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 위기 장기화되나…대형 은행에서도 '뱅크런'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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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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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붕괴로 미국 중소은행들이 위기를 겪은데 이어 미국 대형 은행에서도 대규모 예금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가 보도했다.

 

 
(사진=SVB)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에 따르면 3월 22일로 끝난 주에 미국 은행에서 1260억달러(165조600억원)의 예금이 인출됐으며 주로 대형 은행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연준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계절 조정 기준 미국 내 최대 은행 25개에서 900억달러(117조900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앞서 지난달 초 SVB가 사실상 파산하며 예금주들이 소형은행에서 예금을 빼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대형은행으로 옮겼다. 그러자 대형은행들의 예금은 오히려 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금주들이 대형은행에서도 예금을 인출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전 주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붕괴로 대규모 인출 사태를 겪은 소규모 은행들은 지난주 안정을 되찾으며 예금이 60억달러(7조8600억원)가 늘어났다.

이 기간 미국 은행들의 총예금은 17조3000억달러(2경2600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4.4%가 줄어들며 2021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미 SVB 붕괴 전인 지난 1월과 2월에 미국 은행 전반에 걸쳐 예금이 감소했다. 또 작년 4분기 예금 규모도 전년 동기 대비 5% 줄어들었다. 미국 은행들의 예금 규모는 지난해 2분기에 1년 전 대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야후파이낸스는 많은 전문가들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적극적으로 인상하며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금리가 낮았던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은행에 예금이 넘쳐났지만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며 예금주들이 수익률이 높은 곳을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자금의 일부는 단기 미국 국채 등 저위험 투자처에 돈을 맡겨 수익을 내는 MMF 등으로 흘러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올 1월 초부터 MMF에 유입된 자금은 5080억달러(665조4800억원)로 팬데믹 초기 이후 분기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1주일 동안 600억달러가 추가로 들어갔다.

대규모 예금 유출이 발생하면 은행들은 고객 유지를 위해 예금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 그러면 은행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SVB와 같이 갑자기 고객이 대규모로 이탈하는 경우에는 중요한 자금을 잃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예금 인출로 인한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달 은행 붕괴의 여파로 인한 추가 대규모 예금 유출을 막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 규제 당국은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무보험 예금을 보호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산 1000억달러 이상의 중형 및 대형은행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해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은행들이 대규모 예금 인출을 감당해 파산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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