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연속 무역 적자 행진도
자동차 수출 최고 기록 빛 바래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6개월 연속 뒷걸음질했다. 무역 적자도 13개월째 이어졌다. 무역 적자가 계속되면서 자동차 수출 최고 기록 경신도 빛이 바랬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난달 수출액은 551억 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3.6% 감소한 규모다. 수출액이 줄어든 건 지난해 10월부터 여섯 달째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수출 비중 60% 가량을 차지하는 효자 상품인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며 제품가격이 크게 떨어진 영향이다. 실제로 주력인 D램, 낸드플래시(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고꾸라졌다. D램 고정가격이 지난해 초 3.41달러에서 지난 1분기 1.81달러까지 낮아졌고 낸드 고정가는 지난해 1~5월 4.81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3.93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8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4.5%나 줄었다. 8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시스템 반도체 수출액도 18.4% 축소했다. 다만 산업부는 “지난해 3월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638억달러)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 효과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며 “수출 규모는 지난해 9월(572억달러) 이후 6개월 만에 550억달러대를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1일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 부두와 감만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41.6%), 바이오헬스(-36.4%), 석유화학(-25.1%), 선박(-24.3%), 석유제품(-16.6%), 철강(-10.7%) 등 주요 품목 수출액도 일제히 감소했다. 석유제품의 경우 항공 수요 회복에 힘입어 제트유 수출이 증가했지만 유가가 안정되면서 수출단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해 25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철강 수출단가(t당 1234달러)도 전년 동기 대비 15.1% 하락했다.
반면 자동차는 반도체 수급난 완화와 신형 전기차‧스포츠유틸리티차(SUV) 수출 호조로 처음으로 월 수출 60억달러를 돌파했다. 65억 2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64.2% 증가해 지난 2월(56억달러) 세운 역대 최고 기록을 한 달 만에 경신했다. 2차전지도 국내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 판매가 늘면서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수입액은 6.4% 줄어든 597억 5000만달러였다. 가스(-25%), 원유(-6.1%) 등 에너지 수입액이 11.1% 하락하며 감소세를 견인했다. 반도체와 철강 등 원부자재 수입도 축소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46억 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째 적자다.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연속으로 적자를 낸 이후 처음이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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