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오를수록 빚 커지는 고팍스… 원화거래소 존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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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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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자본잠식 상태… 2024년 가상자산 사업자 갱신 불투명

고객 자금 맡았던 미국운용사 도산
예치 자금 그대로 부채로 떠안아
비트코인 급등에 빚 2배로 늘어
바이낸스측 인수도 사실상 무산
실명계좌 운영 전북은행, 대책 요구
재계약 실패땐 거래소 자격 박탈
부채→출자전환 요청 등 안간힘


비트코인이 최근 1억원을 넘어서며 가상자산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지만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는 홀로 웃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데다 자체 예치서비스인 고파이 이용자에 지급하지 못한 부채 규모가 가상자산 가격 상승과 함께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나고 있어서다.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인 만큼 연말로 예정된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가 고파이 이용자에 지급하지 못한 대금 규모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1001억8151만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11월에는 566억798만원 수준이었는데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고팍스는 지난해 2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474억원을 이용자에 상환했지만, 부채가 오히려 증가했다. 이 같은 부채의 67%는 비트코인, 25%는 이더리움에서 비롯됐는데, 두 가상자산 모두 최근 급등세를 보이면서 채무액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고팍스는 2020년 말부터 은행의 예·적금처럼 가상자산을 맡기면 이자를 주는 방식의 고파이 서비스를 운용했었다. 고팍스는 이 자금을 미국의 운용사였던 제네시스 캐피탈에 맡겼었다. 그러다 2022년 10월 세계 3위 가상자산거래소 FTX의 파산 여파로 해당 운용사가 도산하면서 그대로 부채가 됐다. 2022년과 지난해 고팍스는 2년 연속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고팍스가 앞으로 원화 거래 서비스를 지속할지도 미지수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야 한다. 고팍스도 전북은행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고팍스가 장기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자 은행 측은 이달 말까지 재무 건전성 방안을 내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고팍스가 실명계좌 연장에 실패하면 원화거래소 자격도 박탈당한다.
고팍스는 지난달 16일 고파이 이용자들에 메일을 보내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며 2023년 12월31일 자정 기준으로 회사의 부채를 주당 7만242원의 주식으로 전환해 지급하는 출자 전환을 요청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채권단 관계자는 “비트코인이 1억원까지 올랐는데 작년 말 기준 5700만원으로 주식을 준다고 하면 누가 동의하겠나”라며 “채권단 단체대화방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다.

고팍스는 지난해 2월 바이낸스에 인수돼 고파이 채무금을 갚는 고육책을 냈지만, 금융당국이 바이낸스의 최대주주 변경 신고 수리를 1년 넘게 미루면서 이 계획도 무산될 전망이다.

바이낸스도 지난달 “고팍스의 지분을 계속 줄여나갈 것”이라며 사실상 국내 진출 철회 의사를 밝혔다. 올해부터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시 대주주 적격성을 따지기로 한 금융당국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업비트, 빗썸 등 다른 주요 거래소들도 연말을 앞두고 줄줄이 사업자 갱신을 앞두고 있다. 최초 심사가 이뤄진 2021년 9월과 달리 대주주 적격성, 이상 거래 감시체계, 감독 당국 보고체계 등 전통 금융사와 비슷한 잣대가 마련되면서 업계는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에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상장 대가 등을 받으면 사업자 신고를 직권 말소하는 내용의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가짜 가상자산거래소를 활용한 투자 사기가 빈번하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단계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최근 코인 리딩방이나 온라인상 친분을 활용한 로맨스 스캠 등으로 위조된 해외 가상자산 거래 사이트,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해 투자금을 가로채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가상자산거래소 이용 시 국내법상 신고된 거래소인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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