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상륙 1년, '유료 수수료'에 발목 잡힌 메기 [추적+]

강서구 기자 2024. 4. 1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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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애플페이 한국 시장 진출 1년 後
2023년 3월 21일 서비스 개시
뜨거운 반응에 초반 흥행 돌풍
오래가지 않은 가입자 증가세
비싼 카드 수수료 논란 일으켜
확장성 보여주지 못한 이유들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시장이 기대한 메기 효과가 나타났는지는 의문이다.[사진=뉴시스] 

2023년 3월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뜨거운 관심 덕분인지 가입자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그때의 열기는 수그러든 지 오래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곳은 여전히 현대카드 한곳뿐이고, 시장점유율도 눈에 띌 만큼 끌어올리지 못했다. 왜일까.

지난해 3월 21일 아이폰 유저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토록 기다리던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에 상륙했기 때문이다. 2014년 애플이 자신들의 '페이'를 미국에서 도입한 지 9년 만이었다. 애플페이를 출시한 현대카드의 정태영 부회장이 자신의 SNS에 연일 '사과 사진'을 올리며 기대감을 키운 덕분인지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출시 첫날 가입자 수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고, 출시 20여일 후인 지난해 4월 11일엔 '200만명 돌파' 소식을 알렸다. 애플페이가 국내 결제시장의 판도를 바꿀 메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이유다.

애플페이가 돌풍을 일으키자 카드업체는 물론 휴대전화 제조사와 페이업체도 긴장의 고삐를 조였다. 애플페이 도입으로 시장점유율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리면서다. 가령, 애플페이 효과로 지난해 1분기 27.0%였던 아이폰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 때문인지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는 애플페이 출시일에 맞춰 연동 서비스를 출시했다. 경쟁업체들이 그만큼 애플페이를 경계했다는 방증이다. 그렇게 1년이 흐른 지금, 기대와 경계를 동시에 받았던 애플페이는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애플페이 덕분인지 간편결제 시장은 눈에 띄게 커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간편결제 이용 건수는 2735만1000건으로 2022년(2412만5000건) 대비 1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결제금액은 7614억4000만원에서 8754억6000만원으로 15.0% 늘었다.

애플페이를 등에 업은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도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3월 1157만7000명이던 현대카드 회원 수는 올해 2월 1214만8000명으로 4.9%(57만1000명) 증가했다. 이는 국내 전업카드사 상위 4곳(삼성카드·신한카드·현대카드·KB국민카드) 중 가장 많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 회원 수는 20만2000명, 신한카드 8만8000명, KB국민카드 44만9000명 증가했다.

하지만 애플페이가 간편결제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9월 21일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독점 서비스 기간이 끝났지만, 다른 카드사로의 확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해 10월 신한카드·BC카드·KB국민카드 등이 애플페이와 물밑접촉 중이란 소식이 알려지긴 했지만,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는 여전히 현대카드뿐이다.

시장에선 애플페이의 확장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애플페이 가입자 증가세가 눈에 띄게 꺾였다. 애플페이 출시 첫달인 지난해 3월 20만명을 넘어섰던 현대카드 신규 가입자 수는 월평균 11만명대에서 머물러 있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15 시리즈의 출시로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두배 이상 상승(지난해 3분기 15.0%→4분기 35.0%)했다는 걸 감안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왜일까. 페이업계는 애플페이의 높은 수수료를 첫째 요인으로 꼽고 있다.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다른 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건당 0.15%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2023년 국감에선 "애플페이의 시장점유율이 10.0%를 기록하면 카드사가 애플과 비자에 지급해야 할 연간 수수료가 34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이는 수익성을 고민해야 하는 카드사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 조건으로 "애플페이 수수료 등의 비용을 고객 또는 가맹점에 부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페이 수수료의 부담을 카드사가 져야 한다고 못 박은 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 중 하나가 편의점"이라며 "소액결제 건수가 많아지면 수수료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플페이가 '메기 역할'을 해내지 못한 둘째 이유는 '수수료 유료화의 전이' 가능성에 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2023년 불거진 삼성페이 수수료 검토 논란이다. 지난해 6월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처럼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을 내비치자 카드업체들이 발칵 뒤집혔다. 삼성페이가 수수료를 부과하면 다른 페이들도 같은 길을 걸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가 '수수료 무료'를 결정하면서 논란이 수그러들긴 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애플페이를 선택하는 카드사가 늘어날수록 다른 페이들도 '수수료 유료화'를 꾀할 수 있어서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애플페이가 시장을 넓히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애플페이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띨지는 알 수 없다. '교통카드에 애플페이가 실린다' '이마트가 애플페이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는 설은 많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은 아직 없다. 철저한 비밀주의 탓인지 진행 과정도 알기 어렵다.

하지만 애플페이가 국내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애플페이를 결제할 수 있는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의 보급률이 낮다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애플페이는 정말 메기가 될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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