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존디어’ 꿈꾸는 ‘K-농슬라’ [빛이 나는 비즈]

노현섭 기자 2024. 4.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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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갈던 농기계에 AI, 자율주행 등 첨단 ICT 기술 접목
노동력 부족, 생산성 확대 문제에 디지털 기술이 해법
K 농기계 대표 ‘대동’도 AI,자율주행, 로봇 분야까지 도전
국내 동급 모델 최초 자율작업 기능이 탑재된 프리미엄 중형 트랙터 GX시리즈. 사진 제공=대동
[서울경제]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T)·가전 전시회인 ‘2023 CES’의 개막행사에 예상치 못했던 기업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구글, 소니 등 글로벌 업체는 물론 로봇,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로 무장한 기업과 스타트업들 속에 농기계 업체인 ‘존디어’가 모빌리티 전시관 중심에 대형 부스를 설치한 것은 물론 존디어의 최고경영자(CEO) 존 메이는 개막행사 기조연설 까지 했다. 초록색 바탕에 노란색 사슴이 뛰어가는 모습의 심벌이 달린 모자나 티셔츠 등으로 인해 패션 브랜드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은 존디어는 글로벌 최대 농기계 전문 회사다. 당시 존디어는 CES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대형 무인 트랙터’를 공개했다. AI 기능과 자율 주행, 에지컴퓨팅 등의 기술을 접목 시켜 무인으로 밭을 갈거나, 씨를 뿌릴 수 있는 기능을 갖춘 트랙터를 본 많은 사람들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테슬라를 빗대 ‘농슬라’라는 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실제 존디어는 서부시대가 시작된 1830년대 ‘미국을 바꾼 위대한 물건’ 중 하나로 꼽히는 ‘곡선형 강철쟁기’를 개발했고, 1800년대 후반에는 증기기관을 이용한 트랙터를 만들면서 혁신을 이끌어 왔다. 이제 디지털전환(DX) 시대를 맞이하면서 AI와 자율주행 기능을 앞세워 또 다른 혁신을 준비 중인 것이다. 농기계에 왜 이러한 첨단 기술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지만 미국 인구의 2%도 안되는 농민들에게 노동력 부족과 생산량 증대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과 디지털 기술의 만남이 필연적이라는 분석이다.

존디어 자율주행 트랙터. 존디어 홈페이지 캡처
존디어 CI

1947년 창립해 국내 농기계 역사상 다양한 최초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대동(000490) 역시 이러한 이유로 농슬라 시대에 농업 플랫폼 회사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존디어가 바라본 농업 현실과 같이 한국에서도 농업 분야에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대한민국 농가 평균 연령은 68세이고 그 중 47%가 65세 이상이다. 식량 소비는 지속되지만 생산할 수 있는 인원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은 곡물자급률 20.2%를 기록(2020년 기준)하며 OECD 38개국 중 식량안보 최하위(32위)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기후 변화, 코로나 발생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 곡물 가격 폭등을 야기하며 식량 안보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동은 존디어가 선택한 첨단 기술 기반으로 한 애그테크 산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무인화’와 생산성 확대와 노동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로봇’, 또 이러한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플랫폼’을 해답으로 본 것이다.

대동이 제시한 4대 미래 농업 플랫폼

특히 대동이 이러한 변화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회사 설립 당시부터 가지고 있는 ‘농슬라 DNA’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동은 1949년 석유엔진 발동기, 1962년 경운기, 1968년 농용 트랙터, 1971년 콤바인, 1973년 보행 이앙기까지 수많은 ‘최초’ 기록을 가지고 있다. 또 2013년 국내 농기계 업체 최초 디젤 엔진 및 전기 모터 기반 하이브리드 트랙터 개발에 성공하는 등 농기계 분야에서 매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여기에 2023년 국내 농기계 제조업 최초 자율주행 3단계에 해당하는 자율작업 국가시험 통과 및 자율작업이 가능한 트랙터/이앙기/콤바인을 출시해 스마트 농기계 풀 라인업을 구축하는 등 애그테크 기반을 상당 부분 갖춰 놨다는 평가다. 이 뿐만 아니라 트랙터에 부착된 데이터 수집 전용장치를 활용해 AI 모델링 기반 무인 자율작업이 가능한 트랙터도 개발 중이고 스마트 기기로 농기계의 원격시동, 위치관리, 작업관리, 고장진단 점검 등을 받을 수 있는 관제 서비스 앱, 대동 커넥트(daedong Connect)도 제공하고 있다.

대동이 개발한 자율주행 운반 로봇.사진 제공=대동

대동은 또 농기계 제조 사업을 바탕으로 확장된 모빌리티 사업과 스마트 파밍을 연결짓는 링크사업으로 로보틱스를 선택했다. 대동 관계자는 “이는 농업 및 비농업 기반 로보틱스 개발을 의미하며 대동은 2023년 1월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과 대동-KIRO 로보틱스센터를 공동으로 운영해 로보틱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며 “그 결과, 지난해 10월에는 강원도 평창군의 과수원에서 자율운반 추종로봇 개발 경과 및 시연을 위한 현장 실증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로봇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가 자율주행 기능 기반으로 쉽고 편하게 필요 자재를 운반하는데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실제 와이어센서, 비전 센서, GPS를 기반으로 지정 구역에서 작업자를 추종하고 자율 이동하며 작업자가 조작하지 않더라도 작업 환경을 판단한다.

해당 로봇 외 대동은 로보틱스센터에서 농작물 자율운반 및 방제 로봇, 경운·파종·수확 등 농작물 전주기에 활용 가능한 전동형 로봇 관리기, 실내용 배송 로봇 등을 개발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2025년까지 △농작물 자율운반을 위한 추종 로봇 △경운, 파종, 수확 등 농작물 전주기에 활용 가능한 다목적 농업 로봇 △실내용 배송 로봇 △포스코 등 산업용 특수 로봇 △해외 가드닝용 로봇모어 등을 개발을 목표하고 있다. 지난해 말 로봇 사업 속도를 높이고자 조직 개편을 단행, 상품기획부문 산하에 로봇사업기획본부를 신설 배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실증을 완료한 자율운반 추종로봇, 로봇모어 등을 올해 본격 보급한다.

대동 자율작업 콤바인 시연회 모습. 사진 제공=대동

대동 관계자는 “대동이 가장 잘하는 영역에서부터 확장을 하고(스마트 농기계), 가장 오랫동안 몸 담아온 업에서 혁신을 도모하며(스마트 파밍), 기존 역량의 다각화를 끊임없이 꾀하고(스마트 모빌리티), 미래 산업의 포트폴리오 안에서 융합하고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보틱스)를 찾아냈다”며 “이러한 4대 사업 축을 근간으로 구축된 다양한 제품군을 미래 농업 플랫폼에 담아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농산업 디지털 전환의 대표 성공 사례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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