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 글로벌 은행 위기…'슬로우 모션’으로 찾아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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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4.01. 오전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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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시티즌스 은행이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인수했다는 소식에 은행 위기는 잠잠해지는 양상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주 글로벌 증시는 은행권 불안이 옅어지면서 다소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은행 위기를 초래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은 퍼스트시티즌스 은행에 인수되며 한숨을 돌렸고, 크레디스위스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운 UBS엔 ‘위기관리 전문’이라는 세르지오 에르모티(62) 전(前) 최고경영자(CEO)가 재영입돼 안정감을 더했다.

하지만 글로벌 은행 위기가 완전히 한숨을 돌렸다고 하기엔 여전히 불안한 점이 적잖다는 게 전문가들 시선이다. 오는 7일엔 미국 노동통계국에서 3월 고용보고서를 내놓고 취업자 증가폭이 발표된다. 다음주 눈여겨 봐야 할 세 가지 경제 이슈를 정리했다.

◇①은행 위기 : ‘슬로우 모션’으로 찾아오나


은행 위기가 진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미국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슬로우 모션’ 연쇄 파산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수석 경제논설위원인 그레그 입은 ‘급변하는 금융계, 슬로우 모션 은행 위기에 대비해야’란 제목의 사설을 지난달 29일 게재했다. 은행 위기는 천천히 찾아오며, 시스템을 조금씩 갉아먹는 또 다른 유형의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사설은, 이번 SVB·시그니처 은행 파산이 40여년 전 급격한 금리 인상 속에 1980~1994년 미국에서 3000여곳의 저축대부조합(S&L)이 문을 닫거나 구제금융을 받은 ‘S&L사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당시에도 S&L과 중소은행이 차례로 무너진 것처럼 앞으로 중소은행 위기가 느린 속도지만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느리게 진행되는 재앙(slow-rolling crisis)’이란 표현을 쓰며 은행 위기가 앞으로도 천천히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구나 은행 위기의 다음 뇌관으로 꼽히는 상업용 부동산 사태도 시장 긴장감을 자극하는 상황이다. 사무실과 쇼핑몰, 식당 건물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대출을 많이 해준 중소형 은행들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JP모건, 골드만삭스와 같은 미국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은행 위기를 재점화할 뇌관으로 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문제를 꼽고 있다. 데이터 업체 트렙에 따르면, 미국 중소 규모 은행들은 임대 아파트 모기지를 포함해 약 2조3000억달러(2988조원)의 부동산 대출을 보유 중이다. 대출 회수가 어려워졌을 때 그만큼 중소형 은행이 흔들리기 쉽다는 뜻이다.

◇②미 고용보고서 : 취업자 24만명 수준 내려오나

미국 취업자 수 증가 폭

다음주 하이라이트 경제 지표는 미국 취업자 수 증가를 나타내는 3월치 고용보고서다. 오는 7일 나온다. 지난 2월 고용보고서는 31만1000명 취업자 증가로 예상치(22만5000명)보다 높았다. 그러나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폭은 0.2%는 예상(0.3%)보다 둔화돼 좋고 나쁜 수치가 혼재된 고용 성적표란 평가를 받았다.

시장에선 이번 3월 취업자 증가폭이 24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1월 52만명 취업자 증가로 ‘고용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이래 2월 31만1000명 등 고용 시장 열기는 다소 숨을 죽일 것으로 보는 셈이다. 하지만 시장은 3월 실업률의 경우 전달과 동일한 3.6%로 보고 있고,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전달(0.2%)보다 되레 높아진 0.3%로 보고 있어 여전히 고용 과열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는 확률도 적잖은 상태다.

◇③미 기준금리 전망 : 피봇은 언제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2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4.75~5.00%로 올렸다. /신화 연합뉴스

글로벌 은행 위기 소식이 잠잠해지자 미국 기준금리 걱정이 되살아나고 있다. 은행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긴축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은행권 예금 유출이 가라앉고 우려가 진정되면 시장은 은행 혼란 직전에 발생한 경기 재가속 위험에 다시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 같은 예측은 현실이 될 공산이 크다. 미국 기준금리 예상을 집계하는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미국 연준이 5월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은 일주일 전 83.2%에서 48.8%까지 내려앉았다. 반면 0.25%포인트 한 차례 추가 베이비스텝을 예상하는 전망은 일주일 전 16.8%에서 51.2%까지 올라온 상태다.

주요 인사들 언사도 매서워지는 상황이다.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임금상승률은 여전히 2% 목표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경제를 다시 균형으로 되돌리는데 아직 할일이 더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톰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매우 높다. 고용 시장은 여전히 매우 빡빡하다”며 “5월 어떤 규모의 금리 인상이 적절한지 의견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직 시장의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언제쯤 실현될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만약 이번 고용보고서 취업자 증가폭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고, 은행권 위기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온다면 미 연준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더 길게 갈 수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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