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전북 김제에서 유럽형 샐러드 상추 재배하는 기유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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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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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러브리프’를 운영하는 청년 창업농 기유림씨(26)는 지난 2020년 전북 김제시 금구면에 정착했다. 경기 포천에서 태어난 기씨가 아무 연고 없는 곳을 제2의 고향으로 낙점한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다. 기씨는 청운리에 7933㎡(2400평) 규모 스마트팜에서 유럽형 샐러드 상추를 재배한다. 지난 2월 첫 출하를 시작하고 새로운 일상을 꾸려가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줄곧 도시에 살며 농업의 ‘농’ 자도 모르던 기씨가 처음 농업과 인연을 맺은 건 대학교 때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다가 문득 농업은 1차 산업이니 모든 것의 기반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결코 없어지는 일이 아니잖아요. 농업을 전공한다면 평생 굶어 죽진 않겠구나 싶었죠.”

농업은 그의 적성에도 잘 맞았다. 기씨는 노력한 만큼 결과물을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농사일에 큰 보람을 느꼈다. 결국 취업 대신 창농을 선택했다.

기씨는 졸업 후 청년창업 교육사업으로 딸기 농사를 배웠고 자연스레 딸기를 재배작목으로 택했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딸기에 맞는 온실도 지었다. 모종까지 구입하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기 직전 작목을 바꿨다. 병해충으로 모종이 모조리 죽어버린 탓이다. 

“딸기 농장에서 실습해보니 딸기 재배가 꽤 까다롭더라고요. 영농은 물론이고 상품 포장에도 기술이 필요해요. 상자에 오와 열을 맞추면서 유통 중에 흔들리고 부딪쳐도 과육이 짓무르지 않도록 해야 하죠. 그 작업이 만만치 않았어요. 또 딸기는 9월에 정식해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수확합니다. 8개월 동안 1년치 수익을 내야 하는 데 자신이 없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딸기 모종을 샀는데, 웬걸 병해충으로 몽땅 버려야 하는 일이 일어난 거예요.”

탄탄한 기반과 부모님이라는 좋은 멘토를 둔 승계농이라면 한번 실패를 ‘비싼 경험’이라며 넘길 수 있었을 테지만, 창업농인 기씨에겐 여간 부담인 것이 아니다. 기술이 부족해도 무리 없이 상품을 수확할 수 있는 작목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고민 끝에 기씨는 미니로메인·버터헤드·이자벨·카이피라 등 유럽형 샐러드 상추 4종를 골라 농부 인생을 걸어보기로 했다.

기씨는 유럽형 샐러드 상추를 양액이 얇은 막처럼 흐르는 박막형 수경재배 베드에서 기른다. 이 방식은 모종 뿌리에 산소가 더 많이 공급돼 작물 성장에 유리하다. 모종을 정식해 수확하기까지 두 달 정도 걸린다. 재배 기간이 짧다는 건 그만큼 병해충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다는 것. 설사 병해충 피해를 보더라도 폐기하고 다시 정식하기까지 두 달밖에 걸리지 않아 피해가 적다. 1년 내내 수확하는 점도 장점이다. 유럽형 샐러드 상추는 평균 9모작 한다. 청년 창업농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정하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몇 달간 간 큰 수익을 내고 농한기를 버티기가 어렵다. 

낯선 곳에서 시작한 삶이 외롭지 않은 건 기씨 곁에 결혼을 약속한 장정태씨(38)가 있어서다. 장씨도 도시에서 일반 직장을 다니다가 농촌에 왔다. 얼마 전엔 농장과 5분 거리에 신혼집도 구했다. 마을 청년회에도 가입했다. 청년 농부이자 농촌 주민으로 제대로 살아볼 생각이다.

“마을 텃세요? 전혀 없어요. 마을 어르신들이 먼저 말 걸어 주시고 도와주려고 하시죠. 요즘 마을 분들이 농장에 와서 일손을 거들어주세요. 다들 베테랑 농부들이시니 실력은 말할 것도 없어요. 오히려 그분들에게 배우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덕분에 쏠쏠한 일거리가 생겨 좋다고 말씀해주셔서 뿌듯하죠. 시에서 여러 지원을 받아서 창농까지 할 수 있게 됐으니 앞으로 지역에 보탬이 되는 농부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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