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도 UAM 타고 조종하는 시대 온다” [모빌리티&라이프]

백소용 2024. 3. 1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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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말하는 ‘도심항공교통의 미래’
[편집자주] ‘모빌리티&라이프’는 자동차, 항공기 등 전통적인 이동수단부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마이크로모빌리티 등 새로운 이동수단까지 다양한 탈 것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차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과 트렌드를 알려드리고, 모빌리티에서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전해드립니다.
 
항우연이 국내 기술로 만든 첫 UAM 기체 ‘오파브’의 모습. 국토교통부 제공
“UAM(도심항공교통)이 부자들의 장난감이 아닌 대중교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기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UAM 그랜드챌린지 운용국장이 지난달 28일 전남 고흥 항우연 고흥항공센터에서 한 말이다. 항우연을 비롯한 각 나라의 항공기술분야를 대표하는 연구기관들이 정책 방향을 논의하며 나온 말이기도 하다. 

이날 항우연이 국내 기술로 만든 첫 UAM 기체 ‘오파브(OPPAV)’의 비행 모습이 공개됐다. 실증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하반기부터는 수도권 상공에서 UAM을 볼 수 있고, 내년에는 상용 서비스까지 경험할 수 있다. 버스, 택시처럼 UAM을 탈 수 있는 시기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UAM 도심 비행이 현실화된다면 문제는 없을까? 항우연에서 오파브 연계 안전운항체계 개발과 인프라 구축 등을 이끌고 있는 정 국장에게 물었다. 인터뷰는 당시 행사에서 진행된 질의·응답을 바탕으로 전화를 통해 추가로 진행했다.

—오파브 비행 기사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니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가장 많았다.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이다. 

“도심에서 요구하는 UAM 안전 수준은 한 시간 비행한다는 전제하에 10의 마이너스 9승(10억분의 1, 기체가 상공에 한 대 떠 있을 때 기준) 정도의 사고율이다. 한 대가 날면 거의 평생 날아도 사고가 나지 않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공학적인 해법으로는 10의 마이너스 9승 이상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목표는 최대치로 놓고, 사고 원인이나 기미를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바로 내릴 수 있는 대체 착륙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냐의 싸움이 된다. 헬기 사고가 간간이 나는데 안전 기준이 10의 마이너스 6승(100만분의 1)이다. 그것의 1000배의 안전도를 확보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승욱 국토교통부 도심항공교통정책과장은 “조류 등 충돌 방지 관련해선 실증 프로그램에도 시나리오가 반영돼 있고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UAM은 전기 동력 분산 장치가 장착돼 있기 때문에 모터가 일부 꺼져도 지상에 착륙할 수 있어 헬기보다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정기훈 한우연 K-UAM 그랜드챌린지 운용국장이 지난달 28일 전남 고흥 항우연 고흥항공센터에서 UAM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서민이 탈 수 있는 정도의 가격이 책정될 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다.

“경제성 분석을 해보면 키(핵심)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버티포트(수직이착륙장) 구축 인프라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다. 독일 등의 사례가 있고, 우리도 친환경 정책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많다. 두 번째는 (기체에 들어가는) 배터리 비용이다. 배터리 성능이 높아지고 가격이 내려가면 요금도 내려갈 수 있다. 기업의 경제성 분석 자료를 봐도 일반인이 못 타는 수준은 아닐 것 같다.”

—먼 미래에는 자동차 면허증처럼 UAM 면허증이 일반화되는 시대가 오는걸까.

“조종자격과 교육이 UAM 분야의 또 다른 핫이슈다. 초기에는 일반 상용 항공기 면장(항공종사자 자격증명)이 있는 조종사를 대상으로 할 것이다. 기체마다 조종방식이 일원화된 표준은 없다. 제작사의 교육을 받으면 초기에는 면허를 줄 텐데 장차 방향은 일반인이 조종자격을 딸 수 있도록 바뀔 것이다. 먼 미래에 완전자율비행이 이뤄지면 솔직히 조종사가 별로 할 게 없다.”

—UAM의 자율비행은 어느 정도의 단계에 와있는지.

“조비 에비에이션의 기체나 저희 오파브 기술적 목표가 (자동차의 자율주행단계로 설명하면) 2.5단계(운전 주도권이 인간에서 기계로 넘어가는 사이의 단계)였다. 실제로 조비를 보면 자율비행 3단계는 넘은 것으로 보인다. 자율비행 3, 4단계를 대상으로 조만간 기준이 나올 것이다. 자동차보다 오히려 발전이 빠를 수도 있다. 자동차는 도로에 수동·자동운전이 자유롭게 혼재돼있지만 하늘은 협업과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단지에서 교통관리시스템 실증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국토교통부 제공
실물로 처음 본 UAM 기체(오파브)의 비행은 생각보다 안정적이었고, 조용했다. 현재의 오파브는 UAM 기체의 안전성 기준 등을 시험하기 위한 기술시연기 개념으로 개발돼 향후 퇴역하게 된다. 

—국내 기술을 집약해 만든 기체를 시연기로만 쓰는 것은 아쉽다.

“항공이란 게 새로운 항공체 기술시연기를 만든 다음 인증, 양산을 목적으로 기체를 다시 만드는 게 일반적인 트랙이다. 후속으로 제대로 된 4∼5인승급 기체를 만들려고 기체개발을 동반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했다. 결국 애초에 계획한 것보다 훨씬 금액이 줄어든 사업이 됐다. 아쉬운 부분은 맞다. 항우연과 같은 공공기관이 개발하면 누구나 기술이전 받아서 쓸 수 있는 국가기술이 되는 것이다. 국가기술로서의 4∼5인승급 기체개발 시도는 하고 있지만 당장은 보이는 것이 없다.”

—오파브에는 항우연의 어떤 기술이 들어가 있나.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중 벡터드틸트형은 틸트로터(프로펠러를 위아래로 움직여 수직·전진 이동이 모두 가능한 회전익) 기술이 핵심이다. 원래는 항우연이 2011년쯤 세계 두번째로 TR100이라는 스마트 무인항공기 개발하면서 가졌던 기술이다. 자체 연구개발사업으로 4개의 틸트로터를 운용하는 무인기를 개발해뒀다. 전 세계적으로 분산추진 붐이 일면서 이미 가지고 있던 항우연의 기술을 이용했다.”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진행되는 UAM 실증사업 중 국내의 그랜드챌린지는 규모와 세계 최초로 5세대이동통신(5G) 통신망을 활용하는 등 신기술 적용의 유연성 측면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35개 기업이 7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통신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건설사(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 항공사(대한항공·제주항공·티웨이항공), 현대차, 카카오모빌리티 등 여러 분야 기업이 UAM 생태계 형성을 위해 협력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오파브를 함께 만든 항우연이 국내 기업들의 로고. 국토교통부 제공
—한국의 K-UAM이 세계 4대 UAM 실증사업으로 꼽히는 이유는.

“자발적인 경쟁 시스템을 채택했다. 정부 지원금이 없는데 기업이 많이 들어왔다. 국토부에서 2025년 이후 초기사업권을 그랜드챌린지 통과하고 안전성 확인한 기업에 대해서만 발급하겠다는 부분이 큰 당근이 됐다. 그랜드챌린지 통과한 컨소시엄이 초기 상용화 이권을 얻게 된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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