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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은행 위기, 소란 잦지만 파국 피할듯

송고시간2023-04-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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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힌 실리콘밸리 은행 본사
굳게 닫힌 실리콘밸리 은행 본사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정문을 보안 요원이 지키고 있다. 2023.3.12 taejong75@yna.co.kr

은행 위기가 글로벌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올해 3월 미국 지방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코인 전문 은행인 시그니처뱅크, 실버케이트캐피털이 파산했고, 유럽의 유서 깊은 크레디트 스위스(CS)도 간판을 내렸다.

은행 위기에 대한 대응책이 발 빠르게 나오면서 혼란이 더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미국은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을 막기 위해 예금자 보호 규모를 한시적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고, JP모건을 비롯한 미국의 11개 대형금융기관들은 파산 위험이 부각된 퍼스트리퍼블릭뱅크(FRB)에 300억 달러를 담보도 없이 예치하기로 함으로써 신용위기의 확산을 억제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도 UBS가 경쟁사였던 CS를 인수하면서 거대 금융기관의 무질서한 파산이라는 파국을 막았다.

아직은 민간에서 해결책을 찾는 양상이다. 미국의 예금자 보호 규모(현행 25만 달러 규모의 예금에 대해 전액 보증) 확대에 필요한 재원도 은행들이 조성한 연방예금보험기금에서 집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전개되는 모습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초기 국면과 유사하다. 세금으로 개별 금융기관을 지원하는 행위에 대해 반발이 크기 때문에 당시에도 일차적으론 민간이 움직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불길처럼 번져나가던 2008년 3월 파산 위기에 몰렸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는 JP모건에 인수됐다. 피인수 이후 글로벌 금융 시장은 급속도로 안정됐고, 주식 시장에서도 강력한 베어마켓랠리(장기 하락장세)가 나타났다. 베어스턴스가 JP모건에 합병되는 선에서 위기가 종식됐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이후 모기지 부실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고, 미국 정부도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금융기관에 쏟아부었다. 금융 시장의 경색이 실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당시 글로벌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기 후퇴를 경험하게 된다.

이번 경우는 어떨까? 은행 위기가 올해 3월 돌출됐던 소란과 대응으로 완전히 진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의 위기는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에 순치돼 부주의하게 행동했던 경제 주체들이 대가를 치르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금리를 올린 후에는 늘 혼란이 발생했다. 1980년대 초의 긴축 이후에는 미국 상업은행들과 중남미 국가들이 위기를 겪었고, 1980년대 중반의 긴축 직후에는 미국 주택대부조합(S&L)들이 대규모로 파산했다. 2004~2006년의 금리인상 이후에는 미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가 뒤따랐다.

무엇보다도 금리 인상의 시차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서브프라임 위기를 복기해보면, 당시에도 금리 인상이 미국의 부동산 시장 붕괴를 촉발하는 역할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1%에서 5.25%까지 인상했는데, 금융시장에서 서브프라임 위기가 돌출되기 시작한 때는 2007년 8월부터다.

BNP파리바가 미국 모기지 채권이 편입된 펀드에 대한 환매에 응하지 못하면서 위기가 현실화했다. 금리 인상이 중단된 후 1년 2개월이 지난 후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중앙은행의 긴축 사이클이 종결되더라도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사실만으로 누군가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아직 완전히 종결되지도 않은 만큼, 실리콘밸리은행과 크레디트 스위스의 처리만으로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볼 수는 없다.

상당 기간은 예기치 못한 신용 위험이 불거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물론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국면과 비슷한 대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경제가 치른 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에 관료들이 '대마'(大馬)를 죽이는 것보다 구제금융을 통해서라도 살리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을 개연성이 높다.

대마불사의 유산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줄곧 이어져 오고 있는데, 특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유감없이 실력 발휘를 했다.

산발적으로 부실이 돌출되면서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에 긴장이 강화되는 모습이 상당 기간 지속되겠지만 군소 금융기관이 아닌 시스템에 영향을 줄 만한 거대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2008년과 비슷한 금융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작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신영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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