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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X액트: 주총 리뷰③] 한미·KT&G·JB금융·이화전기 ‘박빙’… 주총 드라마 썼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03 15:47

-역전에 역전에 역전, 숨 막혔던 한미사이언스 주총

-KT&G·JB금융, 집중투표제… 선진 거버넌스 ‘입증’

-이화전기, 주주연대 김현 대표 표대결서 ‘석패’

[편집자주] 소액주주 운동과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거세지며 올해 주주총회는 큰 주목을 받았다. 일부 종목은 주주연대의 지분율이 최대주주를 웃돌기도 했다. 상황을 대처하는 태도는 종목마다 온도차가 컸다. 소액주주플랫폼 '액트'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지난달 주주총회를 집중 취재한 에너지경제 자본시장부는 주총의 △양태 △성과 △결과 등을 중심으로 주주총회를 되짚어보고, 커지는 주주연대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에 대해 의미를 찾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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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사이언스 주주총회장으로 입장하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사진/박기범 기자


올해 주주총회는 유독 팽팽한 접전을 벌인 종목들이 많았다. 행동주의펀드, 주주연대 등이 백기사로 나서 2대 주주의 부족한 지분율을 채워주다 보니 주주총회 시점에는 지분율이 엇비슷해져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섣불리 예측할 수 없었던 기업들이 상당했다. 일부 기업에는 집중투표제란 변수도 있었다.


지분 싸움으로 크게 주목받았던 주총은 한미사이언스다. 캐스팅보트들의 투표 방향이 결정되며 전세는 역전에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다. 한미그룹은 지난 1월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 여동생인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이하 모녀 측)과 장남 임종윤 한미그룹 이사, 차남 임종훈 한미그룹 이사(이하 형제 측)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모녀 측이 OCI그룹과 '공동경영'을 발표하자, 형제 측은 이를 반대하며 대립각이 형성된 것이다.


처음에는 모녀 측이 우세했다. 모녀 측이 31.9%를, 형제 측이 28.4%를 보유하며 양측의 지분율은 3.5%p 차이가 났다. 하지만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측을 지지하기로 선언하면서 판세는 형제 측으로 기울어졌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신 회장이 형제를 지지한 이후 몇 일이 지나지 않아 7.3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모녀 측에 손을 들어주며 다시 모녀 측으로 형세가 뒤집힌 것이다.


이때부터 많은 관계자들은 모녀 측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형제 측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형제 측은 주총 전일 일부 친인척을 우호세력으로 포섭했고, 주주연대의 지지도 함께 이끌어내며 유리한 고지를 재탈환했다.




주총장에서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결과는 모녀 측의 완패였다.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이 찬성률 48%로 부결됐고, 형제 측은 모두 가결됐다.


◇집중투표제, KT&G와 JB금융지주

KT&G와 JB금융지주는 이번 주주총회 결과, KT&G와 JB금융지주의 이사진에 외부인사가 들어왔다. 양 사 모두 최대주주와 2대 주주 간에 팽팽한 지분 싸움이 진행됐다. 하지만 양 사의 표대결은 한미사이언스처럼 한 주라도 찬성표를 더 확보 과정보다 전략적 선택이 더 주목받았다.


집중투표제 때문이다. 집중투표제는 자신이 보유한 여러 표를 한 후보에 집중해 투표할 수 있기에 누적투표제로도 불린다. 최대주주가 아닌 소수파 주주가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알려져 있다.


KT&G는 이번 주총에서 2명의 이사를 선임하기에 KT&G 주식은 1주당 2표의 의결권이 있었다. 사측과 최대주주 측이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 보니 어떤 전략을 취해 투표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바뀔 수 있었다. 각 후보마다 1표씩 투표하다가 상대측에서 2표를 집중투표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측은 방경만 대표에,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과 행동주의펀드 FCP는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외이사 선임에 각각 집중했다. 손 교수는 의결권 있는 유효 주식 9129만여 주 중 5660만여 표를 받아 KT&G 이사회에 진입했고, 사장 후보 였던 방경만 사장 역시 8409만 표를 얻어 이사에 재선임됐다. 사측의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는 탈락했다.


JB금융지주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지지한 이희승·김기석 사외이사가 주총 표 대결에서 김 이사와 이 이사는 각각 득표 1·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하지만 이사로 선임된 수는 사측이 더 많았다. JB금융이 추천한 사외이사 5명 중 김지섭 김우진 이명상 이희승(얼라인파트너스도 추천) 등 4명이 선임됐다.


주총이 열리기 전 최대주주인 삼양사(지분율 14.61%)와 얼라인(14.04%)의 지분율 차이는 0.6% 포인트에 불과해 팽팽한 결과가 예상됐는데, 표 분산 효과까지 더해져 JB금융지주의 이사진은 여러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게 꾸려지게 됐다.


◇이화전기, 김현 주주연대 대표 '석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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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전기 주주총회에서 발언 중인 김현 이화그룹 주주대표. 사진/박기범 기자

이화전기는 이트론, 이아이디와 함께 이화그룹으로 불리는데, 실소유주로 불리는 김영준 회장이 순환출자를 통해 이화그룹 지분 1주도 없이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구조다. 그리고 지난해 5월 김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가 발생하며 이화 3사는 지금까지 거래 정지 중이다.


그러다 보니 주총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김현 이화그룹 주주연대 및 범 주주연대 대표가 이사진으로 합류되는지 여부였다. 그는 38만 이화그룹 주주연대 대표로서 △개선기간 부여를 위한 다수의 거래소 집회 △개인투자자 최초 국정감사 참고인 출석 △이화전기 1대 주주 등극을 위한 의결권 확보 활동 등 유의미한 이화그룹 주주연대 활동을 이끌었다.


김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도정철 이촌회계법인 회계사와 사외이사 한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지난달 15일 양 측의 주식수는 1040만주 가량 차이가 나다 보니 주총 전까지 주주연대는 적어도 1040만 주의 찬성을 사측보다 더 얻야야 만 했다. 주주연대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기간 중 1040만 주를 웃도는 1258만 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하지만 사측 역시 KDM메가홀딩스를 통한 186만 주 등 총 398만 주를 추가확보, 사측이 280만 주를 앞선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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