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관심 늘었는데…존폐 위기 놓인 고팍스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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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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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데다 자체 예치서비스인 고파이 이용자에 지급하지 못한 부채 규모가 가상자산 가격 상승과 함께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나고 있어서다. 올 연말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을 앞두고 있지만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인 만큼 연장이 이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진=AFP연합뉴스
◆ 해결책 없는 고파이 사태
 
20일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가 고파이 이용자에 지급하지 못한 대금 규모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1001억8151만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11월에는 566억798만원 수준이었는데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고팍스는 지난해 2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474억원을 이용자에 상환했지만, 부채가 오히려 증가했다. 이 같은 부채의 67%는 비트코인, 25%는 이더리움에서 비롯됐는데, 두 가상자산 모두 최근 급등세를 보이면서 채무액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고팍스는 2020년 말부터 은행의 예·적금처럼 가상자산을 맡기면 이자를 주는 방식의 고파이 서비스를 운용했었다. 고팍스는 이 자금을 미국의 운용사였던 제네시스 캐피탈에 맡겼었다. 그러다 2022년 10월 세계 3위 가상자산거래소 FTX의 파산 여파로 해당 운용사가 도산하면서 그대로 부채가 됐다. 2022년과 지난해 고팍스는 2년 연속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고팍스가 앞으로 원화 거래 서비스를 지속할지도 미지수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야 한다. 고팍스도 전북은행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고팍스가 장기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자 은행 측은 이달 말까지 재무 건전성 방안을 내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고팍스가 실명계좌 연장에 실패하면 원화거래소 자격도 박탈당한다.
사진=연합뉴스
고팍스는 지난달 16일 고파이 이용자들에 메일을 보내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며 2023년 12월31일 자정 기준으로 회사의 부채를 주당 7만242원의 주식으로 전환해 지급하는 출자 전환을 요청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채권단 관계자는 “비트코인이 1억원까지 올랐는데 작년 말 기준 5700만원으로 주식을 준다고 하면 누가 동의하겠나”라며 “채권단 단체대화방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다.
 
고팍스는 지난해 2월 바이낸스에 인수돼 고파이 채무금을 갚는 고육책을 냈지만, 금융당국이 바이낸스의 최대주주 변경 신고 수리를 1년 넘게 미루면서 이 계획도 무산될 전망이다.
 
바이낸스도 지난달 “고팍스의 지분을 계속 줄여나갈 것”이라며 사실상 국내 진출 철회 의사를 밝혔다. 올해부터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시 대주주 적격성을 따지기로 한 금융당국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고팍스 관계자는 “주어진 상황에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엔화 사들이는 국내 투자자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국내 ‘엔테크(엔화+재테크)’ 투자자들의 관심은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엔저 현상과 일본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엔화 예금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상태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장기적으로는 엔화 강세가 예상되면서 ‘엔테크 막차’를 타기 위한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엔화예금 합산 잔액은 2월 말 기준 1조2130억엔(약 10조8165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 말(1조1574억엔)보다 555억엔 늘어난 액수로 역대 최대치다.
 
엔화예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해 엔화 가격이 100엔당 80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환차익(환율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엔화예금은 엔화 가치가 떨어졌을 때 원화를 엔화로 바꿨다가 엔화 가치가 올랐을 때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환전수수료를 제외하면 환차익에는 세금도 붙지 않아 투자자들의 부담도 덜하다.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엔화예금은 주로 수출입업체 결제 대금 등 법인수요가 컸으나 최근 엔화 약세에 따라 저점이라는 인식에 개인투자자들의 관심과 투자가 늘어 엔화예금 수요와 문의가 늘었다”라며 “최근 일본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임박소식에 그 수요는 더욱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도 엔테크족을 겨냥한 상품 출시에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토스뱅크다. 토스뱅크는 지난 1월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환전수수료가 무료인 외화통장을 내놓았다. 상품 출시 이후 지난 17일까지 엔화 거래액은 9787억원에 달한다. 하나금융에서는 ‘트래블로그’를 통해, 신한은행은 ‘쏠(SOL) 트레블’ 체크카드를 통해 환전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엔화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환차익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도 인기다.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선언했지만 엔화 가치는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엔화는 이날 호주 시드니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1달러당 151엔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NHK는 “일본은행이 전날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지만, 추가 금리인상은 서두르지 않아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고 엔화 약세 배경을 분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엔화예금을 가입한 국내 거주자는 환차익을 수취할 수 있다”면서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려는 일본과 달리 미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계획 중에 있으며 미 대선도 예정돼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향후 엔화는 강세가 꾸준히 진행되기보단 높은 변동성을 수반하며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 지난해 국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역대 최대 흑자
 
지난해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무역수지가 연간 기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드라마·영화·웹툰 및 해외공연으로 문화예술 저작권이 역대 최대 흑자를 냈고, 자동차와 이차전지 관련 해외 법인에 대한 특허·실용신안권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지식재산권 무역수지(잠정)는 1억8000만달러(약 2407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이 수지는 2021년 사상 처음 흑자(1억6000만달러)를 냈다 2022년 11억1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선 바 있다.
 
유형별로는 저작권 수지가 22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년(17억4000만달러 흑자)보다 확대됐다. 저작권 가운데 음악·영상(9억5000만달러)을 포함한 문화예술저작권 흑자는 역대 가장 많은 11억달러로 집계됐다. 문혜정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음악과 드라마, 웹툰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코로나 엔데믹 후 해외공연 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산업재산권 수지는 특허·실용신안권(-7억달러)과 상표·프랜차이즈권(-11억7000만달러) 등을 중심으로 18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전년(-26억2000만달러)보다는 축소됐다. 해외 공장 증설, 국내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 덕분에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에서 국내 대기업의 해외 법인에 대한 특허·실용신안권 수출이 전년 39억8000만달러에서 50억10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기관 형태별로 보면 국내 대기업은 특허권과 상표권, 소프트웨어 저작권 수출 증가에 힘입어 60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국내 중소·중견기업은 컴퓨터 프로그램 수입 확대 등으로 3억3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연간 기준 적자 전환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27억7000만달러 흑자를 거뒀지만, 서비스업은 27억1000만달러 적자였다. 제조업 가운데 전기전자제품(21억1000만달러)과 자동차·트레일러(16억5000만달러)는 역대 가장 많은 흑자를 냈다. 반면 정보통신업은 연간 기준 가장 큰 적자(14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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