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정 작가는 체리나 자두, 딸기 등 탐스러우면서 강렬하고 선명하며, 동그랗고 탱글탱클한 과일을 소재로 ‘딜리셔스’(Delicious·아주 맛있는) 연작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기교적으로 윤 작가의 기량이 정점일 때 완성한 대표작으로 붓 터치나 재질감이 극도로 제한돼 있는 수작입니다. 자두 하나를 건들면 그릇 밖으로 쏟아져 버릴 것 같습니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 화면에 긴장감을 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집중하게 합니다.
작품 속 시간은 멈춰있습니다. 다시 시간이 흐른다면 생기 넘치는 자두의 색은 혼탁해지고 수분도 빠져나가 생생함을 잃게 됩니다. 이 작품은 자두의 생명력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를 보여줍니다.
정물화는 영어로 ‘스틸 라이프’(Still Life)라고 합니다. 이는 사람이든 동식물이든 살아있는 생명체가 멈춰있는 그 상태, 즉 시간이 정지된 어느 순간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딜리셔스’는 생명력이 절정에 다다른 자두를 그려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