수소에 피폭되면 암, 유전자 영향, 기형아, 생식기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삼중수소 β(베타)선은 γ(감마)선 및 X선보다 생물학적 효과가 더 큰데 산화물 형태의 삼중수소는 세슘137이나 코발트60의 γ선보다 낮은 선량 또는 낮은 선량률에서 약 2~3배 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https://pubmed.ncbi.nlm.nih.gov/8244712).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는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創史社, 2010)에서 “작은 피폭도 악영향을 미친다. 작은 피폭은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망언이다”고 강조했다. 방사선이 분자결합을 절단·파괴하는 현상은 피폭량이 많은가 적은가 와는 관계없이 일어난다. 증상이 나오는 최저의 피폭량인 역치 이하의 피폭이라고 해도 분자결합이 피해를 받는 것 자체는 피할 수 없고 그것이 실제로 인체에 악영향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인류는 알고 있다는 것이다.

히로시마·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져 순간 사망을 포함에 극히 단기간에 21만 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원폭을 투하한 미국은 1950년 피폭자의 건강영향을 조사하는 수명조사(LSS)를 시작해 히로시마·나가사키의 근거리 피폭자 약 5만명, 원거리피폭자 약 4만명, 동시에 원폭 작열시 두 도시에 있지 않았던 사람(비피폭대조자) 약 3만명을 포함해 피폭영향 조사를 진행했다. 피폭자로 규정된 사람들을 반세기에 걸쳐 조사한 지금 50mSv의 피폭량에 이르기까지 암이나 백혈병이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도 명백히 드러났다. 이 때문에 역치가 없고 또한 아주 낮은 피폭량이라도 피폭량에 비례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 즉 '직선·역치없음'(LNT) 가설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저선량방사선의 생물 영향을 오랜 기간 조사해온 미국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은 2005년 6월 일곱 번째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결론을 발표했다. '피폭리스크는 저선량에 이르기까지 직선적으로 계속 존재하며 역치는 없다. 최소한의 피폭이라고 해도 인류에 위해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원자력 추진파는 이 가설조차 인정하지 않고 50mSv이하 피폭영역에서는 피폭 영향이 없다고 뻔뻔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본의 내과의사이자 한의사인 우쓰미 사토루(內海聰)는 『방사능과 원전의 진실』(2015)에서 흔히 삼중수소 세슘 오요드 등을 측정해 화제로 삼는 것은 국가가 그 밖의 다른 핵종의 위험성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것이 은폐공작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우쓰미 박사는 “비유를 하면 스트론툼이나 플루토늄을 대포와 같은 병기라고 한다면 삼중수소는 산탄총이나 기관총과 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어느 쪽이나 두려운 건 마찬가지다. 삼중수소는 기본적으로 오염수로부터 제거할 수 없다. 물분자이기 때문이다. 반감기가 12.3년으로 조류(藻類), 해초류, 갑각류, 그리고 어류 등 수생생물에 집중해서 축적된다. 삼중수소는 뇌종양, 아기의 선천성기형, 대부분의 장기에 암만이 아니라 기타 보편적인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2023년 6월 미나마타병피해자·지원자연락회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미나마타병의 교훈을 잊지말라'며 반대 성명을 냈다(https://www.shizenha.net/news/39217). "자연이나 인체에 초유의 피해를 가져온 미나마타병의 교훈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는 이번 결정에 단호히 항의하며 반대한다. 메틸수은을 포함한 공장배수를 희석해 버려도, 생물농축으로 바다나 강에 흘려보낸 메틸수은이 백만배 농도가 되어 인체에 끼친 사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지 않은 단계에서의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방출은 허용해선 안 된다."

희석한다고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 핵종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먹이사슬에 의한 생체농축으로 메틸수은이 인체에 영향을 미쳐 미나마타병을 초래한 것처럼 후쿠시마원전 오염수의 해양투기는 일본을 넘어 인류에게 이러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일본 정부는 물론 우리 정부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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